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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김연수의 글 중에서
게시물ID : gomin_1730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워보이
추천 : 2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01 1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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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해야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이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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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씌어지느냐는 것입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대답하기 위해서 저는 평생 소설을 써야만 하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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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갑니다. 그런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 역시 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제가 쓰는 소설의 결말은 모두 여기까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새드엔딩입니다. 뭔가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의 삶이 그랬듯이.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은 정말 느닷없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마치 기적처럼 바뀐 세상을 봅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느닷없지도 않고, 기적도 아닙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건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간절히 소망했던 바로 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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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절망을, 오해를, 불행을, 무엇보다도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두려워해야하는 건 냉소와 포기입니다.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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