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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쁘게 생겼어요.(긴 내용)
게시물ID : gomin_1751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탕토끼
추천 : 10
조회수 : 1922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8/06/05 08:47:15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저는 스스로 자랑하는걸 별로 즐기지 않아요.
굉장히 마음이 약하고 부끄럼도 많아서 제가 확신할 수 있는 사실 외에는 말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저는 이쁘게 생겼어요. 그리고 잘생겼어요.
둘 다 가진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몸매도 좋아요.
그리고 저는 머리가 좋아요. 말재간이나 손재주도 좋아요.
처음에 오해하지 말아달랬는데, 감안해도 자랑같죠?
하지만 마음이 약해서 이용만 당했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라면?

저는 상당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요.
굉장히 복잡한 이유로 형성된거지만 주된 이유는 중학교 시절에 있어요.
당시에 해외 기숙사 학교를 다녔는데 거기 아이들한테 오랜기간 나쁜 짓을 당해왔어요.
저는 마음이 약하긴 해도 그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에요.
그 외에는 당당하고 결단력이 있어요.
그래서 엄청나게 싸우고 주변에 도움도 요청하고 했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선생들은 코앞에서 보고도 고개를 돌렸고(비유가 아니라 정말 제 앞에서 못본척 고개를 싹 돌리더라고요)
부모님마저 저보고 잘못한게 없냐고 물으셨어요.
덕분에 매일 울면서 더 이상 울기 싫다고 다짐하던 저는 울지 않게 됐어요.
감정을 완전히 버렸어요.
감정 또한 소통이니까 절 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걸 안 시점에 감정과 함께 저 스스로를 버렸죠.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년만에 학교를 나올 수 있었어요.
그 아이들이 도를 넘어버렸거든요.
그 새벽에 안 쓰이는 방에 끌려간것이라던가
기절했고, 일어났더니 여전히 그 방에서 침대에 눕혀져있었는데-
사실 기억이 상당부분 지워졌어요.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구요.
아무튼 다음날 쇄골이 금이 가서 퉁퉁 부으니까 병원을 나오게 됐고, 그제서야 부모님이 경각심을 가지셨더라고요.
그래서 나오긴 했는데 이미 저는 저를 통째로 잃어버렸는걸요.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요.
정말 무감각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휙 지나가버렸어요.
그 동안은 억지로라도 누군가와 어울리고, 학교라는 북적한 곳을 다니다보니 정신이 유지가 됐나봐요.
맨날 혼자 책만 읽는 저인데도 좋아하는 애들이 있더라구요.
아쉽게도, 저는 사랑 대신에 미안함만 느꼈지만요.
그리고 대학을 갔어요.
병이 심각한것치고 굉장히 평범한 인생길을 갔는데
모두 오로지 제 의무감이 강한 덕 뿐이었어요.
하지만 대학은 스스로 하는 곳이잖아요?
난 혼자서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고 싶은것도 되고 싶은것도 아무것도.
그저 제 목표는 언젠가 죽는거였어요. 아프지 않게만.
그래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무너졌어요.
점점 틀어박히고, 점점 우울해지고
결국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찾을 생각까지 할 정도로요.
온라인으로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지만.. 역시 그런건 마음에 차지 않았어요.
제 성격도 독특해서 많이들 좋아해줬지만 직접 만나기에는 너무 두려웠고요.
그래서 어느 날..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가장 나의 마지막을 알리고 싶은 사람 딱 하나한테
저는 이제 가겠다고 말했어요.
그 사람은 물론 말렸지만.. 그냥 그었어요.
아니 그으려고 했어요. 너무 드럽게 아파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쳐서 잠들었는데 다음날 그 사람이 우리나라의 절반을 종단해서 찾아와서 절 말리더라고요.
겸사겸사 들린것도 아니라 오로지 절 말리기 위해서요...
되게 혼란스러웠어요.
그렇게까지 살아달라고 하니까, 어차피 아파서 죽지도 못하는데 살기는 하기로 했어요.
누군가가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이 닿도록 말해준건 처음이었어요.
애초에 내가 사는 곳을 알아낼 정도로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된 사람이라서 가능한것도 있겠지만요.
찝찝하게 삶을 연장하게 됐지만 덕분에 조금 더 용기를 얻었어요.
부모님한테 많이 털어놨죠.
그랬더니 제가 어려서 힘들게 느껴지는거라고, 일을 다니면 괜찮아 질거라고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걸 보고 말문이 막혔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그대로 무작정 걸어나가 가출을 해버렸죠.

아 너무 자유로웠어요.
모든걸 잊어버리고.. 그저 돌아다녔죠
노숙은 많이 힘들었어요. 배도 고프고 잠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었어요.
실제로 저를 유심히 본 사람은 적겠지만요.
제가 넷상으로만 알던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고 다녔어요.
가서 잠도 자고 얻어먹기도 하고
기묘하게도.. 당시 제가 만난게 세 명이었는데 모두 저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해왔어요.
남자 둘 여자 하나.
저의 뭐에 끌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를 상당히 좋아한것 같기는 해요.
물론 육체적으로도요.
사랑은 없지만 사귀었죠. 신세지는 마당에 거절하기도 뭐하고, 거절한대도 상관은 없지만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릴테고요.
어차피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생각조차 못했으니까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방금 만나고 금방 빠지고 금세 헤어지고
그리고 저는 스물셋이 되어서야 첫사랑이 생겼어요.
대학교 있을 때 찾아와준 사람 있죠, 그 사람도 제가 신세질 때 저에게 고백해왔거든요.
처음에는 저는 되게 부정적이었죠.
저를 좋아해봤자 저는 가진것도 없고 할 수 있는것도 없고
우울증으로 옆에 있기 힘들게만 할거라고-
그래도 그 사람은 (몇 번 흔들리고 잠깐 헤어진적조차 있지만) 굳게 붙들어줬어요.
오히려 저를 더 잘난 누군가에게 빼앗길까봐 무서워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이해가 안 갔지만,
그 후로 병세가 점차 나아지면서 사람들이랑 좀 더 긴밀하게 사귀고 하다보니까
나이나 성별을 별로 안 가리고 저한테 많이 좋아한다고 말을 해주더라고요.
아마 본 성격이 장난꾸러기에 애교덩어리라 그런걸까요?
우울하지 않을 때는 완전 다른 사람마냥 밝고 기운이 넘치거든요.
아무튼 하도 많다보니까 저는 그제서야 제가 꽤 매력적이라는걸 수긍하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과 저는 대체로 행복했어요..
가난하고 아프지만 서로가 있어서 저는
처음으로 미래를 생각했어요..
나는 확실히 낫고 있었지만 너무 더뎠고 그 사람은 지쳐갔어요.
그리고 어느 날 통보했어요. 헤어지자고.
나중에 알았지만 바람이 난거였더라구요..
하지만 그걸로 탓할 수는 없어요.
제가 덜 아팠으면 아마 안 떠났을테니까요.
오히려 여태까지 해준걸 고마워해야죠. 많이 고생해줬으니까.
그리고 저는 다시 길을 잃었어요.
맛본 사랑이 너무 달콤해서 이별이 더욱 썼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꽤 노력했지만
다들 제 외모나 성격에 혹해서 다가왔다가도 떠났어요.
아픈 상처만 잔뜩 쌓여갔죠.
제가 너무 조급한 느낌도 있어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헤어진게 두 달 전이에요.
그래서 방황하고 있는게 현재에요.
놀랍게도 저는 특유의 능력으로 다시 그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지만
그 사람 옆에는 애인이 생겼네요.
다른 사람들을 사귀는 것도 너무 실패해서 이젠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심지어 일을 하려고 해도 병세 때문에 심각하게 힘들어요.
몇 번 일을 다녀봤지만 다 모종의 이유로 잘려버렸구요.
도움 받을만한 사람은 몇 알긴 하는데,
무엇보다 이 방황하는 마음때문에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미래가 없어요.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누군가에게 그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사랑할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랑받고 싶어요..

이런 커뮤니티에 글은 처음 써봐요.
긴 글인데 혹시 여기까지 읽었다면 감사드려요.
항상 그럴 수는 없겠지만, 모두들 행복했으면 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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