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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
게시물ID : freeboard_7300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썬샤인
추천 : 1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28 00:01:41
서른 두 살 여름.

올해는 유독 덥다며 당당하게 민소매를 입었다가
근육질 팔뚝에
깜짝 놀라버린 바디빌더 엄마.

업고 걸리며 지하철 타는게 뭐가 힘드냐며
뿡뿡이 공연 다녀와서
지쳐 쓰러지는 허풍쟁이 엄마.

아빠는 바쁘니까 엄마랑 놀자며 하루 종일
책을 읽어서 밤이 되면
허스키 보이스가 되는 섹시한 엄마.

어릴 때는 뭐니뭐니 해도 자연이 최고임을
주장하며 산으로 들로 끌고 다니는 방랑자 엄마.

세상에서 너희가 제일 이쁘다고 했다가 금새 
너희들 왜 이러냐며
소리를 치는 변덕쟁이 엄마.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며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를 꿈 속에서 듣는 잠꾸러기 엄마.

서점에 가면 육아서만 잔뜩 가져다 읽고,
그 다음 날만
열심히 달라지는 쌩뚱맞은 엄마.

잠든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뽀뽀하고,
그 때문에 깨어나 울면 
애정 표현 한 것도 후회하는 비겁한 엄마.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 해놓고 어질러진 
방만 보면 표정이 무서워지는 B사감 엄마.

때로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과 말투에
낯설음을 느끼며 과거를 회상하는 낭만주의 엄마.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날 첨벙첨벙
물장난을 하고 싶으면서도 정작
너희에겐 비를 맞지 못하게 하는 이중인격 엄마.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혼내 놓고 
뒤돌아 후회하는 소심한 엄마.

하루 한 시도 여유가 없는 듯 바쁘면서도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노는 엄마.

이렇게 문득 한없이 우울해 졌다가도 
너희의 귀여운 웃음에 세상이
행복해지는 참으로 참으로 바보 같은 엄마.

나는 그런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옥신각신 싸우고, 둘 다 안아달라고 조를 땐 
어쩔줄 몰라 하면서, 
아이가 셋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아주 위험한 두 아이의 엄마.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이 가고 아이들은 자라나고,
모두가 각자의 뜻을 이루고, 변해가는 모습에 
조금은 속이 상해도, 엄마도 빛나던 때가 있었노라고 
위안하면서 나이 들어간다.

언젠가 그 때 참 사람 사는 게 아니었다 말할지 몰라도,
순간 순간 즐겁고 행복한 이 시간을 즐긴다.

어른들 말씀처럼 이것도 '잠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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