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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때문에 저가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린걸까요?
게시물ID : gomin_17516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lsldkfj
추천 : 0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6/14 13:17:56
괴물이라는 표현이 참 낯설면서도 익숙한거같아요

흔히들 말하는 괴물이란게 징그럽게 생긴 이생명체이지만

사람한테 붙이면 참으로 무서워집니다.

제가 절 괴물이라 생각한건 최근 1~2년 사이에 일이에요.

그 사이에 큰일이랄것까진 없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요.

아니 큰일이었는데 큰일이랄것까진 없다고 말하는것 부터가 제가 괴물이 되었다는 반증일수도 있겠네요.

제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 크게 세가지 사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행동 덕분에 집이 아주 그냥 박살이 나서 어머니 혼자 저희 형제를 키우셨습니다.
아버지를 보지 않은지는 15년정도 됐고요.

그래도 아버지의 죽음을 접했을 때 조금의 감정의 동요라도 있을줄 알았습니다.
허나 밥도 잘 넘어가고 술담배를 할때도 전혀 동요가 없었습니다.
아 그냥 죽었구나. 돌아가셨네? 이정도의 마음이 들더라구요.

두번째 사건은
일을 하다가 머리를 다쳤습니다. 36바늘을 꿰맸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마음이 전혀 부산스럽지 않았습니다.
피가 줄줄줄 흐르고 119를 불러준 동료의 말에 의하면 뼈가 보일정도로 크게 패였다고 합디다.
병원분들의 말에 의하면 쇼크로 정신을 잃기도하고 보통 제 정신을 유지하실수가 없었을 거라고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피가 나는데도 놀라서 엉엉 울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냥 아 피가 나는구나, 다쳤구나, 와 이게 극한의 고통을 느끼면 오히려 안 아프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크게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세번째 사건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싫어졌습니다.
단톡방도 다 나갔구요.
왜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아무 의미없는 장난과 말들... 얼굴못본지는 1년도 넘어가는데 카톡으로는 절친들입니다.

어떤 명사가 이런말을 했었죠. 던바의 수 였나요? 아무튼 뭐 실제로 만나지도않고 그냥 온라인관계인것만같기도하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몇명에게서 연락이 오더군요. 저도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입니다.
그 친구들이 너 왜그러냐 섭섭하다. 잘못이 있으면 말해주고 잘못이 없어도 이유를 설명해달라.

저는 그 친구들에게 그냥 혼자가 편하다. 모든걸 끊고싶다고 말하고 모두 지우고 차단했습니다.

왜그랬냐고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요.

제가 서두에 괴물이라고 표현한것이 이 부분입니다.

인간관계, 아버지에 대한 슬픔, 아픔에 대한 감각 이런것들의 표면적인 문제가아니라

제가 누가보아도, 어느 누가 겪어도 크게 동요할만한 큰 사건에 아무런 동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슬프지도않고 기쁘지도않아요. 아니 내가 지금 기분이 어떻다라는 생각조차도 생각을 안합니다.

우울증은 감정이 고통스러운거잖아요?
(제가 우울증을 겪어본적은 없어서 당신들의 아픔을 한 줄로 표현하기에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통스럽지가 않아요...

정말로 해탈이라는 표현은 너무 상위적인 표현인것 같습니다.

근데 해탈이라는 표현이 좀 비슷한거같기도해요.

정말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심지어 옆자리 동료가 크게 아파서 퇴직했습니다. 

모두에게 잘해주시던 분이에요.

아 아프시구나. 그만뒀네. 누가오려나

딱 이 생각에서 멈췄습니다.

공감이라는것도 어떻게하는지 까먹은것같아요

근데 더 문제는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게 문제라는거는 인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더 무서워요.
왜냐면 제가 이렇다는걸 알고서도 불안하다거나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주위사람들 주위상황들에게만 그러면 사람이 이기적으로 변했다고도 할수잇겠죠

하지만 제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어제 서울에 비가 잠깐 왔었죠. 담배피고 있었습니다.

옷도 일이 있어서 정장을 입고 있었네요.

비 맞았습니다. 왜냐고요?

비를 피할 이유가 없는것 같아서요.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크게 상심하고 위로해주고 장례식장을 지켜야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되기 전 초등학교부터 계속 잘 지내온 절친이었으니까요.

얼굴만 비추고 왔습니다.
제가 왜 있어야되는지도모르겠고 공감이 되지도 않고
꺼이꺼이 우는 친구놈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만 느껴지더군요.

저는 지금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것같아요
아니 괴물인거같아요
감정이 없어진것같아요.

주위사람들이 모두 떠나고있습니다.
두렵지가 않아요

두렵지고 않고 고통스럽지가 않아서 고민입니다.

저와 같은, 저와 같은 상태였던 분들 혹시 없으실까요? 정말 힘이듭니다. 아니 힘이듭니다는건 거짓말이군요.

제가 이렇게 살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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