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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기억난 15년 전의 겨울밤
게시물ID : gomin_1350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나가는노인
추천 : 4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2/10 22:49:34
15년 전 겨울, 아버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절
연로하신 어머니는 젊으셨던 시절 수퍼마켓을 운영하실때 노동의 후유증인지 손목에 뼛조각이 굴러다니셨다
위로 누나 셋은 결혼해서 출가했고 집에 남은 자식은 아들인 나 하나
뼛조각을 제거해야 하는 수술을 받으셔야 했지만 집에 돈은 없고 하나뿐인 아들인 나는.. 졸업하고 직장이 없는 백수였다
당시 약 30여만원의 수술비가 부족해서 애를 태웠었고
왜였을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누나들에게 손을 내밀기 어려웠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수술을 목전에 두고서야 누나들이 10만원씩 각출해서 간신히 수술비를 완납했던 그날 어머니는 수술을 받으실 수 있었고
수술 후 병문안을 갔다가 면회시간이 지나 여자병실에 남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러운 울음을 참지 못해 끅끅거리며 울며 걸어가다가
집에 들어선 뒤 방에서 황소같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가장 크게 느꼇던 감정은 '무력함'이었던 것 같다
그깟 돈 30만원이 뭐라고.. 그걸 해결하지 못해 수술 직전에서야 간신히 수술비를 낼 수 있다니..
무력함.. 분노.. 원망.. 사람 참 이렇게까지 초라해질 수 있나 싶더라
 
당시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먹고살기 그닥 어렵지는 않다
벌이는 나쁘지 않지만 그닥 낭비하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매년 해외로 휴가도 떠나고 사고픈거 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뜻 돕지 못했던 그때의 누나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뭐 그럴 사정이 있었겠지, 이유도 기억 못하는 걸로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고게에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나 이렇게 힘들었어, 알아줘' 이렇게 투정부리고 싶어서는 아니다
정말 갑자기 문득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고 누군가에게 그냥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이며
기왕 얘기하고픈거, 지금 당장의 가슴앓이로 힘들어하는 오징어들에게 '힘내, 바닥이다 싶을때 치고 올라올 수 있는거야'라고 격려해주고 싶어서다
그냥 그뿐이다
힘내, 바닥까지 떨어지면 올라올 길밖에 없다는 말 그냥 나온 흰소리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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