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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적는 유서
게시물ID : gomin_14632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elodie
추천 : 13
조회수 : 734회
댓글수 : 102개
등록시간 : 2015/06/23 00:45:32


곧 며칠 뒤로 수술..들이 다가오니 떨리네요.
남들보다 훨씬 늦게 마취에서 깨곤 했던 전적이 있어서 부모님이 불안해 하시는데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에 적습니다. 

효력 같은거 따질려면 이름 공개해서 컴퓨터에 따로 저장해놓고 공증까지 있어야겠지만
이정도만 해도 엄마아빠는 들어주시겠죠.


이 글을 엄마 아빠가 평생 볼 일 없이, 내 추억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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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엄마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아마 수술당일 결과가 나오겠지만.. 만약 엄마아빠가 기다림을 선택한다면 
7일만 지켜보시다가 7일이 지나도 내가 안돌아온다면 보내주세요.

각막 기증 가능하다면 각막 기증해주세요. 
신체중의 장기들 기증 가능한 장기들 있다면 그것도. 힘들겠지만 허락해주세요.
근데 의사선생님이 예쁘게 꼬매줬으면 좋겠네요 ㅎㅎ 신경 좀 써서 예쁘게 꼬매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내 몸은 화장해주세요. 



엄마아빠의 딸이라 지금까지 하고싶은거 다 하고, 갖고싶은거 다 갖고 전 정말 행복했어요.
예전에 제 진로 반대하셨던 거 때문에 그리고 자라면서 내가 원망했던 일 때문에..
아직도 제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있다면..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엄마.
나는 정말 이 길을 선택하게 되서 행복해요.

그 후로 지금까지 엄마 아빠가 보내주신 지원 정말정말 감사해요.
내 기쁨이 엄마아빠의 땀으로 인해 이뤄진거 같아서 많이 죄송해요.
아직 큰 성과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먼저 떠나게 된다면 그것도 죄송해요. 더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 앞에선 웃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더 좋게되려 선택한 수술들인데 이 계속되는 고된 일정을 내 몸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사실 나도 걱정 되긴해요.
아무리 대비를 했다해도 최악의 상황이 나에게 찾아올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엄마 아빠.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어도 죄책감 갖지마세요. 이건 온전히 내 선택이었으니까요. 


딸바보 우리아빠.. 나 없으면 우리 아빠 어떡하지? ㅎㅎ
나 닮은 예쁜 손자 손녀도 언젠가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아빠.

그보다 엄마. 엄마가 더 걱정이에요.
엄마 이제 좀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 몸부터 제발.
우리집 평생 먹고사는거 걱정 할 필요 없고.. 살만 하잖아요. 그거면 괜찮잖아요. 안그래요?
할머니 아프신거 보고 엄마도 나중에 고생할까봐 걱정이 돼요.
그동안 엄마가 고생한 원인 중 하나인 내가 이럴 말할 자격이 없지만..  이제 엄마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아들ㅋㅋㅋ 내 동생.

미안해.
어릴때도 미안했고. 니가 기억못하겠지만 너 다치게 한 것도 미안해.
내가 너무 질투심이 많아서. 그리고 학창시절에도.. 엄마아빠가 나 먼저 신경쓰느라
니가 엄마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가득 못받은거 같아.
못된 나 때문에 니가 자라면서 더 상처 받았던거 같아.
평생 잘 하면서 보상해줘야 하는데..  몇년 못해줬네 미안하다. 
너한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 
군대에서 전역도 얼마 안남았는데 얼굴 못본지 몇달 되어서 많이 아쉽다.

앞으로 모든 일이 니가 원하는 대로.
직업이든 뭐든 다 잘됐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내 애완동물들 부탁드려요.
나 없으면 굶어죽을 애들이에요..
물은 3일에 한번, 청소는 2주에 한번 갈아주세요.
사료는 매일이나 이틀에 한번 지금 양만큼 주시면 돼요. 부탁드릴게요. 


절 지금까지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께도 대신 감사의 말을 꼭 전해주세요.
저는 정말 즐거웠다고 선생님께 배워서 내 실력이 많이 늘어나는걸 느껴서 기뻤다고
많은 걸 얻었다고 절 이렇게 성장하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대신 말해주세요. 


친구들.. 많이 울겠죠 ?
근데 이상하죠 엄마. 나이들어 친해진 친구들보다
예전에 떠나보낸 친구들이 더 생각나요. 어릴 때부터 친했다가 내가 떠나보내서 그런가.
내가 떠나면 걔네가 많이 울 거 같아서. 
그래도 다들 한번 나 떠나는 길에 얼굴 비추러는 와줄거 같아서.. 내가 아무리 친구가 적어도
몇명은 와서 펑펑 울어줄거같아서 헛산건 아닌거 같아요 엄마 ㅎㅎ



하하.. 내 방의 책들(전공책들 말고) 내가 지금까지 사서 모아둔 책이랑 만화랑 cd들
그리고 컴퓨터는 꼭 하드디스크 까지 ㅋㅋㅋ
제 카톡 맨위에 즐겨찾기 되어있는 제 가장 친한 친구한테 주세요 엄마.
친구 목록 중엔 혼자 즐겨찾기 되어있고 맨날 카톡하는 애니까 금방 알 수 있을거에요.
걔가 그것들 잘 간직하고 처리해줄거에요.

그리고 걔가 저 대신 엄마아빠께 인사도 가끔 드릴거에요. 저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예뻐해주세요. 
제 10년 지기고 정말 착한 애에요. 제가 많이 의지한 정말 친동생같은 애에요.
언젠가 얘 결혼할때 내가 냉장고 해주기로했는데 ㅋㅋ 만약 제 앞으로 나오는 돈 있다면 얘 결혼할때 냉장고 꼭 부탁드려요 엄마. 
아 그리고 엄마 제가 후원하던 아이.. 기간 한 8년 남은거 같은데 기간 만료될때까지는 해지하지말아주세요. 지금처럼 부탁드려요.



제가 떠나게 된다면 제 옷들은 다 태워주시고요. 전공책들도 다 태워주세요. 
가능하면 절 아는 사람한테 많이는 알리지마세요. 조용히 떠나고싶어요.
그냥 가족들 친척들 친한 친구들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작년에서야 사랑한다고 소리내서 가족들한테 말한거 같은데 많이 말하지 못한게 아쉬워요.
엄마 아빠. 난 정말 엄마아빠의 딸이라서 행복했어요.
엄마 난 나같은 딸 낳게될까봐.. 나같은 딸 낳으면 내가 진짜 고생할까봐 ㅋㅋㅋ 
결혼한다면 딸을 낳기는 진짜 싫었는데
만약이란게 있으면
후생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까지 엄마한테 받은거 만큼 다 보상해줄수 있게.


너무 슬퍼마세요.

고마워요 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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