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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16912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almarine
추천 : 7
조회수 : 35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2/27 00:28:11
 
여러번 생각해 보다가 고민게시판에 글 올립니다.
 
한달전에 (설 연휴 시작날)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하는데 의사가 설명하기로는 이 병은 발병의 전조도 없고 발병하면 1/3은 발병한 곳에서 죽고, 1/3은 발병 후 병원에 와도 손 못쓰고 죽고, 나머지 1/3이 살긴 하는데 대부분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저희 어머니은 발병 후 저와함께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을때 까진 의식이 있으셨으나 병원에 도착하고 5분도 안돼 의식을 잃고 숨도 멎으셨고 간신히 심장만 뛰는 상황이었져. 그 상태에서 우선 할 수 있는 응급처리를 하고 의사가 CT를 첫번째 찍었을 때는 뇌출혈이라고 판단했고, 조영제를 넣고 두번째 찍었을때 정확한 병명이 나왔는데 지주막하 출혈이라고 설명하면서 위에 1/3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는 중간에 해당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준비 하시는게 좋다고 하시더군요.
뭐라도 해 볼 방법이 없냐고 했을때 방법이 있긴 한데 정상으로 돌려 놓는 방법이 아닌 다만 생명을 연장하는 정도의 수술이 될꺼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나이는 먹었는데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누나가 둘이 있는데 둘다 벌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아버지께서 벌어놓은게 있는 상황도 아니였져. 의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사실 돈이 감당이 되겠냐는 물음처럼 들렸고, 머릿속에는 경제적인 생각이 오만가지가 넘게 들면서도 자식 입장에서 어떻게 부모를 포기 할 수 있겠는가 싶어 바로 일단 뭐라도 해 봅시다 했습니다.
 
그렇게 우선 머리에서 피를 뽑는 수술을 하고, 뇌에서 터진 동맥을 막는 수술을 이차로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건 막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자가 호흡이 어느정도 돌아왔다고 했을때 가족들은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했고, 의사는 2~3주 사이에 의식이 돌아올꺼라고 했지만 한달여 가까이 되는 사이에 몇번의 크고작은 수술이 더 진행되었는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고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니 차도는 없으시고 병원비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나오는데 이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 처음에는 돌아가시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슬슬 어떻게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막내지만 장남이고 나이도 어느정도 있는지라 누나들과 아버지 한테는 어머니가 곧 깨실꺼라고 다독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건 큰누나고, 지방에 살면서 거의 한달을 올라와 있던 둘째 누나도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면서 병원에 붙어 있는데, 정작 저 자신은 그래도 밥벌이, 병원비는 벌어야 하기에 출근을 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면 야근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직 의식이 없으시고 차도가 없으신 날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신경은 날카로워 지고, 이미 나온병원비를 어떻게 감당 할 것이고 이후에 나올 병원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깊은 고민을 합니다.
 
사실 제 나이 43인데 제 또래 친구들 중에 누구 하나 살아가면서 이런 일 한번 안겪은 사람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이런일 정도는 겪고 살겠져.. 다들 그렇게 살텐데..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래서 아버지나 누나들 한테도 의연하게 마음을 갖고 긴 호흡으로 생각하자 하면서도 돌아서면 제 자신이 제일 자신 없어지는 겁니다.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 속에 깊은 고민과 슬픔을 털어 놓기 힘들고, 가족들에게는 더욱 힘들더군요.
어떻게 감당하면 좋을지, 얼마나 이 슬픔을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머니께서 지금 상태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갈때까지 가는 상황이 올때,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머니를 살리자고 판단했던 내 판단이 잘못된건 아닐까 하고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봐 제일 두렵습니다.
자식은 그래서는 안되는거잖아요. 그래서 돈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수술 다 하자고 했고 그렇게 어머니 돌아가시는걸 막았잖아요. 근데 형편이 어려워서 병원비를 감당 못하는 상황이 왔을때 어머니를 살리는 걸 후회한다고 하면 그게 자식일까요? 이런 생각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올까봐 두렵습니다.
 
저나 저희 가족은 사실 많은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시더라도 사람은 알아보고, 말은 정확하게 못 하셔도 손짓 발짓을 해서라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정도만이라도 돌아오길 바랍니다.
 
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오유분들에게 기도 부탁드립니다.
 
어머니께서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제가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생각을 못하도록,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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