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있습니다. 뭐 날파리 같은 기간제교사 목숨이지만 일단 긍지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 하고 있습니다.

남녀공학입니다만 남녀합반은 아니라 남자반, 여자반 따로 있는 학교입니다.

오늘도 (나만)즐거운, 온갖 (나만)즐거운 농담이 난무하던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아. 저는 남자반만 들어갑니다. 왜죠?),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묻더군요

'제 여자친구가 여성시대하는데...'

잠시 정신이 멍해져서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일어서라 질투단

나도 없는데 이 녀석이

내가 없는 걸 알텐데 이 놈이 날 놀리려고 그러나

그런데 여자친구가 여성시대하면 20대? 얼마전 대세였다는 누나 동생 커플?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바로 생각해냈죠. 그 녀석 여자친구는 저도 알아요. 옆반 학생이거든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거기 20대만 가입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아뇨. 제가 아는 애만 너댓명 정도는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 아이들의 이름을 읊는데, 모두 같은 학년이었습니다. 몇 학년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3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라고 물었더니

'그건 저도 모르죠. 대신에 카페 분위기가 언냐 언냐 하는 것은 알아요.'

하기에 거기 쭉빵이라는 곳 아니냐라고 말하고 이번에 벌어진 사건 때문에 여자친구 걱정하는 녀석에게 일단 확실히 알아보고 상담받으러 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그 직후 학급아이들에게 응징을 받았지만요. 저만 눈꼴사나웠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이더군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분증과 인증샷만으로 카페에 가입시킨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좀 성숙해보이거나 해서 성인과 구별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우연히 주운 신분증을 이용해서 가입했다면? 아니면 언니의 신분증을 빌려서 가입했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혹시나 그런 아이들 중에서 극렬하게 활동해서 SLR 소모임에 들어가거나 했다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만약에 이런 경우가 있다면 큰일이 아닌가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