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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빠와 마지막이 될 거 같아요. 조언부탁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610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대만때리자
추천 : 13
조회수 : 1792회
댓글수 : 53개
등록시간 : 2016/03/30 12:48:55
 엊그제부터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부모님은 4시간 거리인 지방에 계십니다.   
아버지는 간경화로 조금 오래 투병을 하시다가 작년말부터 좀더 악화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악화되기전에 자주보고 연락도 자주 했는데 악화되고나서는  아버지의 연락이 뜸해지고 전화를 해도 잘 안받으시더군요. 
 세 번 정도 고비가 있었어요.  
오늘내일할거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던 엄마의 말을 세 번정도 들은 거같아요. 
그런데 희안한 게 그럴때마다 제가 꿈을 꿨어요.  
처음 꿈은 아빠가 건강한 차림으로 아주 젊었을때 모습으로 산을 오르는겁니다. 
등산스틱을 들고 정말 젊은사람마냥 훌쩍 뛰듯이 산을 오르더군요.  
그 꿈을 꾼 다음 날 상태가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저는 이상하게도 걱정이 안되더라구요.  
그냥 곧 일어날텐데머. 괜찮아질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랬는데 정말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물론 계속 입원해 계시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직접 다니시고 식사하시고 그러셨어요.  
그러기를 두어번더. 꼭 꿈에 아빠가 나타나 저랑 같이 걷기도 하고  집 거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달전. 이번 꿈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빠가 수의를 입고 관속에 들어가 누워있더라구요. 
자는듯한 모습이었고.  저는 꿈이었지만 아빠가 돌아가셨구나를 직감하고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 아빠, 나아빠 정말 사랑해. 또만나자 우리.  
라고 아빠를 향해 말하는데. 갑자기 아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저에게,  
- 아빠 먼저 가 있을게. 잘있다올수있지? 
라고 하는겁니다.   그 꿈 이후로는 사실 많이 불안해하며 하루하루 보냈어요.  
저희엄마도 매일같이 병원을 오가며, 또 매일 출근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들이었어요.  
그런데 어젯밤엔 아무 꿈도 꾸지 않았고 아빠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일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는지.  그냥 깜깜하게 잠만 자고 일어났습니다. 
 출근준비하고 가방도 가볍게 챙기고, 평소 신지않던 구두를 신고.  새로산 봄자켓도 꺼내 입었어요.  
그냥 이유없이요.  출근 후 한시간뒤에. 전화기너머로 빨리 와야 될거같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두르지 않게되고 가만히 앉아서 좀오래 생각을 했어요.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건가. 무엇을 해야 하나.  회사에 얘기를 하고 가야하는데. 
머라고 얘길하지.  있는그대로 다 얘기해야하나. 
사적인 얘기 꺼내기 싫은데. ~ 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그리고나서는. 의식적으로 행동했어요.  
시작하자. 라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속마음으로 내뱉고.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가방을 챙겨 고속터미널로 와서 버스를 예매하고.  이십분정도 앉아서 기다리다 사람이 없어 호젓한 버스에 몸을 싣고   모바일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오랫동안 투병했던 분이라 가까운 지인이 없어요.  
절친이신 분은 몇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빠와 함께 일하셨던 분들 모두 연락은 안합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직원으로 계셨던 분들 중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젊으신 분들이셨어요. 
저와 동생을 참 예뻐라해주셨고. 아빠를 참 좋아해주셨는데. 아버지 투병 이후 몇 년만에 사고와 병으로 두분다 운명을 달리하셨어요. 

 결국 아빠 형제들(5남2녀)과 조카들. 우리 가족.  저와 동생도 아직 젊은 나이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조촐하고 조용한 장례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형제들도 그다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3일씩이나 보고 있기도 불편하네요.  
몇년전부터 친척들과 재산분쟁이 있은뒤로 아버지도 친척들 보기를 싫어하셨고.  
친척들끼리도 아직 분쟁은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땅명의 운운하며 논쟁이 자주 있는듯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치매로..) 유산에 대한 언급없이 어마어마한 땅을 남겨놓고가셨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그 지저분한 분쟁에 얽히기 싫어 애초에 발을 뺏습니다.  
우린 줄것도 없고 받을것도 없으니 알아서들하라고요.  집앗 대소사에 장남이 제목소리를 못내니 항상 차남인 저희 아빠가 앞장서왔는데.  재산문제가 불거지자 장남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아빠는 등을 돌리셨어요.  
아주 옛날얘기지만. 부모님 결혼후 저를 낳고 분가하려는 시기에  저희 아빠몫으로 된 땅도 말도없이 할아버지가 팔아버리시고.  돈도 다 뺏기고 나왔대요. 젊은애들이 돈관리못하고 펑펑쓰고 빚낸다고  할머니가 싹 가져가시곤 그뒤로 말이 없더랍니다.  
곧 주시겠지 하고 믿고있던 엄마는 시어머니와 돈문제로 다투기싫어  그냥 포기하셨구요. 
그때의 분노가 한참동안이나 아빠를 괴롭힌듯 했어요.  

선산에 가족묘자리가 있어요. 현재 큰엄마 묘가 먼저 자리하고 있고. 그 산 건너산에 증조부.증조모, 조부.조모 모두 계십니다. 
아빠도 언젠가 한번 그자리에 가야하지 않겠냐고 얘길했었다네요. 저희는 싫은데. 그쪽동네로는 발도 들이기 싫은데. 그냥 납골당에 모시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도 어제 엄마도 얘길좀 했었네요. 혼자 멀리 외로우실까봐 걱정도 되고..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빠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계세요. 우릴 기다리고 있는건지. 도착하는대로 병원으로 가야할거같아요. 가망이 없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이미 들었기때문에 그리고 너무 오래 투병생활을 해왔기때문에. 
저는 무엇이 아빠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선 여지가 없습니다. 13년이에요. 뉘엿뉘엿 내 나이만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긴 시간동안 아빠는 혼자 외롭고 긴 아픔의 시간을 보내왔네요. 
그나마 괜찮을땐 같이 잠깐 드라이브도 하고 전화로 농담도 하고 저는 또 큰소리로 웃으며 한편으론 이렇게만 오래가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네요. 
혹시 나중에 어찌될지 몰라 아빠와 통화했던 것들을 녹음도 좀 해두었어요. 
어쩐지 날이 갈수록 아빠의 능청스런 농담이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까워서요. 언젠간 누군가와 함께 들을 수 있겠지. 하는 맘에요.  

어릴 때 TV보다 잠들면 옆에 와서 머리도 쓸어주고 다리베개도 해주고.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다 옮겨주고. 고3때 독서실에서 돌아오는길 어둡다고 독서실까지 데리러와주고. 비오면 비온다고 태우러오고. 짐이 많아 무거우면 무겁다고 태우러와주고.  

머 그리 자상하고 배려심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화가나도 한번 쉽게 때리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술도 좋아하고 성격도 괄괄해서 소리도 빽빽 잘지르고. 오죽하면 제가, 아빠, 일관두고 창이나 배워봐. 소리 그렇게 지르면 되겠네. 라고 했을까요. 
물론 쿨한 아빠는 들은척도 안했지만요.  

이제 우리 다컸고. 같이 여행다니고 맛있는것도 먹고 이제 좀 말이 통할 나이가 됐는데. 
아빠는 이별을 말하고 있네요. 

 버스에서 울기 싫은데. 
저 이제 현실적으로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친척중 누군가 눈치없이 사람속 뒤집으면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혹은 한방 먹이며 처치할 수 있을까요. 
많이 울고싶지 않은데. 제가 장녀라 정신차리고 있고 싶어요. 혹시 팁같은거 없으신가요.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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