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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기혼자님들 고민상담 부탁드립니다.
게시물ID : gomin_1434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RjY
추천 : 11
조회수 : 864회
댓글수 : 162개
등록시간 : 2015/05/19 04:38:45
재혼가정입니다.

저는 아이가 없고 그녀에게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사정이야 그냥 있을법한 그런 상황들이었습니다.
함께 살아 온지는, 그러니까 함께 생활하며 양육까지 직접 책임을 지게 된 것은 5년정도 된것 같구요.

그런데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혼인신고를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그냥 재정적인 문제, 집안사정등으로 인해서 그렇다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사람과 합의하에 시작된 혼인생활이지만 어찌보면 약간은 불안한 요소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게 괜찮았습니다.
아빠의 사랑을 못받고 자라던 아이들이었던지라 제가 해줄수 있는게 많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고 서로가 새출발이니 같은 실수 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밀월의 시간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히 예측된 문제들이었습니다.
원활하지 않은 부부관계, 아이들이 커가며 저와 충돌하는 문제, 마음으로는 친자식처럼 키우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를 나눈 가족과 제가 넘을수 없는 벽을 느끼는 순간등...
드라마처럼 일상에서 크고작은 마찰들이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는 저 세사람을 제가 가장으로서 대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 1년간 자주 다퉜습니다.
다툰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중요한것 몇가지 들자면

1.부부관계의 부재 : 이사람은 저와의 잠자리에 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피곤하고 살이 쪄서 힘들다라는 이유로 저에게서 등돌리고 살아온게 벌써 몇해. 대충 연중행사정도가 되어버렸고 그것도 제가 정말 적극적으로 들이대(?)야만 마지못해 응해주는 식이었지요.
언제부턴가 저도 포기하게 되었고 그냥 모니터속에만 사는 여자들을 바라보는게 제 성정체성의 모든게 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스킨쉽이나 사랑의 언어등은 저와는 상관이 없이 멀어졌습니다.

2.자식교육 문제 : 가장 심하게 다투는 부분입니다.
큰아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4년전에 처음부터 병원치료를 받아보게 하려 했지만 이사람과 마찰을 일으킵니다.
엄마된 입장에서 자식이 병원치료를 받아서 빨간딱지를 붙이고 인생을 살게 하느니 좀 더 좋아질지 모르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아이가 커가며 벌어지는 문제들을 모두 몸으로 받아내며 살기로 한 것이 저와 충돌한 것이지요.
치료받지 않고 살아간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병들게 될 것이라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엄마라는 멍에를 짊어진 순교자의 각오를 제가 꺾을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예상했던 대로 온가족 모두 지금은 아슬아슬 할 만큼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잘 버티던 둘째마저도 집밖으로 겉돌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솔직하고 다정하던 아이가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3. 가정의 분열 : 
저는 발버둥쳤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 했고 수없이 벽에 부딪히고 좌절하고 싸늘한 시선을 느꼈고 이제는 부부가 아닌 그냥 동업자에 아빠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이사람에게서 잘못했다 미안하다 말은 수백번 들은것 같습니다. 고쳐보겠다 노력하겠다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 노력이 24시간을 넘기는걸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날이면 또다시 스스로의 짜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하고 폭발하면 남이되고 그러다 어느순간 울고 또 미안하다 하고 그 날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반복되는 생활의 연속.
엄마는 아이들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아이들은 마음대로 외박하고 거짓말하고 숨기고...


어느 순간 번쩍 꿈이 깼습니다.
이사람은 혹시 나를 공짜로 이용할수 있는 노동자,보호자,기계정도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
사실상 내가 아니면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관공서업무,금융,거주문제까지 해결할 방법도 대책도, 능력도 없는 세사람이 나를 아빠라는 이름만 걸어서 세워놓고 가족인척만 하는건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고 부인으로 행동하지도 않지만 다들 마음속으로는 아빠라고 생각하고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그 기약없는 약속만 믿고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꿈꾸며 제 속옷 하나 못사입으면서도 일하고 염려해 주고 보호하고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생활이 계속될까요.
현실감도 없고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이사람이 장악한 집안에서 언젠가는 내가 나이가 들고 더이상 기력이 없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그야말로 골방 늙은이가 될고 말것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했습니다.
아이들은 제살길 찾아 떠날 것이고 이사람은 아이들편에 서서 사랑도 없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는 결국 소외되고 말것 같았습니다.
물론 밥은 먹여주고 가끔 외식도 시켜 주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사는게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다정한 부부.
살갖은 자식들.
모이면 즐거운 가정
그런걸 꿈꿔 왔지만 도저히 그런 날이 올것 같지는 않습니다. 5년동안 계속 멀어지기만 했지 가까워질 기미조차도 안보이네요.
만약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박하겠습니다.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이상적인 남편과 아빠가 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뿌듯해 할 만큼은 살아 왔습니다. 가정적이고 세심하고 다정하고 모범적인 아빠를 머리속으로 그려놓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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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균열이 오고 제 미래가 불투명해 지며 많은 생각을 하다 오늘 작정을 하고 말을 건냈습니다.

"내가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이야기해 왔지만 당신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나는 아내와 자식 모두에게 소외되는 상황이 더 심해지는것 같아. 인생을 살며 남자로서, 부모로서 누리거나 느껴볼 수 있는 그런 만족감이나 애착,동질감,소속감,가족애등을 내 인생에서는 가져보지 못할것 같다는 말이야.
당신과 아이들은 내가 그런 고민을 할때마다 내가 이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하지만 그건 나를 너무 비참하게 하는건 아닌가 싶어."

그리고 폭탄발언을 했습니다.

"차용증이나 계약서를 써줬으면 좋겠어.
내용은 이거야.
앞으로 5년간 당신이나 아이들이 나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될만한 행동'을 한다거나 '더이상 가정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만큼의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한다면 나에게 5,000만원을 주는거지. 변제?배상?위자료? 단어야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그리고 이 차용증이나 계약서는 당신과 나의 계약이고 큰아이가 연대보증을 서서 앞으로 딱 5년만 유효하고 만약 우리가 앞으로 5년동안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게 된다면 찢어버리고 없던 일로 하는거야. 5년동안 가정속에서 살게 해 줬으니 그 다음에는 그러지 않더라도 내가 그냥 헌신하며 살겠다는 뜻이야.
남들은 정식으로 혼인신고하고 살고 그런일이 있으면 재판을 통해 위자료라도 받을수 있지만 우리의 특수한 상황때문에(제가 아닌 이사람과 아이의 문제) 혼인신고를 못하고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고, 그런데 만약 이러다 내가 더이상 못버티는 상황이 온다면 그동안 집안을 유지해온 내 노력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말그대로 입은 옷만 가지고 길거리에 나앉게 될것만 같아.
사실 5000만원도 그냥 명목상의 금액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내가 지금부터 앞으로 당신과 아이들에게 5년동안 5000만원만 벌어다 주겠어? 그보다 훨씬 크겠지.
단지 이런 강제력이나 내가 정말 떨궈져 나갈 경우에 대한 '내 스스로에 대한 보험'이자 '세사람이 가지는 책임감'의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줘."


이사람은 쇼크를 받은것 같습니다.

기가막혀 하다가 징징 울다가 말도 안된다고 버티다가 어느 순간에는 큰애 이름을 빼고 자신과 1:1로만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사람 앞으로 된 재산 하나도 없고 신불인 이사람과 하는 계약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그냥 종이쪼가리일 뿐이라서 저는 일단 거부했습니다.

"남들도 결혼할때 자주 하는 혼인계약서같은 것이고 평생 하자는것도 아니고 앞으로 5년만 잘 지켜주면 찢어버리는건데 왜 거부하지? 당신은 그럼 앞으로 5년동안 스스로 변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반 부부라면 이혼사유가 될만한 일을 앞으로도 거리낌없이 계속하겠다는 말인가? 만약 그런 공증이나 요식행위가 껄끄럽다면 차라리 부부 별산제를 하자. 내가 버는 돈은 내가 관리하고(현재 이사람과 같은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 필요한 금액은 공동부담해서 하는걸로 하자.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앞으로 문제가 생길경우 내 앞가림정도는 할수 있겠지. 그것도 딱 5년만 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수입관리를 지금처럼 당신에게 넘길게."

이것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길고 장황하게 쓴 글이라 정확하게 내용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사람은 이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일에서도 손을 떼고 칩거모드로 돌아섰습니다.

제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싶은 것이
1.제가 잘 살고 있는걸까요?
2.제가 이사람에게 요구한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두가지입니다.

쉽지 않을거라 충분히 예상하고 시작한 새살림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정도라면 어떻게든 참아 내고 헌신하겠지만 인내의 레벨을 넘어선 소외감과 남자로서 한번쯤은 살아볼만한 가치의 모든것을 부정당하면서 이제는 이 가족 안에서 내가 있어야 할 가치가 불투명해 진 상황입니다.
전 그냥 돈버는 기계가 아닌 사랑을 나누는 부부이자 따뜻한 아빠이고 싶었습니다.
나쁘거나 못된 사람은 아니지만 무기력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아내와
중2병같은 반발과 폭발의 사춘기만 10년넘게 겪는 큰아이와
이제는 지쳐 밖으로 돌며 거짓말에 익숙해져 버린 작은아이
이 세사람을 제가 어떻게 견뎌내고 이끌어야 할까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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