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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유학시절 때 미국애 철창 보낸 일 (스압)
게시물ID : gomin_1508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qd
추천 : 1
조회수 : 45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8/28 07:32:24
저는 미국 유학 출신입니다. 작은 도시였죠.
그 때 미국 애를 철창 보낸 일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제가 잘 못한 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일이 오랫동안 죄책감처럼 남아있네요...
상황이 좀 아리까리 해서 별로 불필요한 부분까지 기억나는대로 다 써 볼께요..


저는 따로 아파트에 나와서 살았는데 
아파트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안 쓰고 있었거든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국 친구가 같이 살자고 해서 룸메로 같이 살았어요
(철창 보낸 애는 얘 아닙니다. 아직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때에 따라 알맞은 영어 표현도 알려주고,
평소 그 친구의 친구들이 자주 놀러와서 그 친구들과 같이 친구도 되고..
저한테는 아주 많이 도움이 된 친구였죠.

한번은 시험기간이었는데, 
거의 한달에 가깝게 다른 친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내가 전에 기숙사에 있었을 때 알던 놈이 왔죠. 
그닥 친하진 않았지만, 만나면 서로 잘 대화하던 정도?
얘는 이제부터 A 라고 할께요..

그런데 저는 이 A 라는 친구에 대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죠.
물론 저에게도 나름 친하게 대해줬지만,
사귀던 일본 여자가 있었는데, 그 애가 울며불며 달라붙는데도 매몰차게 차던 장면을 봤거든요

물론 그 일본 여자도 좀 싸가지 없어서 그 여자애가 더 비호감이었고
보나마나 걔가 그 A 라는 애에게도 싸가지 없이 해서 차였겠지만,
왠지 동양여자가 울며불며 달라붙는데도 매몰차게 차던 그 모습이 
제는 왠지 내가 기분나빠야 할 일이 전혀 아닌데.. 하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하여튼 그 A 라는 친구가 저희 아파트에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그럴 정도로 친한 친구는 아닌데, 왠일이지? 하고서 그래도 반갑게 맞아줬죠.
얘가 내 컴퓨터를 좀 쓰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해줬죠.
PC가 내 책상에서 있어서 내주고 저는 응접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한 30분 있다가 갔어요.

며칠 뒤에 책상에서 뭘 꺼내려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책상 서랍에 여권을 넣어놓고, 그 밑에 비상금 100 불을 놔뒀는데
그 100 불짜리 지폐가 없어졌더라구요.
며칠 전에 분명히 있는 걸 확인 했었던 상황인데..

처음엔 룸메도 의심했네요. 
그런데 직설적으로 물어봤어요. 혹시 못 봤냐 했더니 진짜 모른다더군요.
그러다가 서로 기억해낸게 그 A 라는 친구 단 한 명만 왔다 갔다는 사실이었죠.

100 불이라면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큰 돈도 아니고 잊어버릴까 생각 많이 하다가
(그래도 돈 벌어 사는 미국 애들한테는 꽤 큰 돈 입니다.)
룸메가 그 A 라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가져갔냐고 물어봤더니 안 가져갔다고 그러더군요.
100% 룸메 아니면 그 A 라는 친구 밖에 없었던 상황인데...

룸메가 경찰을 부르자고 해서 뭐 그깟것 가지고 경찰을 부르냐 했더니
오해 받기도 싫고, 자기도 그 A 가 의심되는데 괘씸하다고 해서 결국 경찰을 집으로 불렀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평소에도 그렇고, 이미 내 룸메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서더군요.
(테리야. 잠시라도 의심해서 미안)
그 A 라는 놈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경찰도 막상 왔는데, 시골 경찰이라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문 검사라도 할 수 있냐고 했어요. 
여권이 위에 있었는데, 비닐로 쌓여있으니 지문 쉽게 나올거라고..
그래서 설마 지문검사까지 하겠냐 했는데 진짜로 해주더군요..
지문이 나오긴 했는데 뭉그러져서 누구 지문인지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그 경찰한테 그 A 라는 친구에게 지문 검사 했다고 전화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결과도 안 나왔는데 어떻게 전화하냐고 반문하더군요.
그래서 결과를 말 할 필요 없잖냐, 당신들 지문 검사 실제로 했고, 
사실대로 지문 검사 했다고만 말하면 혹시 또 아냐? 했더니 
진짜로 경찰이 직접 전화해주더군요. (헐...)
그래도 A는 역시나 자기는 안 가져갔다고 대답해서 결국 답도 없고.. 경찰들 철수하기로 결정했죠.

경찰들이 돌아가기 전에 물어보더군요.. 소송하겠냐고.. 
무지 황당했죠. 무슨 100 불 가지고 소송을 하냐고 했더니, 소액 소송 걸 수 있다고 하더군요.
비용도 국선 변호사 쓰고 다 해서 한 7~8 불 정도면 된다고 (17 불이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이상은 아니었음)
에이 무슨 소송이냐고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다시 니가 그 돈 아까운 게 아니라면 나같으면 하겠다 그러고
옆에서 있던 룸메도 하라고 그러더군요. 나중에 취하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 땐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서 소송 하겠다고 했어요. 경찰들 돌아갔구요..

그런데 그 다음날.
기적같이 그 A 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사실은 자기가 가져갔다고.. 미안하다고. 
그런데 지금 당장 갚을 돈이 없는데 갚을테니 소송 취하해 줄 수 있냐고
경찰 왔다가고 소송 걸렸다고 하니까 지도 놀란 거죠.

생각해보고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해놓고 룸메랑 상의했어요
돈 갚는 건 둘째 치고, 일단 인정하니까 알았다고 하려고 했는데
룸메가 갚을 때까지 취하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이 자식 소문나기를 마약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뭐 그래서 갚을 때까지 소송 취하하지 않겠다고 했네요..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여기부터 얘기가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거의 한달의 기간이 있었는데 뭐.. 역시나 안 갚더군요..
아이고.. 이제 미국에서 소송도 해야하나 하고 마구 갈등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 전날 저녁 8시 쯤에 찾아와서 갚더라구요..
황당했죠. 바로 내일 새벽에 재판 시작인데 저녁에 와서 갚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 때 쯤, 룸메가 또 소문 듣고 와서 얘기해 주길
사실은 그 A 라는 애 부모가 얼마 전 이혼을 했고,
그 충격으로 여동생이 자살했다고...
마약도 그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고, 아마 마약 살 돈이 모자라서 훔친 것 같다고...

저는 부랴부랴 소송 취하해야 한다고 
룸메 시켜서 경찰서에 전화해서 변호사 전화번호 알아내고 전화했는데
무슨 파티라도 갔는지 수십통 전화도 안 받더군요..
결국 밤 늦게 (11시?) 까지 전화하다가 포기하고 
다음날 아침 7시 반이었나? (꽤 일찍 시작했음) 재판 시작하기 전에 말하려고 했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그 변호사, 안 나타나더군요.
그러다가 재판 시작하기 3분 전 쯤 나타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판사하고 얘기한다고 바쁘다고 하더니 결국 말도 한 마디 꺼내지도 못하고 재판 시작...

참고로, 그때 제 영어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 할 때였긴 하지만
아무래도 재판 용어 등 자신이 없어서 제 룸메한테 제 말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앞에 한 두 사람 재판하다가 (재판 무지 빨리 끝나더라구요. 5분도 안 걸린 것 같았어요)
제 차례가 와서 제 룸메가 일어나 먼저 판사한테 제 대신 말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소송 취하한다고 했습니다.
재가 부탁한대로, 어제 돈 갚았고, 학생이라서 이런 오점 남기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고 싶다고..

그랬더니 변호사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황당해하며 화 내더군요.
제 룸메가 당신 어제 수십통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오늘도 일찍 나와서 말 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바쁘다면서 상대도 안 해주지 않았느냐고 쏴대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 무지 사이다였죠)

그랬더니 이 변호사가 자기가 조사한 게 있는데
이 A 가 마트에서 돈도 아직 안 낸 상태에서 과자 뜯어먹다가 걸린 일도 있었고
비록 갚아서 방금 소송 취하 됐지만, 돈도 훔쳤다고 판사에게 고하더군요.

판사의 판결은 징역 3 개월 !!

저는 엄청나게 당황해서 항의하고 싶었으나, 
룸메가 우리가 항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아무런 조치도 못 했어요..
저는 한동안 죄책감에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 A 의 친구들 지나가다가 만나도 왠지 미안하고, 걔네들이 날 노려보는 것 같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몇 개월 후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돌아갈 수 없는 기다란 길에서 서로 만났어요.
머리 빡빡 깎았더군요..

그래서 간단한 인사하고 정말 내가 미안하다. 그럴 뜻이 아니었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 A 가 아니라면서 그 때 소송 취하해줘서 자기가 너무 고맙다고 하더군요..
머슥한 대화 몇 마디 더 하고 헤어진 게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됐네요.
중간중간 만났지만, 그저 뻘쭘하고 미안해서 말도 못 붙였네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문득문득 기억이 나면 그 A 라는 애한테 죄책감이 느껴져요.
오늘도 문득 생각이 나서 괴롭네요..

이게 제 고민입니다.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이제 죄책감 안 가져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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