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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가 가끔씩 자해를 하고 단톡방에 사진을 올립니다.
게시물ID : gomin_17322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dsa
추천 : 2
조회수 : 7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1/18 00:39:19

이 친구가 자신의 거의 하나남은 친구관계를 가진 고등학교 친구들 카톡방에 

두세달 간격정도로 손목을 그어 피를 흘리는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걱정하면서 왜 그러는지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지 물었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자

그걸로 인해 친구들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고 대부분 제발 좀 그만해라하는 반응입니다.

(아마 본인은 외롭고 힘들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일 테지만요)

이 친구가 더욱 고립되어 가는게 걱정되고 막막합니다.



일단 이 친구 (A라고 하겠습니다)는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한 녀석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난 친구라 그 전의 일은 본인에게 간접적으로 들은 것 뿐이지만

초등학교 때 뚱뚱하다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고학년(5,6학년?) 쯤에

자살시도(세제음독)를 했었다고 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엔 계속 그 정신적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마음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그럭저럭 원만하게 생활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좀 어두운 면이 있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죠.





후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고등학교 근처 동네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자주 만나며 가깝게 지냈는데 A는 학교가 맘에 들지않아
(선후배간 똥군기, 강제적인 과활동 참석강요 등이 주로 문제였다고 하더군요)

자퇴를 하고 재입학을 하는 등의 일을 거치며 살던 곳인 서울에서 천안쪽으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됐습니다.

저도 그 동안 휴학후 군대를 가고 하며 많은 연락을 못했는데 가끔씩 휴가를 나와 만날 때

A가 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진걸 알았습니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인 A는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 다른 학우들과 교류를 많이 가지지 못했고

가정에서도 아버지를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안정을 찾지 못한것 같습니다.

그 대신에 MMORPG 길드 모임, 인터넷 서브컬쳐 (애니메이션,영화 등)에서 안정감을 얻고 

#특히# 술에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많이 복용하고 있다는걸 대충은 알았지만 

거기다 더해서 술을 자주 마시고 (보통 마시면 막걸리로 4,5병을 혼자 집에서 마신다고)

알콜중독에 빠져간다는 건 몰랐기에 알고난 후엔 A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회소통능력이 더 줄어들어 저희 고등학교 동창 외엔 잘 만나지도 않고

극단적인 언행과
( 안좋은 습관을 고치라고 하면 '괜찮아, 좆대로 살다가 뒤지지 뭐 ㅋㅋ' 하면서 대충 넘기고)

단톡방에서도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이야기 (애니나 본인이 하는 게임) 위주로만 얘기하고

열등감이나 불안감을 숨기고 싶었는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몸을 불린 후 부터는 

성격도 다소 난폭해졌구요 ( 술을 마셨을 땐 조절이 더 안되서 과격해 질 때가 더러 있음)





제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A는 이렇게 바뀌었고, 전 군복무중 친구들과 

가끔 만나는 것 외엔 전역 후 준비를 하느라 친구들에게 관심을 많이 주지 못했습니다.

전역 후 지금 친구들은 각각 학교 졸업 준비를 하고, 취직을 하고, 시험을 준비하느라 

각자 바쁘게 살아가면서 한달에 두어번 만나며 카톡방에서 얘기하는 정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군복무를 공익으로 받기위해 미뤄오던 A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점점 더 고립돼 가는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전에는 A가 힘들어하면 만나서 술을 마시든 게임을 하든 우울증을 달래줄 수 있었지만

다들 바쁘고 힘든 와중에 A가 카톡방에 말을 해도 전처럼 반응을 해주기가

시간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힘들게 된 것이죠.

예민한 성격인 A는 그런 상황을 무시당한다고 생각해 더 괴로워 하는것 같고

(평소에 사소한 일로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생각하거나
 부모님이 용돈을 적게 준다고 쉬이 우울해함)

그런게 자해행위를 찍어 올리는 일로 벌어지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랬을 때도 위로하고 다독이는 친구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 친구가 없을 때

'저 새끼 또 저런다, 진짜 못받아주겠다'면서 힘들다는 친구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A가 또 그렇게 사진을 올리니 한명이 직접적으로

' 너 힘든거 알겠는데 제발 여기다 올리는 일을 좀 하지말아라, 너가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걸 강제로 보이는 건 아닌거다. 그만해라. ' 라고 말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10명 가까이 되는 카톡방인데 나머지는 아마 보고도 다른 말을 안하고 있구요.



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A에게 전화해서 최대한 위로하며

힘들 땐 그러지말고 나한테 전화를 해서 힘든 얘기를 말해달라고 했지만 

제가 최근에 휴학을 하고 시험준비를 하며 야간 알바를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라 

저도 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라 전처럼 솔직하게 아픔을 공유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소중한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스스로가 힘들다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힘들어하는 

이 상황 자체가 저도 굉장히 괴롭네요...

복잡한 문제지만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되어 

여기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닌 걸 알지만 한 번 글을 올려봤습니다.

일단은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하지만 몇 번이고 타일러도 

바뀌기 힘들어하는 친구 A에게 저 자신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네요....

참 착잡하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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