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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이 되려면
게시물ID : freeboard_7918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hh
추천 : 2
조회수 : 5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21 16:04:07
 
집 근처 막걸리 집에서였다. 

“니들 로또 당첨되는 사람이 와 되는 줄 아나?”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 킨 무성 형님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와 되는데예, 무슨 방법이라도 이씸미꺼”

나는 두부 김치를 우걱우걱 씹으며 물었다.

“그기 안인나? 돌아가신 조상님이나 우리 아부지, 어무이가 저승에서 열심히 일하면 옥황상제께서 이승에 있는 후손들 소원 들어주는 티켓을 하나 준단다, 그래가꼬 이승에 있는 내 아들 로또 맞게 해주이소 이케가지고 되는 기라, 근데 그기 보통 일해가 되는 기 아이라, 진짜 열심히 해야 하나 주는 기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듣고 있던 세명의 남정네들은 부러 놀란 척하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진짜라예”

“아이 그라마 우리 아부지는 지금 저승서 탱자탱자 놀고 계시다 이말입니꺼, 참말로”

“하이고오~ 우리 아부지는 맨날 술만드시더마는 저승서도 일 안하고 계시는가배, 아마 다른 사람들 일할 때 우리 아부지는 그늘 밑에서 소주 자시고 있을끼 분명하다”

주당들은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 흉을 보며 한바탕 웃고 떠들었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초겨울 날씨는 싸늘했다. 문득 무성 형님의 로또 이야기가 떠올랐다.

‘저승에서 열심히 일해야 이승에 있는 조상들을 위한 티켓을 준다고 흐흐흐~’

‘가만, 우스게 소리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죽어 저승에서 열심히 일해 내 아이들을 위한 티켓을 하나 가진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로또는 아니었다. 그 귀한 티켓을 로또로 사용치는 않았을 것이다.

‘내 아이들 건강하게 해 달라’

‘형제들과 사이좋게 해 달라’

‘내 아이들 화목하게 살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그기에 미치자 가슴이 울컥해진다.

‘그러면 내가 지금 건강하게 사는 것도,  그리 큰 재산은 없지만 우리 가족 화목하게 사는 것도, 형님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사실은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께서 저승서 열심히 일하신 결과가 아닐까’

나는 기억한다. 작은 누님 결혼식을 앞두고 형님 대학 등록금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던 동네 앞 두마지기 땅을 판 그날, 술 못 드시는 분이 만취해 돌아와 하염없이 담배만 피우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그런 아버지를 쳐다보며 말없이 눈물 흘리던 어머님의 얼굴을. 자식들에게 물려 줄 땅도 없지만 빚은 남겨서는 안 된다며 그리 만류를 해도 60이 되시도록 갚아나가셨던 아버지, 어머니. 이제 빚 다 갚았다며 좋아 하시던 아버지, 어머니.

이제 자식들이 자라 그리 크게 잘 살지는 못 해도, 먹고 살만해져 그때 판 그 땅을 다시 사도, 드리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 그런 아버지, 어머니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 흔한 말 한번 드리지 못했던 나.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 어머니의 자식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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