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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가서 만난 돌아이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911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타구니
추천 : 0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2 10:00:21
워킹때 같은 방을 쓰던 돌아이라는 별명의 20살짜리 애기..
그 친구 키도 187인가..185던가 아무튼 상당히 컷고, 무엇보다 눈매가 많이 닮아서.. 요즘 핫한 맹씨를 보면 간혹 생각이 납니다.

그 돌아이와 관련된 몇가지 이야기를 해 봅니다.



1. 너 일본 왜 왔어?

그 집은 대부분 워킹 온 사람들이 룸쉐어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갓 스물이 된 나이면 상당히 어린 축에 들었지요.
남자들 사는 집은 남자만 받기 마련이고, 그런 탓에 더욱 군대를 마치고 오는 사람이 100%라 생각해도 좋은 환경이니.

아무튼, 그 어린나이에 외국에서 얼마나 고생할까 싶어 이런저런걸 알려주던 도중 물었습니다.
"너 일본 왜 왔니?"

황당하게도 나온 답은 "군대 안 갈려고요"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때 이 놈의 싹수를 알아봤어야 했어요.

덤으로 저희 집에선 옷걸이가 매우 부족한 나머지 집에 들어오면 필요한 만큼 사서 쓰는게 규칙이었습니다.
뭐.. 그 녀석의 경우엔 어머니가 쫓아와서 온 집안을 뒤져 남는 옷걸이를 다 가져다 그놈 옷 정리하는데 써 버렸지만서도.
빨래 널 옷걸이가 없어 눈치껏 남는 옷걸이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2. 형, 저 핸드폰이 없어요.

당시 저는 그 집에서 제일 돈을 잘 버는 = 자는시간 외엔 일하려 돌아다니는 외노자형 워홀러였습니다.
일하는 곳에 한국인이 없는곳을 고르다보니 일하며 다른가게 아저씨, 아줌마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면 그게 더 공부가 되기도 했고요.
그 일을 쉬는날엔 한국어 과외를 하러다녀서 아무튼 짭잘.. 다르게 이야기하면 연락 올 곳은 없지만 한통한통이 중요한 연락이었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핸드폰이 없다고 하더군요.
연락 올 곳이 몇군데 있고, 어머니도 몇일 일본에 있는다면서 그동안 제 번호로 연락하도록 하면 안되겠냐며.
뭐.. 여자친구도 없었겠다 연락 올 곳이 많지는 않아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응? 근데 다음날 출근하려니 핸드폰이 없네요?
한참을 뒤지다가 출근시간에 늦을 것 같아 포기하고 그냥 나갔습니다.
모르는 분은 없을거에요 아마, 핸드폰없이 바깥에 나간 그 찝찝한 기분.
그거에 더해져서 도대체 내 핸드폰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답답함.

퇴근 해 보니 핸드폰이 책상위에 있었고, 어디서 나왔냐 물어보니 그 친구가 교회가는데 길 잃을것 같아 가져나갔다 하더군요.
아.. 무개념이구나 하는 생각을 만난지 이틀만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3. 형, 밥먹어요.

이건 제가 아닌, 맞은편 방에 사는 형이 겪은 이야기입니다.
워홀인 상태에서 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언어실력을 기르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요, 이 동생과 한 학원에 다니던 형이었습니다.
반은 달랐어도 같은 학원이다 보니 대강 비슷한 생활 패턴일 수 밖에 없었고..

"형 밥먹어요" 하더랍니다.
그래서 밥 푸고, 반찬꺼내고, 상 펴서 닦고 수저랑 젓가락 가져다 놓고.. 하는데 기분이 팍 상하더래요.
이 놈이 뭘 하고있나 방문을 열었더니, 세상에.
엎드려서 게임을 하고 계시더랍니다.

그 사건 이후로 그 놈은 절대 밥 먹을때 안 끼워주게 되었습니다.
뭐, 그 후로도 먹고난 뒤에 설거지 거리를 바로 치우지않아 벌레가 끓어 맞은편 방 형이 종종 치우며 욕을 해 댄적이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4. 아름다운 사람은 지나간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저희들의 구박아닌 구박에.. 아니, 사실 이걸 구박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공동생활의 기본을 못 지킨 그놈의 잘못이니까.
세달쯤 지나 방을 빼게 되었습니다.
쾌재를 부르며 그 놈을 보냈고, 마침 쉬는날이던 그날 저는 그 녀석의 근성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습니다.

"다른데 가서는 이러지 마라"는 형식적인 걱정을 인삿말로 내보냈는데..
형들이랑 술이나 먹으려 나가던 도중 발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희 우체통에 가득히 쑤셔박아진 온갖 쓰레기들...
맞아요, 그 녀석 이었어요.
쓰레기를 치우던 도중 그 녀석 이름이 적힌 수하물 태그가 발견된 것입니다.

하.. 돌아이새퀴..





'이 새끼는 정말 군대가면 자살당할지 몰라!'와 '이 새끼는 정말 군대가서 당하고 바뀌어야 해'라는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심지어 군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참 징그러운 녀석이었어요.

그 녀석 이름은 신기하게도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나름 기억력에는 상당한 자신이 있는데..
같이산지 얼마 지나지않아 이름으로 부르지 않게 되었거든요.

맞은편 방 형1은 쪼다, 형 2는 병신, 저는 チンカス로 불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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