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게임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진성 게이머 입니다.

그러나 저는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한 추억은 많습니다.

어릴 적 컴퓨터를 사면 기본적으로 넣어주던 게임들...

특히, 형하고 했던 '버추어 캅'이라던가 (조작이 불편한 2P는 언제나 저였습니다.) '버추어 파이터' 등등

멋 모르고 해봤던 '스타크래프트'는 4SCV라는 전술로 컴퓨터에게 지곤 했었고요.

난생 처음 해본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에서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느낀 신기함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라던가, 레벨 20이 아까워 19에서 혹시 뭐 더 할 거 없나 하고 돌아다니던 기억,

'메이플 스토리'에 빠져 냄비 뚜껑 하나 얻겠다고 엘리니아에서 슬라임 만 잡던 기억 등,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좋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아버지께서 저희 형제에게 선물 하나 씩 주겠다고 하셔서,

형과 저는 각종 게임을 찾아보고, 형은 '임진록 2+ 조선의 반격'을 저는 학교 신문 광고에서 보던 '주타이쿤'을 사달라고 말했고,

처음 패키지를 받았던 때의 설렘과 그 기쁨은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인터넷은 P2P의 시대로 옵니다.

당나귀부터 클럽박스, 프루나 등 다양한 P2P들 이 나오게 되었고, 그에 따라 불법 복제 게임의 접근성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저도 그 당시 소위 말하는 '복돌이'로 각종 게임을 불법 다운로드 하였고, '이게 왜 문제가 돼?'라는 생각으로 정말 많은 불법 게임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게임을 얘기할때 마음 속 어딘지 모르게 창피한 감정이 남아있었습니다. '이 게임 어디서 구할 수 있어?' 라는 질문에 '아 OOO

에서 다운로드 가능해'라고 대답할 때의 그 찝찝함 만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정품을 구매해야지' 라는 마음은 갖고 있었으나 정품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조금은 어려웠습니다.

제 게임 생활은 그러나 '스팀'을 만나고 180도 바꼈습니다. 가장 큰 계기는 역시 '험블번들'의 EA번들이었습니다. 단 돈 1달러면 정말 재밌게 했던 게임들을 정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당시 최고 티어를 구매 대행으로 구했습니다. 처음으로 스팀 라이브러리를 보며, 나도 이제 정품 유저라는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각종 게임들을 할인할 때면, 바로바로 구매해서 하곤 했습니다.

아주 잠깐의 즐거웠던 시간이 지나 다시 저는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정말 깊은 갈등이 되었습니다. 다시 복돌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마음만은 떳떳한 정품 유저로 남을지 입니다. 저는 고민을 했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랑하기에 떠나 보낸다'는 연애에 대한 말 같지도 않은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스카이림', 'GTA5', '폴아웃4', '툼 레이더 라이즈', '위쳐 3', '둠' 등등 정말 수많은 게임들을 떠나보냈습니다. 물론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러 이기에 일단 눈을 한국 온라인 게임으로 돌려보았으나, 이내 만족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지금의 저는 게임이 소중한 가치이기에 더욱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존중 하는 만큼 복돌이 되느니 차라리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처음 게임을 샀을 때처럼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 목록들을 다시 채워나가는 기쁨을 누리고, 떳떳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금은 참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