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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애 이후 제 감정에 너무 서툴어졌어요
게시물ID : gomin_1761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doY
추천 : 1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1/21 11: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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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글이에요. 너무 답답한 마음을 털 곳이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 봅니다.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사회생활 일찍 시작해서 또래에 비해 돈도 나름 잘벌고 (뭐 잘번다의 기준은 나름대로 다 다르겠지만요.)
사회 현안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 많고.
집순이에 시끄러운 것 싫어하고 명품 물욕, 여행욕구 없는데 보세랑 브랜드 섞어 알아서 잘 꾸미고 다니고.
똑부러지고 차갑고 도도해보이는 이미지래요. 예의바르지만 차가워 보이는. 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
취미는 보육원 봉사다니기.
존예까진 아니어도 못생기진 않은 편이라 감사하게도 저 좋다는 남자 꾸준히 있고.
전남친과 헤어진 이후 사실 저 좋아했다고, 잘해주겠다면서 사귀고 싶다는 고백도 네 번 정도 받았어요.

제 이미지 반듯하고 똑바르고 좋아보이죠. 자존감도 높아보이고. 자기애도 강해보이고요.
근데 그렇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사실 제 자존감은 밑바닥이에요
전남친 탓을 하고싶진 않아요 그런놈을 골라 만난 제 안목의 탓이라 생각하니깐.

전남친은 오래 만났어요. 만 6년정도. 때리거나 맞은적은 없어요 다행이라면 다행인가ㅎㅎ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하는 말 있죠 아주 상투적인 말
화 안 나면 진짜 잘해준다는.. 속은 착한 사람이라는.
전남친은 가정환경이 엄청 불행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것에 상처가 있는걸 이해했고 만나는동안 안쓰럽기도 했었어요.
사귄지 첫 한 달 정도까지는 정말 잘해줬어요.
한 달을 기점으로 자신의 아픈 얘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가정사나 이런 것들.
그날 제 앞에서 눈물 흘리고 슬퍼하던 모습은 진심이었다 생각해요. 그 모습 때문에 6년을 만난거니까.

기본 옵션은 폭언+욕이었어요. 말 그대로 제가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었어요.
화가나면 꺼져라부터 시작해서 자존감 후려치는말 해대고 오만 년자들어가는 욕은 다하면서 기분 풀릴때까지 무한 잠수.
자기 꼭지 돌면 길바닥에 저 밀어버리고 가기도 하고
제가 자기 짜증나게 한다며 자살한다고 생쇼해서 구급차 부른적도 있고
열받으면 손에 있는 물건 집어 던지고 사라져버리고. 말하던 도중에도 그냥 횡단보도 뛰어 건너서 아무버스나 잡아타고 집에 가버리고.

자기 기분 풀리면 문자로 만나서 얘기하자. 만나면 눈물보이면서 잘못했다 미쳤던 것 같다.. 용서해달라 계속계속 반복했어요.
집 가난한거에 자격지심도 있었어서 아버지 원망하는 소리 듣기 싫어 돈도 많이 해줬어요.
사귀면서 이 사람과는 별개로 제가 속해있던 그룹의 사람들한테 크게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는데
니 성격이 이상해서 왕따당하는거라는 얘기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후려치면서 했던게 큰 상처예요

왜 만났나싶네요 이런 말 모질지만 진짜 인생에서 지우고싶어요 그 남자를 알게된 것 자체를 후회해요
악연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사람을 미워하진 않지만 진짜 다신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안목이 그것밖에 안되는게 한스럽고.
내가 내 부모님과 소원한걸 그 사람을 통해 도피하고 싶었구나 그런 생각을 지금와서는 해요

헤어지고싶다는 생각은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계속 했어요
하지만 취준 얼마나 힘든지 겪어봐서 제가 더 잘 알고
힘든 시기에 버린 여친이란 기억 남기고 싶지않아서 만 3년을 매달려 뒷바라지 해줬어요
그런 제 맘을 못헤아리고 정신못차더라구요
그 때 당시 나이 30되가는 마당에 불규칙한 생활에 겜돌이, 공부 안하고 알바만 하는 꼴을 못봐서 헤어졌네요

이런것들이 하나하나 다 폭력이었다는걸 헤어지고 나서 깨달았어요

마음의 절박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잠도 안자고 일만 하고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어 매일 집에서 퇴근 후 술만 퍼마시다가
나이가 20대 후반밖에 안됐는데 과로로 작년에 쓰러져 2주 입원한적도 있고.
2017년 말부터는 일상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우울증도 심하고 특히 공황장애가 생겨서 약먹으면서 치료했어요
약 끊은지는 2달 되어가요. 여전히 상담치료 없이는 힘들고요.
제 성격상 자존심이 세서 이런 나의 약한 모습을 절대 내 주변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절친한 친구들 아니고서는 말하지도 않았어요.

올 봄부터 여름은 말 그대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느냐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이 미친연애를 끝낸지는 만 2년이 되어 가네요.
남자는 꼴도보기 싫어서 흔히 말하는 철벽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절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도 다 똑같을거란 생각에 곁을 절대 내어주지 않았어요.

근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좋은 사람이 나타났어요.
나이는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생긴것도 제 눈에는 잘 생겼고 착하고 순해요.
처음에는 저보다 어려서 관심이 없었어요.
회사 후배이기도 하고 그냥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어려서.
어리다는게 철이 없다 이 느낌보단 경험이 없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고 해야하나.
오히려 단순히 생각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는게 제 신입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사람이 제 철벽을 깬 계기가 참 단순해요
회식 후 추워하니까 자기 옷을 어깨에 입혀줬어요.
차가 오면 자기쪽으로 끌어 당겨줘요. 늦게 끝나면 꼭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사소한 칭찬을 잘해줘요. 이름이 예쁘다던지, 눈 동공이 커서 예쁘다던지 뭐 이런거 있죠.

알아요. 그냥 매너라면 매너인거.
내가 살면서 그런 호의를 겪어보지 못해서.
내 눈에 괜찮아 보이는 남자에게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어서 익숙하지가 않으니
감정이 헷갈리는거라 생각했어요.
그냥 착한 애지. 그런 마음에 계속 밀어냈어요.
그냥 그렇게 계속 엄청 친하게 몇 달을 지냈어요.
좋은 사회생활 선배, 좋은 누나로 잘 챙겨주면서. 아마 절 그렇게 생각하겠죠.
여자보다는 멘토라고. 회사에서 진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전 좋은 기회가 생겨서 연봉도 더 오르고 이직하게 됐어요. 내년 초에요.

퇴사할 때 쯤 되니까 알겠어요 나는 얘를 좋아해요.
이런 사소한 것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내가 한심해요.
이 친구는 제가 자기 좋아하는 것 몰라요.
아마 모르니까 서로 이렇게 평행선이겠죠. 저게 매너가 아니었으면 또 다른 한 방이 있었을테죠?

다가가는게 무서운게 아니에요
내가 다가가서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을때 또 똑같은 인간이면 어쩌지
그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지난번 연애가 끝났을 때 전 살고싶지 않았거든요
내가 내 감정가는대로 행동했을 때 책임을 져야하는데 잘 되지 않았을때 어쩌나,
또는 잘 되고 나서도 헤어졌을 때 내가 이 상처를 감당할 수 있나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병적으로 무서워요

눈물이라도 펑펑 나면 속이 뚫릴텐데 그냥 답답하기만 하네요
이렇게 지내다보면 무뎌질까요 무뎌지겠죠 그렇게 생각해야죠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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