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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고3 수업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1548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orycube
추천 : 5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14 06:51:01
얼마 전 학부모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체육계열 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이었죠.

그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당연히 자녀의 진로문제였습니다.
인문계 아이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만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온 아이들은 그 좁디좁은 체육계 국대 또는 프로의 길을 뚫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겠냐는 거였죠. 

어제 금요일
수능 끝난 다음 날 그 체육고등학교 3학년들에게 물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이렇게 생각하더라.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냐.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야기 했습니다.

나 : 실제로 수능 끝나고 매년 뉴스에 나오는 자살하는 아이들은 인문계 아이들이지 않냐. 그 애들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냐.

아이들 : 멘탈이 약해서 그래요.

나 :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멘탈 이전의 문제가 있다. 인문계 아이들은 수능 자체가 목표인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는, 잘 되었을 경우 어떤 목표냐.

아이들 : 국가대표나 감독 코치 같은 지도자요.

나 : 그 목표는 지금 당장 이 고3이 끝난다고 결정이 되는 거냐.

아이들 : 아니요.

나 : 그런 거다. 너희한테는 여기가 통과지점인데, 그 아이들은 여기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시점에서 실패라고 생각을 해버린다는 거다. 
부모님들은 싫어하겠지만, 내가 진로교육을 하러 들어가면 나는 직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생을 길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는 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인문계든 체육계든 그건 다르지 않다. 내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든 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행동하면 된다. 
내가 정의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꼭 경찰, 법조인이 될 필요가 없다. 그냥 직장인이든 운동선수든 어떤 입장에서든 간에 정의로운 삶을 살면 된다. 
그 목표는 어느 지점에 도달해서 끝나는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실패도 없다. 흐트러지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거기로 가고자 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수능...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여러분... 
저도 예전에 수능을 망쳤어요. 모의고사는 항상 상위 1.5~3%였는데 수능결과는 10%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위로해줬지만 사실 저는 상관 없었어요. 아쉬운 건 아쉬운 거구요...

농사짓는 부모님이 나날이 몸이 아프셔서 재수할 생각도 안했습니다. 부모님은 재수를 권하셨지만 제가 거절했어요.
수능으로 여러분의 삶이 끝나지는 않아요. 
전에 올라왔던 일본의 자살방지 광고처럼, 이야기의 대부분은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그 뒤에 무언가 오도록 되어있습니다.
역경과 고난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어떤 이야기도 다 비극이죠.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 가세요. 생각보다 여러분에게는 많은 능력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생의 과정에 있습니다. 심지어는 기승전결로는 기나 승의 위치에요. 아직 전이나 결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인생, 생각보다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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