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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해
게시물ID : freeboard_7898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hh
추천 : 0
조회수 : 3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06 15:28:06
 
장거리 출장길, 두 남자를 태운 승용차는 포항을 지나 한적한 국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담배 한 대 필란다, 니도 한 대 해라”‘




박 부장은 운전 하느라 앞만 보고 있는 이 과장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신 박 부장은 고함을 질러가며 아내를 크게 나무란 일을 생각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남편이 타고 다니는 차 보험료를 깜빡 할 수 있단 말인가, 가벼운 접촉사고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크게라도 났으면 어쨌을까, 아찔했다. 

두 아이 학원비는 꼬박 챙기면서, 학교에 내는 수업료며 중,석식비는 한 번도 잊어 먹은 적 없으면서 정작 가장이 타고 다니는 차 보험료를 잊어 먹고 안 냈다고 생각하니 가라 앉아 있던 부아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아내는 남편의 호통에 고개를 숙인 체 말없이 훌쩍였다. 그 모습이 측은키는커녕 박 부장은 더 화가 났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넉넉지 않은 급여로 아이들 교육비를 우선하다보니 차일피일 미루었을 터이다. 오늘내일 하다 깜빡 잊었을 것이다. 그래도 박 부장은 너무 화가 났다. 아마 그기엔 ‘잊어 먹을 걸 잊어야지’라는 나름의 당위와 모지라지 않게 생활비를 듬뿍듬뿍 가져다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도 섞였을 터이다.




조수석 의자를 뒤로 재낀 채 느긋이 밖을 쳐다보던 박 부장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잡고 의자를 세웠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이정표며 풍광이 낯설지 않아서였다.

월송정, 백암온천, 불영계곡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차례대로 지났다. 그랬다. 여긴 아내와 신혼여행을 온 곳이었다. 

오백만원이면 되는 한칸짜리 전세방 구할 돈이 없어 박 부장은 결혼할 아내를 데리고 막내 누이를 찾았었다. 아내는 남들 다 가는 제주 신혼여행도 마다하고 온천이 좋다며 울진 근처 백암온천을 가자고 했다. 둘은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울진 근처 백암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차, 저리로 돌려봐라”




박 부장은 이 과장에게 손으로 한 지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항구 끝까지 계속 가봐라”




박 부장은 차가 포구 끝에 다다르자 내렸다. 그리고선 길게 늘어 선 식당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조그만 식당 앞 포구에서는 아낙들이 막 건져온 홍게를 다듬고 있었다. 그 광경을 유심히 쳐다보던 박 부장의 눈이 충혈되는가 싶더니 뜨거운 눈물이 두 뺨 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비싼 대게를 사 먹을 형편이 못되던 가난한 신혼부부는 포구에서 아낙들이 선별하고 남은 하품의 대게를 샀다. 그리고선 한 식당을 골라 수고비를 주고 쪄 먹었다. 다리 몇 개 달리지 않은 하품의 대게를 소주와 함께 먹으면서도 둘은 행복했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직행버스에서 박 부장은 아내에게 말했다.




“몇년만 참자, 다시 신혼여행 가자”




아내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나직이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마, 난 우리가 평생 가난하게 살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난 자기를 믿는다, 다음에 더 좋은 데 대려가 주라”




박 부장은 바다를 쳐다보았다. 모든 걸 버리고 자기를 따라 온 아내였다. 한 번도 풍족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지만 아내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물론 더 좋은 곳에 데려가 주지도 못했다.




한참, 바다를 보던 박 부장은 전화기를 꺼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 부장은 풀이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자 뭔가 모를 서러움 같은 게 밀려 왔다.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아내가 너무 가엽게 여겨졌다.




“**야, 미안해”




박 부장은 아내에게 말하면서 참으려고 했지만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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