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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판 체르노빌’? 아직 오지 않았다
게시물ID : fukushima_4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ma(가입:2019-04-13 방문: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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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9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3/21 14: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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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훈 ㅣ 녹색연합 전문위원

지난 한달여 동안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외신과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중국판 체르노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주일 가까이 사고 사실을 은폐하다가 방사능 재난 피해를 키운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에 빗댄 것이다. 사실 중국 정부의 고속 경제성장에 기댄 체제 우월성 과시와 폐쇄적인 사회통제의 모순은 체르노빌 사고 이전의 구소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체르노빌 사고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여전히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유행독감에 비교할 때 생각보다 피해 규모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작 중국이 원전 재난을 겪게 될 가능성과 실제 발생했을 때 받을 충격은 아예 논외로 치부한다는 점에서 한가로운 비유가 아닐까? 전염병은 사람 간 접촉만 관리하면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원전사고는 중국뿐만 아니라, 서해를 건너올 방사능 낙진에 초기 대응을 못 하면 우리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북서풍이 부는 계절에 발생한 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방사능 재난을 모면하게 만든 행운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고작 500㎞ 정도 떨어진 중국의 국산 훙옌허 원전(랴오닝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대책 없이 행운을 기대한다면 우매한 처사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발전했기 때문에 원전안전 문제를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 구소련, 일본이 과학기술 수준이 낮아서 원전사고를 겪은 것일까? 이들은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관리 복잡성의 증대, 원자력계의 만용, 안전규제기관의 태만함이 겹쳐지며 원전사고를 겪었다. 이들은 상용원전이 평균 50기로 늘어나는 시점에, 운전이력이 약 500로년(각 원전의 누적가동연수를 합산한 기간)에 도달하는 시점에 사고를 겪었다. “무결함주의” 안전규제를 자랑하던 일본은 약 1400로년 만에 후쿠시마 사고를 겪었지만, 원자로 3기가 용융했다는 점에서 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중국의 상용원전은 어느새 47기로 늘어났고, 11기가 건설 중이며, 43기가 계획 단계에 있다. 

운전이력으로 볼 때도 중국은 지난해 300로년을 넘어섰으며, 향후 5년이면 500로년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앞선 3개국의 경험과 중국의 정보통제 관행을 고려할 때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황이다. 

우리가 중국의 안전규제를 개선할 수는 없더라도 방사능 재난 발생 때 실시간 정보공유 등 적극적인 국제협약을 통해 사고 초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들이 시급하다. 또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고려할 때도, 한·중·일 3국간 역내 원전안전정보 공개와 교차감시를 지속적으로 제안한다면,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과 일본 원자력계의 만용을 견제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유야무야되었다. 중국 정부의 비협조도 문제였겠지만 우리 스스로 피상적인 접근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중국의 방사능 재난 발생 때 국내 피해의 양상과 규모에 대한 심층평가 등 구체적 근거도 없이 외교적 담론으로만 접근했으니 설득력이 떨어졌다. 사실 월경성 환경 문제는 공무원들에게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더욱이 국내 원자력계와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든 흠집 내려 골몰하는 판에 월경성 방사능 재난 대책 모색을 오히려 ‘탈원전 꼼수정책’이라고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가적 명운이 달린 문제인 만큼, 국내정치용 논리나 ‘찬핵·반핵’ 논쟁, 형식적 외교 관행에 연연해할 상황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정부의 신뢰도는 국제사회에 큰 의문부호를 남겼고, 중국에 역내 다자적 원자력 안전관리체계를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민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다가올 진짜 ‘중국판 체르노빌’에 대처하기 바란다.


출처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929386.html?_fr=fb#cb#csidxc826d48988b119e8c2b0cd3a6d943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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