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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되버린 이야기 - 누나 3 -
게시물ID : gomin_1486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ZoZ
추천 : 3
조회수 : 57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4 20:53:58



11. 어릴 때 부터 있던 심각한 불면, 우울함, 무기력..
한번씩 찾아오는 참기 힘든 울분... 답답함..

대학 1년을 다닌 후..
내돈 주고 신경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 말이..
너는 부모님과의 유대는 아무 이상이 없는것 같은데, 누나들과의 유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거 같다. 누나들과 이제 화해를 하는게 어떠냐고 했다.

당시엔 인정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누나들 때문에 내 인생이 힘든거라고?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12. 형제와 등을 돌려 본 사람은..... 특히 유년기에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남들과 등돌리며 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얘길 나누지 않았고.. 화해는 커녕, 더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 냈다.

화해는 용서보다 어려웠고, 그나마 있던 한둘의 친구들은 하나 둘 차근 차근 정리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한명의 친구도 없다. 그저 어쩌다 동료로 만나 친구인척 하는 가식적인

관계들 말고는..

13. 그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고민을 얘기 할 수가 없었다. 몇번 누나에 대한 얘길했더니
나를 지 형제들과 인연 끊고 사는 패륜아 취급을 하거나 남자가 되어 가지고 여자인
누나하나 품을 줄 모르는 병신 취급을 했다.

게다가 그 어떤 놈들도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다... 남의 특이한 사정을 같이 고민해준다는
미명하에 어찌나 할퀴고 물어 뜯던지......

연애에 관한 얘기도... 진로 고민도.. 가족에 대한 얘기도..
그 어떤것도 맘편히 얘길해본 사람이 없었다...

집이란 곳은 싸울일 없으면 대화가 없는 침묵의 공간이었고...
자연히 나는 시끄럽고, 어울리고 요란한 장소에선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담배를 펴도 혼자 피우는 걸 좋아하고..
술을 마셔도 조용히 혼자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14. 보통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의사 선생님은 환자에게 될 수 있으면 병명을
알려 주려고 하질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심리치료는 본래 그런가 보다 싶다..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일반 진단서 좀 끊어 달라고 했다..... 그냥 대충 어디 제출 한다고 거짓말
대고..

진단서에 적혀 있는 내 병명은..

우울증과 분열성인격장애 진단 이었다.

먼지는 잘 모르지만... 분열성인격장애의 특징은 사회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더라.... 참고로 정신분열증 하고 이름이 비슷해 오해를 자주 받는다.

15.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부분 이틀에 한번씩 일하거나.. 길면 겨우 한달 일하다가
곧바로 잘렸다.

심할때는 한달에 5번이나 잘린적도 있었다. 대부분 돈도 제대로 못 받거나..
병신 처다보는 눈으로 나를 잘랐다.....

너무.... 너무... 힘들었다. 이대로 나는 사회에서 낙오되어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팔자인건가?


16. 사회에 첫발을 딛고 나서 아버지의 간곡한 요청에... 15년인가 20여년 만에..
준비도 안된 어쩔 수 없는 화해를 누나와 해야 했다.

그래 언젠가는 화해를 하긴 해야지... 했지만... 날벼락 맡듯이 너무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하게 된 화해라.....

사실 아직도 난 너무 어색하다.....

특히 나는 내 유년기 때의 고통이 몰려와서.... 힘든데..

누나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천연덕 스럽게 군다.

제발 좀... 그 놈의 천연덕스러운 모습 좀 버리면 안되나..

저래 놓고서는 부모님들과 싸울 땐, 꼭 나를 들먹거리면서....

서로 아는 것도.... 아는 고민도 없고.. 서로의 취향도 서로 모르니

사실 피만 나눴지... 남이지 않은가? 그냥 서로간에 예의만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다.


16. 누나들이 결혼하고 낳은 조카들은 다행이 다들 귀엽고 이쁘다. 하지만 다들 내겐
아픈 부분을 느끼게 하는 애들이다. 마치 내 업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큰누나네 큰아들은 산후조리 때 부터, 엄마가 키우다 싶이 돌봤다. 누나는 직장에 다녀야
했으니까.. 근데, 엄마가 자기 자식들에게 소홀히 하거나 맘에 안들면, 또 그놈의 과거를
들춰서 악다구니를 펼쳤다. 옛날 처럼 집요하게 굴지는 않았지만.....
그 독기와 독설은.....

큰누나가 둘째를 낳았을 때, 하필 첫째 녀석이 감기에 걸려 있어서 
엄마는 첫째 돌보느라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

큰누나는 큰아들이 보고 싶다고 데려 오라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 상식적으로.....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지만, 감기걸린 애를 막 해산을 한 사람에게 데려 간다고?
신생아들도 드나드는데?

누나는 이틀 만인가 병원을 탈출해서 집에서 감기 걸린 자기자식 돌보는 어머니에게
왜 자기 자식 납치해서 보여주지도 않냐며 악다구니를 해댔다.

엄마는 그날 큰누나의 그 독기에 질려 결국은 인연을 끊었다.....

큰누나네 조카들은 장난도 잘치고 호기심도 많고 귀여운 아이들이 었다.

감기로 열이 올라 병원에 입원 했을 때, 돌볼 사람이 없어서.. 마침 쉬고 있던 내가 돌본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들의 삼촌인데, 왠지 모를 벽이 느껴졌다.....

다른 집 자식들에게나 느낄 법한 기분 말고는 내 친 조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17. 큰딸에게 치였던 엄마는 결국 작은누나네 애들 돌보러 집을 옮겼다.

작은 누나네는 첫째가 딸아이이다. 그 아이가 태어난 날...
삼촌의 자격으로 매형이 권유해서 본의 아니게 품에 안은적이 있다.

몸도 못가누는 신생아를 품에 안을 때의 그 긴장감과 새로움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세살이 됐을 때... 사정이 있어서 누나네에서 며칠 머문적이 있었다.

그런데, 큰딸의 표정에 그늘이 많이 져있다.. 겨우 세살인데..
어머니 말이... 작은 누나가 애가 지닮을까봐.... 고집피우고 때쓰면 받아주질 않고
심하게 혼낸단다...

작은 누나는 결혼하고 성격도 많이 변하고, 웃음기도 많아져서 그간 몰랐는데....
한번은 큰딸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때를 쓴적이 있었다...

그냥, 달래거나 아이스크림을 다시 사주면 그만인 일이었다..

작은 누나는 처음엔 살살 달래는 척 하더니... 애가 그치질 않으니 

어느 순간 태도가 바뀌었다....

아직 말도 못배운 세살 꼬마애 한테.... 같이 주저 앉아서 호소를 하더니..

맨 바닥을 탕탕탕 치며 혼을 내면서... 

아주 감정적이고 지긋 지긋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심각한 폭력은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 모습에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춘기 이후 화만 나면, 나한테 하던 그 모습 그대로... 자기 자식한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자매들이 쌓은 업이... 이 꼬마 아이들에게도 되 물림 될 줄은.....

18. 화해라는 것을 하긴 했고... 지금은 부모님을 통해 소식이 전해지긴 하지만...
사실 누나들은 언제나 날 무겁게 하는 존재였고,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친한척 하기엔 너무 가식떠는 것 같고, 다시 모른 척 하기엔 부모님게 미안하다..

조카들에게 미안한건 별거 없다. 우리 형제들이 쌓은 업이... 그네들에게도 업으로
물림 받는 다는거.....

지금은... 사실 가족을 이룬다는 거에 한없이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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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수정을 통해 내용을 추가 한다.

19.. 어머니에게 나와 누나에 대한 문제들 때문에 얘기를 나눠 본적이 있다.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할말이 없지않아

있단다. 큰 딸이 태어났을 때는 남녀를 떠나서 정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단다. 어릴 때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자기는 큰 딸에게 갓난 시절 만큼은 정말 정말 잘해 줬단다.. 아래로 동생 둘이 태어 나면서 '

소홀해 지긴 했지만, 큰딸에 대한 믿음에 조금 모질어 진 적은 있지만, 다른 자식이 더 이뻐서 차별하려 했던건 

아니었단다.

동생들이 태어 나면서, 자기것을 빼앗기는 것을 겪은 뒤로 큰딸이 변하긴 했단다... 그 문제는 엄마로서의 자질과

무지로 인해 생긴 실수였지... 어느 것 하나 의도 한 적은 없었단다.

작은 딸은 작은 딸 대로 잘해주고 좋아해 줬단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란 탓에...

막내로 태어난 아들에게 기대한 바가 컸던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아들이 하필 막내여서 의례 막내에게 큰

형제들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준다는게 차별이 된거 같다고도 하셨다.

자신이 아들과 딸을 구분하여 키운건 사실이지만, 먹는 걸로 차별하고, 입는 걸로 차별하고, 학용품으로 차별하고

공부로 차별하고, 용돈으로 차별 하진 않았단다....

누나들 눈치 보느라 집에서 기 못펴고 살고, 옷 좋은거 한벌, 신발 좋은거 한켤레 사 입지 못한건 오히려 막내

너 아니였냐고.....

생활에 찌들려, 돈이 부족해 다 해주며 살지 못했지만....

하나 부터 열가지.. 못해준 것만 기억하고.. 관련 없는 것 전부다..

형제들 탓, 부모 탓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도 했다.

씨는 못 속인다고, 아버지 형제들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반목하는 업이, 그대로 너네 형제들이 그대로 물려

받았다며 혀도 끌끌 차댔다.

20. 누나에 대해 나쁜 모습만 기록하게 되는 거 같아 안타깝다. 어쩌면, 누나들이 내 탓을 하며 정당화를 하듯이..

나또한 누나들을 정당화 하며 탓을 옮기는게 아닐까?

나는 그저 극복하고 싶을 뿐이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한 누나들은 분명 많이 바뀌었다.

부모님에게 받았던 서러움을 자기 동생들에게 풀어대던, 모습도 사실 이젠 없어졌다.

누나와 나 사이에 남은건 서로 알고 있는게 전혀 없는 형제라는 멍애 뿐이다. 어릴 때 숱하게 반목하고 싸우고

상처주고 시기하고 질투 하다... 십수년을 말한마디 섞지 않고 지냈다.

서로의 입장과 위치가 분명 많이 달랐다. 누나들은 자신의 꼬인 삶을 탓할 존재가 필요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차별이라는 상처를 받았지만, 정작 자기들도 동생인 나를 차별 하지 않았나?

부모님은 무지했고, 누나들은 어렸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더더욱 어렸고...

유년기 시절 형제들과 단절 한 경험은 전혀 득이 되지 않았다. 사람을 구분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원인이었다.

21. 누나들 논리대로 내가 과연 차별의 수혜를 받은 자식이라 할 수 있을까?

차별의 수혜를 받은 자식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살고 있을까? 차별의 수혜를 받은 자식들은 대부분 나 같지가 않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에 철딱서니가 없거나 아니면 사랑에 겨워 혼자서만 올바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누나들이 옷 몇 벌 사고, 여행 어디 가고, 나 빼고 좋은 음식 먹었다고 질투 한적은 내 기억엔 없었다.

그런데, 왜 난 어머니가 티셔츠 한벌 사오기라도 한 날은 기 한 번 펴지 못하고 눈치를 봐야

했을까? 왜 엄한일 해서 집안 시끄럽게 하는 천덕꾸러기 역할을 맡게 된걸까?

누나들이 대학가고 다큰 성인이 되어서도... 어디가서 제대로 된 알바 한번 해본적 없는 그네들이...

어머니가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 애들 용으로 사준 만원짜리 로션 한병 가지고 질투하고..

어린 나이에 정말 한푼 두푼 겨우 모아 맞춘 중고 컴퓨터를 못 쓰게 한다고 눈치 주고..

시도 때도 없이 시시콜콜 과거를 들춰서 부모님에게 따지며 역정을 내는 걸까?


22.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썩 좋은 경험이 아니다. 누나들도 누나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놓고, 이제 철든 사람 됐다고 모른 척 하는 건... 썩 기분이 좋지가 않다.

자신들의 상처엔 예민하면서, 남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왜 눈 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건지....

누나들이 보기에 나는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동생으로 보이는 걸까? 진심으로?

적어도 자신들이 증오하던 동생이 불행하게 사는 걸 원했다면.... 성공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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