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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왔다.
게시물ID : freeboard_744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리쿠크다스
추천 : 0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05 03:57:21
어제가 입춘이었다고 한다.

봄이 오는 날.

하지만 내 인생은 언제까지나 회색 흙빛이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여자와 제대로 말을 섞었던게 언제였을까.
그러고보니 이번 설에 결혼,취업에 관해 아버지가 언급하셨다.
말로만 취준생이지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피씨방 한구석에 박혀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슬슬 돈도 없어지고 가스도 어제 끊겼다.
이런 날씨에 보일러를 틀수 없다는것에 한탄하며 헤진 모포를 두른다.

여기에 맥심 한잔 타서 몸을 녹인다.

생각이 생각을 낳는 행위를 계속 이어가면서 문득 알아차린건데 
내 인생은 정말로 내 몸을 덮고입는 헤진 모포보다도 더 헤져있지않은가

입춘이 오든,꽃이 피든,아침이 밝든,해가 저물든
아무런 변화 없는 인생에 눈물 흘리면서 안주하고 있는 내가 이곳에 있었다

그나마 입춘이 정말로 추웠다는것이 매우 기분 좋았다.

하지만 입춘이후에 따뜻한 날씨가 찾아온다는 TV속 리포터의 이야기에
그런 소소한 행복감도 잊혀져갔다.

인생을 한탄하며 또 한탄하며 눈을 감았다.

오랫만에 꿈을 꿨다.

초등생때의 꿈이였다.

그냥 그때 친구들과 야구를하며 홈런을 날리던 나
같이 미끄럼틀 타며 시소를 타며 웃고있던 나
술래잡기의 술래에 만날 걸리던 나
중학교 결과 발표날에 친구와 같이 설레임에 발광했던 나.
모두 갈라지고 잊지 않겠다,우리들은 영원하다고 말하던 나.

회상같은 꿈이였다.

잊지 않겠다 말하던 나는 어디갔었던걸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였지만
그저 그때를 떠올렸다는 것이
 어제 고민하던 인생 한탄은 저멀리 떠나보내게했다.

그때를 돌아본다.
무엇이든지 할수 있을것 같던 그때.
얼른 자라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무엇보다도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했던 그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미래겠지.

돈도 없고, 추위에 떨며, 인생이 도움되지 못하는,
그런 미래는 없다고 믿었었다.

나는 오랜만에 구인신문을 뒤져보았다.

이런 인생을 이어가기에 아직 나는 젊다.

내년 입춘은 웃으며 맞이 할수 있기를,

그땐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어릴때의 달콤한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 드디어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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