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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복수극 - 세번째
게시물ID : gomin_1455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어납니다
추천 : 2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4 21:01:11
 첫번째 글  http://todayhumor.com/?gomin_1455478  
 두번째 글  http://todayhumor.com/?gomin_1455552
 
 
쓰다보니 자꾸 길어지네요.... -_-;;
 
바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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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떠나기 전에 구멍이 부부를 잠시 만났었습니다.
그동안 덕분에 즐겁게 지냈다고, 그여자와는 헤어졌다고 말해줬습니다.
구멍이는 아무말 없이 잘 다녀오라고만 하더라구요.
 
 
호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하늘을 보며
1년간 건강하게 무사히 지내다 귀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간 호주는 신세계였습니다.
모든게 다 새로웠고 모든게 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너무나 외로워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마 빡센 영어공부가 외로움을 달래주었습니다.
 
호주에 가면 다들 그렇듯 저도 모바일을 하나 개통했습니다.
서로서로 외로운 사람들끼리 연락은 하고 지내야죠.
혹시나 친구들이 연락하지 않을까 싶어서 싸이월드 홈피에 호주 모바일 번호도 적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피도 눈물도 없더군요 ㅠㅠ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더라는 ;;;;
 
 
 
호주에 건너간지 반년쯤 지난 어느날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전화는 항상 이상한 번호로 오거든요.
'헬로~'
'오빠 나야....'
그녀가 전화를 했습니다.
제 싸이홈피에 적어놓은 모바일 번호를 보고 전화를 한거였습니다..... 빌어먹을 싸이월드......
 
저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가
'할말 다 했으면 끊자' 하고는 그냥 끊어버렸는데
조금있다가 다시 전화가 와서는 울면서 보고싶다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빌더군요.
개소리하지말고 잊으라고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 끊어버렸죠.
 
그 후로 몇일에 한번씩 계속 전화해서는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울면서 전화하는 통에 저도 마음이 약해져서
앞으로 6개월 후면 한국에 들어가니까, 일단 한국에 가면 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보시면 알겠지만, 좀 많이 외롭거든요.....
 
그래서 저도 다시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같이 지내던 중국 친구와도 그녀 이야기를 하고
가끔 그녀의 싸이홈피에 들어가서 뭐하고 지내는지 사진 구경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그녀의 싸이홈피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사진을 보던 중
인사동의 어느 가게 쇼윈도 앞에서 이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쇼윈도에 비친 그녀의 맞은편에 어떤 남자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죠.
그놈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하더군요.
바람피우냐고 물었더니... 너무 외로워서 잠깐 만난거랍니다.
후.....
쇼윈도에 비친 그놈은 같은 은행 과장놈이었더랬습니다.
 
저는 호주에서 좋은분을 만나서 아르바이트로 투어가이드를 했었습니다.
그 알바는 나름 수입이 괜찮아서 조금씩 저금을 할 수 있었는데
그 돈을 조금씩 모아서 한국에 들어갈때 조그만 명품 가방을 하나 사주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녀는 저에게 배신감을 안겨줬습니다.
 
그 배신감에 치를 떨며 저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쌍욕을 했고
한국에서 혹시나 마주치지 말라고.... 혹시 마주치면 죽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배신을 당했지만....
호주는 머나먼 타국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서....
그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을 놓을것 같아서....
남은기간동안 죽어라 공부하여 멜번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받고 귀국하였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 생애에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구멍이 부부를 만났습니다.
제수씨가 큰 인형을 하나 부탁했거든요.
제수씨는, 그여자가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정직원이 되었고
같은지점의 그 과장놈이랑 결혼을 했다고 말해주더군요.
 
한국에 와서는 이런저런 정리할것도 새로운 일을 펼칠것도 바빠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더 흐르고 나니
나름 돈도 모여서 차도 사고 전셋집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연애를 하게 되었죠.
 
그당시 일하던 직장에서는 월급을 하필 그여자가 다니는 은행으로 입금해 주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 은행으로 계좌를 개설했고, 거래의 편의를 위해 제 핸드폰 번호로 이체를 할 수 있게 평생계좌를 걸어두었습니다.
 
 
 
와이프와 연애를 하고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일하던 도중에, 어디서 많이 보던 번호인데 통 모르겠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여자였습니다.
이미 기억에서 지워진 여자였는데, 막상 목소리를 들으니 열이 받더군요.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냐고 물어봤더니 제 월급통장의 평생계좌번호를 보고 전화한거랍니다.
내 동의도 없이 정보를 막 뒤져도 되는거냐고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를 한번 만나고 싶다는겁니다.... 이미 결혼도 했고 아들도 낳고 사는 여자가....
도대체 왜 나를 만나고 싶냐고, 나를 만나면 내가 웃으면서 너를 볼거같냐고 했더니 할 말이 있답니다.
전화로 하기는 좀 그렇고 꼭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몇일을 고민하다가 지금 와이프한테는 비밀로 하고 만나러 갔습니다.
빌어먹을 종로로.
 
 
교보문고 앞에서 만난 그 여자는 저를 보고는 베시시 웃으며 '잘 지냈어?'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할말이 뭐냐고 물어봤지만 그여자는 제 말을 씹고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하며 커피숖으로 들어갔습니다.
커피숖에서는 안봐도 대강 아시겠지만....
저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그여자는 베시시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런 시츄에이션이 연출되었죠.
할말이 뭐냐고 물어보니, 그냥 한번 보고싶었답니다......
욕이 입에까지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갔습니다.
고작 그것때문에 바쁜 나를 불렀다는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여자는 제 기분은 아랑곳하지않고...
오랫만에 데이트 하는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하더군요.
미친거 아니냐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내 계좌 두번다시 보려고 하지말라고 말하고 그냥 집에 와버렸습니다.
 
 
 
몇일동안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해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이게 합법이냐 불법이냐
이런일이 원래 자주 있는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상담원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후에 상담팀장을 바꿔주더군요.
 
상담팀장도 이런일은 처음이라고 어떻게 해결해주길 원하시냐고 하길래
그여자가 내 계좌를 조회할 수 없게 만들어달라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없게 해달라고 각서를 쓰라고 했더니
그런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내가 직접 그 지점에 찾아가서 그여자 윗사람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더니
그여자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려줄 수 없답니다.....
그여자는 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조회할 수 있고, 나는 그여자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만 물어보는데도 알려줄 수 없다는게 말이나 되는 말입니까.
어이가 없어서 따지고 들었더니 본사의 감사팀과 연결시켜주겠답니다.
 
그래서 통화한 감사팀 팀장도 당황스러워하면서
이런일이 생겨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하지만 직원이 계좌를 조회할 수 없게 만드는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건 오로지 그것뿐인데,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되물었더니
금감원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만은 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네요.
은행이 벌점을 먹어서 금융거래상 안좋은 일이 있을수도 있다는거죠.
그럼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을테니 내가 원하는걸 들어달라고 말했지만 그건 불가하답니다.
 
그래서.... 금감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금감원에 전화를 했더니, 그여자..... 어느지점에 직책이 뭔지도 알려주더군요.
하지만 금감원에서도 그여자가 내 계좌를 조회할 수 없게는 만들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여자와 그여자 팀의 팀장이 같이 직접 쓴 각서라도 받아야겠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고
일주일쯤 지나서 금감원에서 잘 처리되었다는 메일과 함께 첨부파일로 각서가 함께 도착했습니다.
 
일이 이지경에 도달할 정도면 이미 와이프도 다 알게 되어버렸고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기분이 나쁘다며 고소하라고 방방 뛰는데 오히려 제가 말리는 형국이 되어버렸죠.
 
그여자는 대단히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고 은행 감사팀장이 전화로 알려줬습니다.
일이 이렇게 크게 될줄은 몰랐다고 매일 운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여자 남편도 알게되었겠죠....
 
하지만 와이프를 달래려면 나름대로 저도 액션을 취해야해서
본의아니게 그여자에게 사이다를 먹여버렸습니다.
 
 
 
 
 
 
 
 
그 후에 와이프와 저는 가끔 맥주를 마시며 술안주로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와이프는 그여자가 어떻게 되었을까를 궁금해 하지만.... 저는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이미 그 여자는 빅엿을 먹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미 남의 여자가 된 사람인데 궁금해봤자 저만 손해잖아요?
 
 
오유에서는 고소하면 사이다라고 하는것 같던데....
금감원 신고 정도면 나름 사이다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래전 이야기였는데....
다른분들 고민글을 보다보니 제 경험이 생각나서 끄적이다가
이렇게 글이 길어졌네요.
 
다른사람의 정보는 소중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이만 글을 끝내겠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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