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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찌질한 내 구남친 새끼.
게시물ID : gomin_108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찌질찌질
추천 : 13
조회수 : 303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1/01/08 10:28:06
내가 살면서 듣고 겪은 사람들 중에 가장 찌질하고 비열했던 사람이 내 구남친이었음.

남녀분쟁따위나 일으키자고 이런 글 쓰는 것 아니고, 그냥 가끔씩 혼자 있을 때나, 베오베였나 베스트에 간 남자친구한테 차였는데 자존심 버리고 붙잡았다는 글 읽을 때면, 그 때 구남친과 만날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화딱지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냥 배설하는 거임.
 
세상에 모든 남자가 그렇지 않다는 것 알고, 내가 만난 찌질한 그 구남친에 한해서 배설하는 글이니, 함부로 일반화 시키지 말아라 모든 남자들은 안그렇다, 어쩌구 저쩌구 분쟁 조장용 리플이 달리지 않길 진심으로 바람.

아무튼, 아직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이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남자는 정말 여자 하기 나름인 것 같음. 그리고 또 한가지는, 스스로를 가치있고 소중하게 생각치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가치있고 소중하게 대해주지 않는 다는 것. 누군가에게 자존심 상할만한 대접을 받고 있으면, 한번쯤 내가 내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 생각해보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상한 남자를 만나서 돈 뜯기고 맘 아파서 우는 여자들, 그 여자들이 나는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음. 그리고 된장녀 만나서 울분 토하는 남자들도 여자 얼굴보고 달려드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음. 이상한 사람 만나서 우는 여자도 남자도, 가만보면 이성을 만난 경험이 많이 없고, 아직 세상에 대해 순수한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생각함. 

아무튼, 서론은 이쯤 그만하고, 내 찌질했던 구남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내 구남친은 오타쿠같이 생겼었음. 진짜 오타쿠는 아니었고, 그냥 단지 그렇게 생겼었음. ㅋㅋㅋ 안경을 안써서 그렇지 안경만 쓰면, 음.. 예전에 박성훈 작가가 그린 콩가루에 나오는 덕후삼촌이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됨. 인물은 진짜 안습이었음. 같은 고등학교 졸업한 선배였는데 학교 다닐 때 친하지도 않았고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서로 메신저를 알게 되서 이야기 하다가 가까워졌고, 구남친이 먼저 고백을 해서 만나게 됐었음. 

생긴건 진짜 아니었는데, 내가 별로 남자 인물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이런 말 여기서 하면 루저녀 취급 받을까 무섭지만, 키가 참 컸음. 186이었나 그랬었음. 내가 여자치고 무지 큰 편이라, (172 정도 됨) 왠만한 남자 옆에 있으면 힐을 신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내 구남친이랑 있으면 내가 힐을 신고도 올려다 볼 수 있고, 옆에 있으면 어쩐지 보호 받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그 덕후삼촌같이 생긴 외모에도 만났음. 고등학교 때 소문이 별로 안좋긴 했었는데, 그래도 이야기 하다보니 그 소문이 그냥 소문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인데다 말도 통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래서 사귀기로 결심했었음.

사귀고 한 백일정도는 참 좋았음. 생긴건 좀 그렇긴 했어도, 내가 예뻤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나 예쁘단 소리 많이 듣고 다님.. 사실임.. 진짜임..) 남들 시선이 부끄럽지도 않았고,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 처럼 나한테 굉장히 잘해줬었음. 지금 생각하면, 또 지금 내 남친이랑 비교하자면 내 구남친이 그렇게 잘해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를 거의 처음 사귀다시피 한 나는 그때 내 구남친이 진짜 나에게 헌신적으로 잘해준다고 생각했었음. 구남친이랑 보내는 시간이 좋았고, 앉아서 맛있는 것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런게 너무 좋아서 진짜 하루종일 일주일내내 내 구남친과 붙어다니다 시피 했었음. 그러다보니, 내가 구남친을 만나기전에 어울려 지냈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비례해서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백일을 지내다보니, 내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남자친구 생기니 친구들은 버리는 천하의 의리없는 나쁜년이 되어있었음. 그래도 그때는 아무렴 좋았음. 친구들이야 내가 다시 다가가서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잘지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보다 그냥 나는 내 구남친이랑 있는 게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년된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음. 언제까지 내 구남친이 내 옆에 있어준다면, 내 주위에 다른 사람은 필요없다고 생각했었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돌은년이었음.

아무튼, 내가 저런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행동도 자연스레 구남친에게 헌신적으로 바뀌어갔고, 그러면서 나는 내 구남친에게 점점 만만하고 함부로 해도 되는 하찮은 존재로 변해갔음.
가장 먼저 변하기 시작한건, 돈 문제였음. 인터넷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한번쯤은 다들 '남자는 앞에 있는 여자가 좋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 는 말 들어보지 않았음? 진짜인 것 같음. 남자는 내 여자가 좋으면 간도 쓸개도 빼줄 수 있는 사람들인데, 까짓 돈 정도는 지갑사정이 어떻든간에 팍팍 쓰려고 하는게 남자인 것 같음. 물론, 그걸 악용해먹는 여자들도 있고, 그런 여자들은 욕먹어 싸지만. 

아무튼간에, 백일을 기점으로, 점점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기 시작했음. 그전에는 5:5 뿜빠이 칼이었음. 뭐 괜찮았음. 사실 내가 좀 사는 집 딸이라 또래 애들보다 용돈을 더 여유있게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데이트비용 좀 더 부담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음. 비싼거든 싼거든 마실거든 먹을거든, 뭐든지 뭘 하고 나면 계산서는 점점 내 차지가 되었고, 나도 너무 자연스럽게 돈을 냈음. 점점 데이트 비용 부담은 5:5 에서 6:4 로, 8:2로 9:1로 내 몫이 늘어가게 됐음. 웃긴건, 구남친이랑 만나면서, 돈은 내가 거의 다 내는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던 적은 거의 없었음. 밥도 구남친이 먹고 싶은거, 영화도 구남친이 보고 싶은거. 심지어 내 생일날에도, 구남친이 하고 싶은 거 했음.

또 한가지는, 난 커피를 참 좋아함. 그래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자주 마심. 스타벅스 커피도 좋고, 이름없는 가게의 테이크 아웃 커피도 좋아함. 그런데 내 구남친은 커피도 싫어하고 스타벅스를 증오했음. 왜 그런지는 모르겠음. 그래서 나는 내 돈으로 커피 사먹는데도, 구남친 눈치를 봤음. "오빠 나 스타벅스가서 커피 한잔만 사오면 안돼? 얼른 사올게. 진짜 미안해." 라고 하면서. 지금 생각하면 난 정말 병신이었음. ㅋㅋ

점점 구남친은 지돈은 지돈 내돈도 지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고, 시간이 갈 수록 데이트 비용을 넘어서서, 물질적인걸 요구하기 시작했음. 간접적이고 또 직접적이게. 한번은 내가 그때 중학생이었던 동생 생일선물로 한참 유행하던 psp 를 사줄려고 했었음. 근데 내가 그런 전자기기에 대해 잘 모르고, 또 하도 여자 혼자 그런거 사러가면 사기당하고 그런다길래, 내 구남친이랑 같이 갔었음. 결국 사서 나오는데, 자기도 가지고 싶다고, 자기도 가지고 싶다고, 계속 쉬지도 않고 옆에서, "00 (내 동생이름) 은 좋겠다. 나도 그거 진짜 가지고 싶었는데. 아, 진짜 가지고 싶다." 이러는거임. 그 때는 나도 미친년이라, 계속 가지고 싶다고 하는게 마음에 걸려서 결국 그 다음주에 하나 사줌. 완전 좋아했음. ㅋㅋ 그 것 외에도, 아이팟도 가지고 싶다 해서 사다주고, 옷도 사다주고 화장품도 사다주고, 무슨 구남친이 "가지고 싶다" 라고 말하면, 사다 받쳤음. 그냥 그걸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나도 좋아서, 사줬음. 미친년이었음. ㅋㅋ

하다못해, 내 용돈도 반으로 나눠쓰기까지 했음. 말했다시피, 내가 용돈을 좀 넉넉하게 받음. 근데 어느날은 자기 돈이 한푼도 없다고, 빌빌거리는거임. 친구들이랑 만난다는데 돈이 없다고 만원만 달라하고, 이만원만 달라하고, 이러길래, 또 내 구남친이 친구들한테 빌빌거리고 얻어먹는 게 싫어서, 내 남은 용돈을 반으로 뚝 갈라 준적이 있음. 당연히 갚지 않고, 당연하게 받았음. 그 돈으로 뭘했는지는 잘 모르겠음. 왜냐면, 돈을 준 후에도 데이트 비용은 내가 냈으니깐. ㅋㅋㅋㅋㅋㅋ

아 돈 얘기 마저 하자면, 어쩌다 구남친이랑 면세점엘 가게 됐음. 근데 몇일 전에 내가 심심해서 점을 한번 봤음. 우리 동네 CGV에 영화 기다리는 시간에 토정비결이랑 타로카드점 이런거 봐주시는 분들한테. 내가 내 사주랑 구남친 사주 드리고 궁합봐달라니까, 그 분이 "니네 올해 안으로 헤어져." 하시는거임. 이어서 하시는 말이, "넌 걔 물주야. 너 돈 많이 쓰지?" 하시는 거임. 헐. 그 토정비결 책으로 보시는 거였는데, 진짜 신기했음. 그래서 암튼 그 말을 면세점에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구남친한테 했었음. 그러니까 기분 나빠하면서 막 역정을 냈음. "너 나한테 돈 쓰는게 그렇게 아까웠냐?" 막 이러는거임.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그런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바로 받아서 하는 말이, "그럼 나 옷 하나 사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때 아빠가 나 면세점에서 사고 싶은 거 사라고 돈을 좀 많이 주셨음. 그래서 내 지갑이 좀 낡아서 지갑하나 바꾸고, 엄마꺼랑 내꺼 화장품 좀 사려고 했는데, 옷을 사달라는 거임. 내가 좀 싫은 티를 냈더니, "거봐 아깝네. 아까워서 그러네." 하면서 계속 빈정대는게 아님? 결국은 20만원인가짜리 티 하나 사줌. 난 남은 돈으로 파우더 하나 삼. 나 돌은년임 진짜..

이쯤하면, 내 구남친이 보조금 받고 사는 어려운 이웃이라 데이트 비용도 못내고, 가지고 싶은거 스스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구남친은 나랑 만나기전에 지 주위 사람들한테 "나는 돈도 많고, 키도 크고, 대부분 다 갖췄는데, 여자만 없다" 라고 지껄이던 사람이었음. ㅋㅋ 고로 어려운 이웃이 아니었음. 근데 대부분 다 갖췄다는 말이 난 아직도 우스움. 머리도 뽕꾸라에다가 생긴게 일단 덕후삼촌인데, 갖추긴 뭘 대부분 다 갖춰. ㅋㅋㅋㅋ

암튼, 보통 돈을 쓰는 사람이 어떤 관계에서건 주최가 되기 마련인데, 나는 아니었음. 돈은 내가 쓰고도, 나는 구남친이 하자는 대로 해야했고, 구남친이 만나줄때만 만날 수 있었음. 만나기로 한 약속은 언제고 뒤집힐 수 있는 거였고, 구남친이 전화해서 두시간뒤에 보자, 하면 나가야했음. 왜냐하면, 구남친이 나오랄때 안나가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 거였기 때문에. 그래서 난 구남친이 나와! 하면 튀어나가야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구남친 이외의 어떤 사람도 만나기 힘들었음. 난 구남친이랑 있는게 더 좋았고, 구남친이 나오라고 할 때가 언제인지 모르니깐. 지금 돌아보면, 나는 구남친이 심심하고 돈 없을 때만 잠깐 만나서 밥 사주고 술 사주는 심심풀이 땅콩이었음. 


하루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음. 근데 그럴 친구가 더이상 내 주위에 없었음. 내 시간과 노력을 모두 구남친에게 받쳤으니, 그럴 만도 했음. 구남친도 처음 한 백일 동안은 나랑만 거의 만나느라고 친구들과 좀 멀어진 듯 했었지만, 다시 친해진 상태였었음.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거 같음. 남자는 목욕탕 가서 친해지고, 여자는 친해져야 목욕탕을 같이 간다는 말처럼, 남자는 술을 마시던 운동을 하던 무언가를 같이 하면서 친해지지만, 여자는 친해져야 밥도 같이 먹으러가고 쇼핑도 같이가고 수다도 같이 떨 수 있다는 거. 나도 구남친 만나기전에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구남친을 만나고나니 그 많던 사람들이 진짜 하나도 안남았었고, 소원해진 사이였어도 같이 술한번 먹고 게임한판 하면 다시 좀 가까워지는 남자들과 달리, 이미 멀어진 사이를 술 한잔 한다고 가까워질리 없는 여자들의 특성상, 나는 그 때 외톨이였었음. 그래서 밤새도록 수다떨고 놀던 그 친구들이 다 없어지고, 전화해서 한 십오분 울면서 하소연 할 사람도 없었음. 정말 외로워서 내가 구남친에게 더 헌신하고 매달렸는지도 모르겠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튼, 하소연할 친구도 없는게 너무 외로워서 하루는 구남친을 만나자마자 눈물이 막 나오기 시작했음. 그래서 그냥 아무말없이 좀 울었음. 그러니까 짜증나게 왜 우냐면서 뒤돌아서 가버렸음. 그 자리에서 한시간인가 혼자 더 울다가, 나도 집에 혼자 갔던 적이 있었음. 또 하루는, 구남친에게 우스갯소리로, 난 오빠가 안놀아주면 누가 놀아주나~ 하니깐, 인상을 팍 쓰면서, "니 성격이 그 따위니까 친구가 없지. 니가 그따위로 구는데 누가 너한테 다가오겠냐?" 하면서 훈계하고 비웃고, 그랬었음. 돌아보면, 내가 구남친한테 들었던 말 중에, 정말 가장 맥빠지고 자존심상하고 맘 아팠던 말이었음. 나 그새끼 만나기 전까진 정말 그런 애 아니었는데.

또 하루는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삼십분이 지나도 안오길래 전화를 해보니 안받는 거였음, 문자도 안돼고. 그래서 계속 전화를 하니까 약속시간 한 한시간이 지날쯤해서 받음. 자고 있었다고 했음. ㅋㅋ 나보고 자기 졸리니깐 그냥 집에 가래서 내가 싫다고 그러니깐 결국 나오긴 했는데, 원래 만나기로 했던 시간보다 한 두시간이 지나있었음. 나한테 미안하다고 당연히 안했음. 구남친에게 그런건 미안한 일이 아니었음. 왜냐면 자기는 만나"주는" 사람이고, 나는 만나"달라고" 구걸하는 입장이었으니까.

한가지 더 비참했던 이야기를 하자면, 어느날은 자기 집에와서 청소를 좀 해달라는 거임. 자기 부모님이 2주동안인가 여행을 가셨는데, 돌아오실 때가 됐다고. 난 또 바보같이 쫄래쫄래 갔음. 갔더니, 세상에 돼지우리도 이런 돼지우리가 없음.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곰팡이가 피고, 빨래거리도 산더미에다가 진짜 혀가 다 내둘러졌음. 나 사실, 내 방청소도 내 손으로 안하고 살았음.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만 해주러 오는 아주머니가 따로 계시는데, 그 아주머니가 해주셔서, 나는 여지껏 설거지한번 내 방청소한번 내 손으로 한적이 없이 산 사람이었음. 근데, 그 많은 설거지를 내가 다 하고, 청소도 내가 다했음. 한 세시간 걸렸던 것 같음. 그 동안 구남친은 뭐했냐고? ㅋㅋ 낮잠잤음. 청소 다 하고 깨우니까, 라면하나 끓여줬음. 그거 먹고 집에 오는데, 내가 지 집 청소해주고 가는 건데도, 택시 타는 거 보는 건 커녕, 그냥 지네 집 문앞에서 "잘가." 하고 날 보냈음. ㅋㅋ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가 간다고 해도, 나가는 것 보고 들어오는 게 매너아님? 암튼, 나는 내 집에서도 안하는 청소와 설거지를 세시간씩이나 하고, 구남친이 끓여주신 라면에 성은이 망극해하며 감사하게 먹고 집에 왔음. ㅋㅋㅋㅋ 미친년. 


더 황당한건, 만난지 한 200일이 좀 넘으니까 한번 하자고 장난아니게 졸라대는 거였음. 난 처음이었고, 여자의 촉으로 지금 이 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들고, 이상하게도 너무너무 거부감이 들어서, 내가 한사코 거절했음. 이것만큼은 내가 확실히 하자 싶어서, 단호하게 싫다고 거절을 했었음.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남. 근데 중요한건, 물러나면서 "내가 니가 싫다해서 안하니깐, 넌 나한테 알아서 기고, 내가 하라대로 해." 라는 마음 심보로 나한테 막대했음.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하기 싫을 수도 있는 건데, 나는 나를 또 아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은이 망극했음. 그래서 더 하녀처럼 굴었음. 그 덕후삼촌한테.

심지어 지 친구들앞에서 나한테 소리를 바락바락 지른적도 있음. 내가 자기한테 전화 계속 건다는 이유로, 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하지마! 나 바빠! 끊어!" 하고 끊는데, 그 한 10초 동안 뒤에서 여자 웃음소리, 남자들 웃음소리가 한데 들렸음. 그 날 아, 이런게 비참한 느낌이구나, 했었음.


그렇게, 돈은 돈대로 쓰고, 하루에 전화는 커녕 문자 답장도 한통 못받을 때가 많고, 맨날 울고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음. 여자의 촉이란 건 진짜 있는 모양임. 어떤지, 다른 여자가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그냥은 아니고, 내가 구남친 싸이를 들어갔는데, 어떤 여자가 일촌평을 계속 남기는거임. 일촌평도 일촌명도 별로 이상할 건 없었는데, 어쩐지 왠지 저 여자랑 뭔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그 무렵에, 구남친이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핸드폰을 새로 샀음. 그 전 핸드폰 번호가 나랑 뒷 번호를 맞춘번호였는데, 어느날 홀연히 바꿔버렸음. 섭섭했지만, 뭐 약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음. 

그러다 어느날 또 내가 구걸해서 한번 만났는데, 그 전날 내 구남친이 전화도 일절 안받고, 문자도 단 한통도 답장을 안했었음. 내가 무슨일 있었냐고 물으니까, 뭐 바빴고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괜히 갑자기 생전 안하던 핸드폰 검사를 하고 싶은 거임. 그래서 내가 바꾼 핸드폰 구경좀 한다고 달라니까 순순히 줬음. 내가 생전 핸드폰 검사 같은거 안하니까, 지도 별 의심없이 줬던 것 같음. 핸드폰 구경이고 뭐고 통화목록을 보니까 전부 그 여자 이름임. 문자를 봤음. 나한테는 내가 열통 보내면 한 한시간쯤있다가 "00" 이런걸로 한통 보내던 사람이, 이 여자한테는 문자받자마자 바로 보내는데 가관이었음. "모해ㅠㅠ" "밥 먹었어?ㅠㅠ" 이런 문자가 한 몇십통이 있었던 것 같음. 지금생각하면 웃김. ㅋㅋ 모해? 밥 먹었어? 이게 슬픈 내용임? ㅋㅋ 뭔놈의 ㅠㅠ 를 그렇게나 붙여댔는지. ㅋㅋ 지 나름 친절해보일라고 그런 것 같음. 암튼, 그 전날에 내가 전화를 많이하고 문자도 엄청 했는데, 단 한통도 답장없고 전화도 일절없던 사람이, 다른 여자한테 그러고 있었던 거임.

싸웠음. 근데 당당하게 그러는 거임. 나 그 여자 좋아한다고. 웃긴건 그 여자는 남자친구도 있는 여자임. ㅋㅋ 보니까 그냥 내 구남친이 자기 좋아하니까 그냥 좀 받아주고, 자기 남자친구랑 싸우거나 좀 짜증날때 괜히 전화해서 위로받고 그런 식인 것 같은데, 내 구남친은 당당하게 자긴 그 여자가 좋다고 나한테 그랬음. 그리고, 왜 남의 핸드폰을 훔쳐보냐고 지가 더 당당했음. 그리고 헤어지자고 나한테 거의 쌍욕 수준의 말을 퍼붓고 집에 가버렸음.

그 때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내가 미쳤지, 베오베 간 여자분 글처럼,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잡았음. 진짜 구질구질하게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고 구걸했음. 결국 다시 사겨"줬"음, 구남친이. 근데 그렇게 폭풍 자존심 버리고 잡고 나니까, 이상하게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음. 울고 불고 하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지금 뭐한거지?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점점 스스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음. 그리고 구남친을 만났는데, 내가 좀 뻣뻣하게 구니깐, 바로 하는 말이, "니가 내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해주는데, 너 왜 그렇게 짜증나게 굴어?" 이런 말이었음. 예전같았으면, 얼른 행동 시정했을텐데,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가 않았음. 그리고 한 한달정도를 만나지 않았음. 어차피 내가 구걸해야 만나는 거였으니, 내가 구걸 안하면 안만나는 거니까 딱히 피하고 그럴 필요도 없었음. 그렇게 한 한달쯤 지나니까 먼저 연락이 왔음. 만나자고. 

그래서 만났음. 그게 진짜 우리의 마지막 날이었음. 갔는데, 내 구남친은 여전한 내 뻣뻣한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았나봄. 나는 하녀처럼 똥꼬라도 빨 기세로 눈치보며 있어야하는 존재인데, 그렇지 않은 모습에 심기가 불편했나봄. 그때까지, 우린 한번도 안했었는데, 이 새끼가 작정하고 나온 모양인지, 디비디방에 데리고 들어갔음. 원래같았으면 그런데는 안갈려고 뻗댔을텐데, 그 날은 나도 무의식중에 작정을 했는지 순순히 따라들어갔음. 근데 그새끼 들어가서 억지로 할려 그러는거임. 내가 그때, 내 위에 올라타려고 하는 그 새끼 진짜 내가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뻥 차버리고, 싸대가 후려치고, 씹새끼야 꺼지라고, 그러고 반지를 빼서 그 새끼 면상에 던졌음. 그 커플링 뿜빠이 한건데, 내가 심지어 2만원 더 주고 맞춘건데, 이것도 가져가라 거지새끼야 하는 마음으로 내 처음으로 그 새끼한테 쌍욕 부어주고 나왔음.

그리고 집에 왔음. 뭔가 마음이 아팠는데, 시원하기도 했음. 그리고 난 영원히 끝인 줄 알았음. 근데, 이새끼, 그 날부터 한 2주동안 전화가옴. 번호 바꿨음. 메신저에서도 그 새끼 지우고, 일촌도 끊고 싸이 도메인도 바꿨음. 그러니까 이메일이 옴. 미안하다, 보고싶다, 이런 말들이었음. 근데 나도 정신을 들 차린건지, 그런걸 보고 있으니까 또 마음이 동하는 거임. 그래서 조금 더 두고 보자 싶어서, 나도 대꾸를 해줬음. 그리고 헤어진날로부터 보름 후가 무슨 기념일인가 그랬는데, 내가 평소에 내가 해줬던 것에 비하면 진짜 싸구려지만, 그래도 작은 걸 하나 사서 구남친한테 퀵으로 보냈음. 어쩐지, 관계가 회복되서 나도 다른 여자애들처럼 사랑받고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 남았었나 봄. 근데, 이 새끼가 선물 받았다는 전화가 안옴. 연락이 안옴. 

내가 되려, 혹시 중간에 뭐 잘못됐나? 왜 연락이 안오지 싶어서, 선물 받았냐고 전화를 했음. 안 받음. 몇번 하니까 그제서야 전화 받아서는, 선물 받았다고 함. 그 때부터 다시 예전처럼 그 귀찮은 말투로 나한테 전화 끊자고 종용함. 그 때 알았음. 아, 이 새끼는 내가 보고싶었던 게 아니라,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기념일 선물은 마지막으로 챙기고 싶어 그랬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진짜 정머리가 다 떨어졌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새끼가 덧붙였던 말이 더 가관임. 내가 자기한테 선물 보내니까, 내가 다시 예전에 그 하녀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나 봄. 하는 말이, "너 다시 나랑 만나고 싶지. 난 그래도 그 여자 아직 다 못잊었어. 그래도 니가 날 아직 사랑하고 나랑 만나고 싶다면, 지금 우리집으로 와서 나랑 해. 지금 집 비었어. 아님 내가 그 쪽으로 갈까? 싫으면 나랑 만날 생각하지마." 아직도 기억함, 저 말은. 그 때 진짜, 내가 그 새끼한테 화나는 것도 화나는 거지만, 저런 말을 듣게끔 행동했던 내 자신에게 역겹고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었음. 욕하고 끊었음. 

그 후로 나는 다시 정신 제대로 차리고 다시 내 생활로 돌아옴.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 주위에 정말 좋은 친구들이 참 많았다는 걸 깨달았음. 그렇게 아주 잘 살고 있었는데, 이 새끼한테 가끔씩 전화가 왔음. 핸드폰 번호를 모르니, 이젠 집으로 왔음. 무 자르듯 잘라버렸음. 그리고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거나 마주친 적도 없지만, 간간히 소식은 들음. 원래 얘가 잘하는 것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상찌질이었는데, 역시나 학교는 졸업은 했는지 어쨌는지, 그냥 저냥 찌질하게 사는 것 같음. 
요즘 운동하면서 아내의 유혹 하던거 다운받아서 다시 보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있으니 나도 점이나 하나찍고 가서 진짜 복수 된통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음. 근데, 실제로는 그럴 수 없는 일이고, 한 오년 후 쯤 만났으면 좋겠음. 분명 그 새끼는 지금보다 더 찌질하고 구역질나게 살고 있을거고, 난 자만할 수 없지만 그래도 미래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으니, 내가 잘 되면 한번 만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비웃어주고 싶음. 그 때되면 다들 결혼하거나 할 때 쯤 됐으니, 도대체 어떤 여자랑 결혼하는지 보고, 그 새끼 인생자체를 좀 비웃어주고 동정해주고 싶음.


아, 시원하다. 

내가 이런 긴 배설글 쓴 건, 사실, 내 주위의 누구도 내 이런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없음. 그 새끼랑 사귈 땐, 말했다시피 친구들이 다 떠나가서 이런 말 할 사람조차 없었고, 헤어지고 난 후에 정신차리고 나니까, 이런말 하기가 쪽팔려서 못했음. 근데, 한번씩 이렇게 혼자 있을 때마다 울컥울컥 뭐가 속에서 올라와서 한번씩 분노에 휩싸이곤 했었음. 그래서 그냥 내 속이나 편하자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외치듯이 배설하고 감.


마무리하면서, 사랑을 처음하는 친구들한테 한마디만 하고 싶음.

말했다시피, 나는 바보가 아님. 어디 덜떨어진 것도 아니고, 어디 나가면 예쁘다는 말도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귀에 딱지 앉도록 듣고, 매년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는 내 앞가림 정확히 하고 다니는 사람임.
근데, 그런 사람도 사랑을 처음 하고, 처음 누군가에게 마음을 뺐기면, 순수한 마음에 저런 일을 겪을 수도 있는 것 같음. 처음 마음을 준 사람이 정말 착하고 멋진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또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으니, 내가 만났던 것 같이 쓰레기를 만날 수도 있음. 이미 데어본 나는, 그래 한번 크게 데어봐야 인생공부도 하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사실 내 생각으론 구지 똥을 밟아봐야만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그리고, 지금 예전의 내 모습을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서 빨리 정신차리길 바람. 지금 내가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좀 더 내 자신을 사랑하고, 뭔가 부당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싶을 때 내가 더 단호하고 확실한 모습을 보였다면, 아무리 쓰레기같은 내 구남친이라 해도, 나를 저렇게 까지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을거라고 봄. 일단은 내 구남친이 인간쓰레기였지만, 내가 상병신이었다는 것도 내가 저런 취급을 일년반이 조금 넘도록 당한 큰 이유중에 하나였음.

섹스엔더시티 첫번째 영화를 보면, 자기가 가지고 싶었던 반지를 사온 남자친구에게 사만다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했던 대사가 있음. "널 사랑하지만, 난 나를 더 사랑해."

맞는 말 같음. 내가 나를 사랑해온 시간은 벌써 이십년이 훌쩍 넘었는데, 겨우 몇달, 몇년 만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하고 헌신한다는 게 웃기지 않음? 그 시간과 노력으로 자신에게 더 투자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는 게 현명한 일인 것 같음. 그리고, 그렇게 발전해서 더 멋진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도 날 배려하고 가치있게 대해주고, 온전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음. 왜냐면, 찌질한 구남친이랑 보냈던 그 때보다 훨씬 많이 성장한 나는 지금 키는 구남친보다 작지만, 더 큰 남자와 진짜 사랑을 하고 있으니깐.


아, 오늘의 배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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