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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계획을 세웠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6758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dmY
추천 : 6
조회수 : 2011회
댓글수 : 232개
등록시간 : 2016/12/07 01: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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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열고 새문서에

먼저 죽을 장소를 적었습니다..
한강은 겨울이라 이 못난놈을 찾으러 들어가실 분들이 수고스러우실까봐 패스..
투신은 집일경우 집값떨어질테니까 패스.. 
다른 건물일경우 혹시 주변에 걸어다니던사람 위에 떨어질까봐 패스..
약은 한번 시도해봤을때 실패했었으니까 패스..
연탄은 그 모텔에 뭔 민폐입니까.. 패스..
최근 시국을 이용해서 분신도 생각해봤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주변 사람들 조사받게할 생각에 패스...

결론은 예전에 힘들때마다 생각정리하러 오르던 전남쪽 산의 2부능선 정도로 잡았습니다..
예전에 하산하다가 길잃었던 외진 곳이 있거든요..
그렇게 많이 유명한 산이 아니라 사람도 별로 없는 곳입니다.. 혹여 못볼꼴 볼 경우도 없겠죠..

준비물로 이것저것 적었습니다.. 자세한건 좀 그렇고...

타임표도 짜놨습니다
집에서 그곳까지 가는 경로, 지하철 소요시간, 버스시간, 전날 하룻밤 잘 숙소, 마지막 편지를 부칠 우체국 위치

출발전 정리할 사항도 적어봤습니다
일단 포맷은 필수로!!(아에 하드를 가져가서 중간에 버리는 것도 생각중입니다)

다음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사전답사 가는 날입니다

gps어플도 받아놨습니다
실행 직전에 gps위치 확인해서 1~2시간 뒤에 예약 문자로 위치를 보내서
괜히 추운날 산에서 고생하지 않도록 할겁니다

마지막으로 실행 날짜도 잡아놨습니다
오늘부터 그날까지 단 하루, 결행을 늦출 이벤트가 하나 마련되있긴 하지만
아마 변동은 없을듯 보입니다..



5년전 자살을 한번 시도했었습니다
당시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증, 알콜의존증 뭐 이런걸로 약이랑 수면제를 받아먹고 있었고
정말 무계획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갖고있던 약을 다 털어넣었는데
다음날 병원에서 링거 맞고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한게 나 좀더 살아도 괜찮은걸까 
혹시모르니까 딱 5년만 더 살아보자였습니다
그리고 정안되면 다음엔 좀더 계획적으로 확실하게 가자는거였고요..

5년동안 정말 꾹꾹 참고 악물고 견디다견디다
지난 11월 10일이 그 5년째였습니다
역시 지난 5년은 뭐였을까 싶기도하고.. 그 기회를 나는 잘 살리지 못한건가?
어차피 사람 변하지 않는데 이젠 변하기도 쉽지 않은 나이인데 이젠 그냥 가도 되지않을까?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계획을 세웠습니다
장소, 방법, 날짜 등등이요..

아직 못정한것 두가지는
마지막으로 통화할 사람과 마지막으로 그 예약문자를 받아줄 사람입니다



의외로 주변 상황은 나쁘지 않아요
누가보면 배부른 소리하고있네 라고 말할거에요 분명
그냥 누구나 자기인생이 제일 힘든거고.. 더이상 버티기 힘든 순간이 있는것 뿐이겠지요..
딱히 지금의 저를 이해해주길 바라는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딱히 계기가 있는 사건이 있는건 아니에요
있었더라도 천천히 쌓이고 쌓여 이제 그냥 넘친것 뿐입니다

그럴 용기로 살아라고 했던 제가 유일하게 자살시도를 했었다고 고백했던 친구는
그때 이후로 안만나고 있습니다.. 그럴용기가 없었으니까 먹었었죠..

부모님이요?
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저한테는 더 고통입니다 
그리고 이미 5년전부터 실행시 부모님 걱정 생각은 안하는걸로 정했어요

제 자살을 슬퍼해줄 사람이요?
대인기피증이라니까욬ㅋ
아 올해 유일하게 나 살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게 해줬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였네요 아마 이게 넘치게한 마지막 한방울이었을거 같아요

앞으로 혹시 찾아올지 모를 희망이요?
25년+5년을 더 살았어요.. 
그 찾아오는 날짜가 실행예정일 다음날이라 하더라도
5년동안 버티면서 그런 희망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어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새낀 관종인가 그냥 디지지 뭘 이렇게까지 데이터 낭비를 하나 생각하시는 현실적인 분들도 계실거고
그래도 아직 이런생각하는거보면 살만할텐데 좀더 힘내요!! 라고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분들도 계실겁니다..
글쎄요.. 일단
평소 계획세우고 계획대로 행동하는걸 좋아하기에
뭔가 이렇게 계획세우고 나면 이 계획서 생각에 즉흥적으로 아무 데서나 가진 않을거기에 계획을 세운거고..
아 그래서 혹시 취기에 맘대로 할지 몰라 11월 10일부터 그 마시던 술도 어제부터 안마시고 있답니다

또..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정리도 좀 더 확고하게 하는것도 있고요..

이렇게 보니 진짜 관종이네요..ㅋㅋ

저는 자살자가 죽기전에 자살사인을 보낸다고 믿는 사람인지라
어쩌면 명확하게 나 죽을거여요 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아마 실행 이후에 이 글이 발견될수도 있겠죠..
뭔가 자국을 남기고 싶었을거 같아요..




계획서가 저장되고 핸드폰에 저장시켜놓고
실행일까지 조금씩 수정되긴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 예약문자는 그냥 소방서로 보내야겠네요 딱히 받을사람도 없고..

실행일까지는 여태 벌여놓은일들 하나하나 정리해야되기에
좀 바빠질듯도 하네요 평소처럼말이죠

대인기피증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써버렸네요..
그냥 제몫까지 잘먹고 잘살아주세요
그말 하려고 여기까지 쓴것도 같네요..

이런 제가 이런말 하는것도 그렇지만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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