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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1418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WAN
추천 : 1
조회수 : 2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9 02:45:27


친할아버지는 생전에 아픈곳 하나 없이 정정하셨습니다.
일흔 훨씬 넘은나이에도 운전을 몇시간씩 하고다니시고,
몇십년동안 새벽 해뜨기도 전에 약수터에 갔다오시는 분이셨습니다.
5년도 안된 그 짧은 시간사이에 할아버진 치매말기가 오셨고
확인차 해봤던 건강검진에서 할아버지의 병명은..
종이 한장을 채울정도로 이미 속이 엉망이십니다..
이미 외가의 어른들의 장례를 치뤄왔지만, 왜 이분만은 계속 건강히 그대로 계실거라 생각한건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단 한번도 손녀 버스 태우기 싫어서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당신께서 직접 차로 등교길을 한번도 빠짐없이 태워다주신 둘도없는 할아버지셨습니다.
첫손녀라고 어릴때부터 금이야옥이야 티나게 예뻐해주셨는데..
그럼에도 당신께 아무것도 해드린게 아직 없는 못난 손녀는 그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을 쓰다듬어만 드릴뿐이었네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지금 나는 그의 다가오는 죽음조차 외면하고싶어 미치겠습니다.
그저 저렇게 아프시다 다시 괜찮아지진 않으시려나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만 해댑니다.
기차여행은 커녕 내가 직접 차에 태워 운전도 못해드렸는데, 용돈 한푼도 아직 쥐어드리지 못했는데
그런 내 무능함이 죄책감으로 변하고 그게 밤마다 저를 괴롭히네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영정사진을 똑바로 못쳐다볼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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