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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4 새벽
게시물ID : gomin_1548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el
추천 : 1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14 0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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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숨을 내뱉었다. 하얀 김이 새어나오는 걸 보니 올해도 끝나가나 보다. 얼마 전 아는 동생이 '월요일 7번만 더 보면 내년이야!'라고 할 때 비웃었는데 실감이 조금씩 난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가르치던 아이들이 수능을 보고, 내 손을 떠나 성인이 되어가는 뒷모습을 보자니 더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이 되고, 사라져 가는 구나. 

시야가 흐릿해진다.  
비가 와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비를 보는건 참 좋다. 
마음에 뭐 그리도 안 좋은게 묻어 있었는지 
비가 올 때 마다 마음이 씻기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거리를 걷다가 늘어진 
한 개의 그림자가 
두 개가 되고 
차가워지면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넣었던 손에 
주머니가 필요없는 따스한 온기가 덮어져 올 때면 
비에 젖어가는 어깨가 그리 기분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비가 눈이 되고 
하늘이 시퍼래질 즈음 
너와 나 사이 떨어진 빗방울이 
얼어버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을 때 

알아야 했다. 

봄이 와서 눈이 녹고 
물이 세상을 녹여 흐르게 할 때에도 
내 어깨에 굳어진 얼음은 아직도 딱딱했다. 

오늘도 비가 온다. 
차가워진 손이 갈 곳 없이 주머니로 들어가고 
하얀 입김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걸 보니 

그 겨울이 아직 가지 않았는데 
또 다시 겨울이 오려나보다. 
그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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