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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쓰레기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0934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FjZ
추천 : 3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4/05/19 18:07:32

 저는 제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고 매일매일 우울감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저는 괜히 쓸데 없는 오락거리에 정신이 팔려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외면하고 제 살길만 찾으며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저는 돈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비전없는 길을 자꾸만 택해서 스물다섯, 취업을 해야할 이 나이가 되도록 변변찮은 능력도 갖추질 못했습니다.
 저는 툭하면 포기하고 툭하면 달아났습니다.
 저는 남들이 다 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영어 공부도, 자격증도, 이력서를 여러군데 넣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이 너무나 두텁다며 투덜거리는 머저리입니다.
 저는 자기 반성이 아닌 자기 비하밖에 할 줄 모르는 병신입니다.
 저는 힘들고 아플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부터 먼저하는 도피할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는 못난 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못한다며 매일 뒤로 빼는 그런 파렴치한 인간입니다.
 저는 집안 형편을 불평만 할 줄 알았지 제가 나서서 바꿔주려는 노력은 한 적도 없는 멍청이입니다.
 저는 세상이 잘못한 것이지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는 얼척없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저는 누군가 나를 구해주기를, 혹은 복권이라도 당첨되기를, 혹은 과거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쓸데없는 공상이나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 자신의 가능성과 힘을 너무 과신했고, 정작 필요한 때에는 제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늘상 매몰차게 대하고 그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나쁜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능력없고 멍청한 제 자신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쉬운 일, 하기 편한 일만 찾으려고 애쓰는 멍청이입니다.
 저는 이상에만 사로 잡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둔한 인간입니다.
 저는 세상 사람들이 이런 사람을 쓰레기, 혹은 잉여, 혹은 나태한 머저리라고 표현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들이 다 넘을 수 있는 문턱조차 높다란 담벼락처럼 생각하는 착각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구원이라도 바라는 모양인지 여기에 이런 글이나 싸지르고 앉아 있습니다.
 저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으나, 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야할 것은 많지만, 무엇부터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들어보려고 아둥바둥거리고 그 말 한마디에 현실에 멍하니 안주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저는 충고를 원하지만, 사실은 그냥 추켜 올려주는 환관의 속삭임만을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 상황이 너무나도 커져서 저를 정신없이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저는 정말로 제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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