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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의 길 잃은 미아의 술넋두리 좀 들어주세요..한심한 스토리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7627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JlZ
추천 : 1
조회수 : 88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12/13 19:00:53
33세의 백수입니다..

원래는 요리사였습니다.

군입대전부터 요리배우고 주방일 하다가

군대에서 간부취사병으로 복무한뒤 딱히 하고싶은것도,

할줄아는것도 없기에 선택한 직업이 요리사였죠.

나름 제대로 하고자 하여 전역후엔 전문대 조리학과에 입학했었습니다.

졸업은 안하고 1년만 다니고 휴학 ㅡ 자퇴 했습니다.(네.고졸입니다)

힘들긴해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손님들과 대화응대하고

요리하는것도 재미있고 해서 2010년도 부터 작년 2017년도까지

요리만 했습니다.

끽해봐야 7년 남짓의 경력으로 동네의 작은 레스토랑이긴 해도

그곳의 셰프로 근무한게 제 요리경력의 끝이자 가장 큰 이력입니다.

어느날 곰곰히 생각해보니..(나는 평생을 노력해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나이도 아닌것 같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봐야

내 장사를 하는건데..장사로 성공할 가능성도 낮고 자신도 없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어줍짢은 업장에서 월 300정도 밖에 못버는

직함만 이사,차장 달고 있는 별볼일없는 요리사가 될테고

나이 5,60  먹고도 이 힘든 요리일을 계속 해야되는데..

그것도 고정적이지 않으니..너무 불안하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가 작년 8월쯤, 32살때였습니다.

그때, 어릴적 꿈으로만 간직했었던 '성우' 라는 직업에

다시금 흥미가 생겼는데...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때

친하게 지내던 간호사누나가 원내방송 할 차례인데(간호사님들이
돌아가면서 했음)

저 목소리가 좋으니 한번해보라고 해서 반 장난으로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더라구요.

목소리도 진짜 성우같다고 그러셨고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 하여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더군요.

하지만, 한살이라도 젊을때 해보자하여

바로 요리를 관두고 성우학원에 다녔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실력도 조금씩 오르고 성장하는게

제가 느껴질정도였고요.

학원에서도 목소리로만은 상위 5%안에 들었습니다.(이건 제스스로의 평가가 아닌 학생들의 평가)

이대로만 하면 정말 성우가 될것 같았고,

정말로 성우가 되고자 하였죠.

그때는 평일엔 연습하고 주말엔

주말알바(병원식당 주말실장, 주말에만 가서 환자,직원 식사차려주는것.식수인원이 30명정도라 혼자서 일했어요)

하였는데..월100만원 받았습니다.

그걸로 생활비나 월세 기타 납부금,잡비에 학원비 까지

냌엔 턱없이 부족하여 당장 손에잡히는 일을 구해서

하는편이 낫겠다 싶어서(마침 그때는 학원도 평일수업에서 주말수업으로 바뀌어서 주말알바 관두고 주5일평일 일을 해야됬었죠)

주말알바 관두고 공기관의 단기계약직(공공기록물 관련 단순직)

으로 일하게 되었죠. 그게 올 5월입니다.

근데, 생각만큼 일이 손에 익혀지지 않고 적응도 쉽게 

되지 않더라구요.

매일 깨지고 일못한다는 말을 들으니 자존감도 무너지고

스스로도 자괴감이 느껴져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한달만에 5키로가 빠졌을정도로..

요리나 다른 일들을 할때는 어딜가나 일잘하는 에이스 취급을

받았는데 정말 별것아닌 단순업무에서 미스가 나니깐..

또 그걸로 너무 혼이 나니깐 좀 힘들었습니다.

그런중에 학원에선 좀더 높은단계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직장일과 수업 두개다 따라가기 벅찼습니다..

그런중에 우습지만 직장에 좋아하는 여자분과

친해지기 시작하는 중에 제가 말실수하는 바람에

그분이 엄청 화가나서...남처럼 아니,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직장일도, 성우공부도 완전히 엉망이 되었습니다.

굳이 그것이 발화점이 된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소위말하는 멘붕 상태가 되었고,

직장에서 일도 일이지만..

성우준비하는것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은 커녕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도 안하고

술만 마시고 자기비하만 주구장창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업때면 혼자 따라가기 벅찼고

연습을 안하니 실력도 떨어져  스스로도 흥미가

사라졌습니다..다들 열심히 수업듣고 연습하는데

혼자 멍하게 나는 왜이곳에 앉아있나 싶었고,

혼자서만 동떨어진 세상에 있는 느낌이들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은 세상이었는데 말이죠.

한번 흥미가 떨어지니 학원 가기도 싫고 의욕도 사라져서

관뒀습니다.

일도 하기 싫어서 직장에서 한달을 더버티다가 8월중순께

일을 관두었습니다.

한심한거 압니다만..

사람은 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때가 있는 법이고

그 힘듬은 다 각기 다르고 그 크기도 함부로 가늠하거나

정의할수없는 부분이기에..욕은 하시지 말아주세요..

전 힘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성우포기한거 후회안합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나봅니다..

목소리 좋다는 말을 듣고 그저 어릴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성우라는 막연한 꿈에 환상을 가졌던것 같습니다..

그냥 평생 고용보장되고 요리일처럼 빡세게 몸쓰지 않는

사무직, 혹은 단순직 을 하고싶어졌습니다...

공기관단기계약직 일을 그만두고서 거의 곧바로 일을 구한게

신생식품회사의 생산직 팀장이었습니다.

말이 팀장이지 신생회사라 생산팀 혼자였습니다.

첫날 근무했을때는 할만했습니다.

두번쨋날 자재를 옮기는데..혼자서 엄청난 양을

지하까지 나르고 적재하고 노가다를 하는데..

아..다음날 몸살이 나서 들어누웠습니다..

도저히 못하겠어서 관두었고

또 몇주간 단기알바(시험지 포장일.재미있었습니다. 일은 고되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았고 일도 잘맞아서 꽤 신나게 일했음)

나 하다가 다시 주말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평일에 일을 하게 되었는데..

취직한곳이 광고마케팅 영업 회사였습니다.

6명의 정직원과 5명의 계약직원들로

이루어진 소규모회사였습니다.

말이 광고마케팅이지..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범법행위는 아니지만 폰팔이,중고차팔이 같은 좀 그런일이었습니다)

일이었죠.

영업을 나가서 몇번 해보니깐

평소,말 하는걸 좋아하고 또 재미있게 잘해서인지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좀 양심에 찔려서..
(다시 말하지만 법적으론 문제 없는 일임..정식 회사였고)

사장님께 사정해서 내근직으로 변경하여 전화응대 및 사무,기타잡일

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안해본거라 자신이 없었지만

의외로 적성에 맞더라구요. 업무 적응도 금방 했고.

별일 없는 한 계속 다니고자 했습니다.

평일엔 회사, 주말엔 알바. 7일간 연장으로 일을 했지만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에 같이 일했던 형님과 만나 술한잔 하는데

그러시더라구요.

(만약에 몇년안에 회사가 망하면 그땐 괜찮아. 그래도 30대중반이니깐.

근데 10년뒤에 망하면 어쩔래? 그땐 40대아니냐.

지금 그일이 경력이 될것같애? 어디가서 재취직할래?

그거, 완전 물경력이야. 이제 너도 나이가 있으니깐

평생할것을 바라보고 취직을 해야될거 아니냐)

회사다니면서 마음속에 뭔가 불안한것이 있었지만

스스로 외면했던 그것이 그형님의 입을 통해 밖으로

끄집어 내어졌던겁니다.

그다음날 바로(참 쓸데없는 결단력) 사직 의사를 밝히고

사장님과 면담을 했을때, 물경력이 될것 같아 겁난다고 했더니

쉽게 무너질 회사아니고 지반도 꽤 튼튼히 다져놓았으니 걱정말라고

하시던데..믿질못하겠더라구요.

제 표정을 읽은 대표님은 곧 지사를 만들 예정인데 여기 본인밑에서

딱 2년만 일배우면 그곳 지사장으로 저를 보내주겠다는 겁니다. 

혹했죠...거기에 대표님이 일단 딱 3개월만 더해보고

그때가서 결정하라고 해서 그러겠다하고 다시 출근했습니다.

잘일하다가...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깐 다른 직원들이

관두려할때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 겁니다.

갑자기 다시 불안해지더라구요.

마침 그때 국비지원으로 편집디자인 과정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전에도 편집디자인 배워보고 싶었던지라

응시했습니다.

당연히 될줄알았고, 회사는 정식으로 관뒀습니다..

하지만..고용센터에서..어제 내일배움카드 심사결과를

문자로 보내주었는데...떨어졌더군요.

난 뭘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나이되서...

그냥 인생의 목표를 잃은것 같아요.

사는게 의미가 없고...목표도 방향도 다 잃어버려서

의욕없이 멍하게만 지내고 있습니다.

2주동안 매일 술마셨고(주말알바는 계속다녀요..)

되는대로 살자해서 8년전에 끊은 담배도 다시 핍니다..

모아놓은 돈으로 그동안 비싸서 못 샀던 좋아하는 옷, 구두

쓸데없는 미니드론 등 질렀고 혼자 10만원짜리 고급뷔페도 가고

허세부린다고 바에 가서 고급술도 진탕 마시고 해서..

2주동안 한 200만원은 쓴거 같아요.

앞이 보이질 않고 뭘해야할지 모르겠고

뭔가 하고 싶은것도 없어요...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서 지내는데다가

유일하게 남아있던 20년지기 친구와도 지난달에

술마시고 크게 다퉈서 연락차단당해있어서..

넋두리 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어요.

다 잃은거 같아요.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아직은 다행이다 싶은건요.

자살생각은 안들어요..아직은 더 살고 싶어요...

제게도 미래가..희망이..목표가 다시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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