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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사유 : 비만
게시물ID : gomin_1418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loria
추천 : 4
조회수 : 101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4/28 22:59:10
회식을 했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간 뒤에 사장이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씨 한테 할말이 있어 내가"라고 하길래
업무적인 불만인 줄 알고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살 좀 빼는게 좋을 거 같아"로 시작된 그의 말은
"나이가 아깝다", "아무래도 뚱뚱하면 날렵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느냐"로 귀결되어
결국 "넌 게으르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울컥 차올라 얼른 뒤로 삼킨 눈물이
입에 털어넣은 소주잔보다 더 썼다.
 
옆자리에 있던 사수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눈물을 꾹 참고 술을 따라 마셨다.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푸드코트에서 돈까스를 시키던 내게,
"튀김은 살찌는데 꼭 저런 것만 먹는다"고 했던 것도
보쌈집에서 보쌈을 먹는 내게 "비계를 떼고 먹어라"고 했던 것도
너는 잊었겠지만
나에겐 남아있었다.
 
나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였었다.
사진 없는 이력서도 아니었으며,
면접 없이 구두로 채용한 사람도 아니었다.
사진에 뽀샵을 한 것도 아니었고
면접날 내 살을 최대한 가리고자 노력한 적도 없었다.
 
나는, 면접을 보고 입사하여 오늘날까지
늘 그 모습이었는데
왜 나를 뽑은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가.
 
회식이 끝난 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동료가
'기분 나빠하지 마요. 기분 나쁘면 지는 거에요'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나는 '기분이 나쁜데 어떡해요? 저상황에서 기분이 좋을 수 있나요?'라고 되받아쳤다.
조금 날카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대답 역시 '기분 나쁠 수 있어요. 하지만..○○씨가 이해해야죠' 라는 말이었다.
분명 카톡이었는데, 텍스트가 조금은 차가웠다.
나는 '내가 그 상황에서 웃어넘기질 못해서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이 짜증났다면, 과연 누가 더 잘못이었나요' 라는 투로 카톡을 보내고
핸드폰을 꺼버렸다.
 
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
하루 12시간, 심할땐 15시간 일하고, 손에 쥐는 월급이 백만원도 채 안되는 사회초년생인 나는
그사람들한테 동료로써, 직원으로써도 존중받지 못했다.
퇴직을 하게 되면
퇴직사유에 비만이라고 적어야겠다.
뚱뚱해서 회사를 나올수밖에 없으니.
 
하늘이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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