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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아닙니다 (모쏠인 이유)
게시물ID : gomin_1765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HBqZ
추천 : 13
조회수 : 1102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9/02/18 18:32:40
고민게지만 고민 아니고 상담 아니고 전부터 하고 싶던 말이라 속풀이로 씁니다
글이 깁니다
 
썸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분들이 종종 있으셔서 제 경우는 이렇다구요
특히 모쏠 부분인데, 제 주변에 몇 사람이 모쏠(30대 이상 ~ 40대 중반)인데
다들 말은 못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공통점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다들 외모적으로는 내세울 게 없지만, 착하고 성실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죠 '사람 참~ 착해, 직장 좋고 성실하고 아주 좋아. 근데 여자가 없어. 어디 좋은 자리 있으면 좀 알아봐봐')
그리고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은 없지만 자기를 바꿀 생각은 없고,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을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의 상황이나 고민,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 사람이 본인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데도
그 사람이 자기에게 오기만을 바라면서(심지어는 먼저 고백해주길 바라면서) 전전긍긍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본인을 중심으로 놓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인데 본인만 모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라 모두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그 친구가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착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같이 있으면 정치 경제 문학 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사가 비슷하고
유머코드도 맞아서 만나면 정말 즐겁습니다
이 사람이 제 친오빠였으면 제가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안정되어서
제 삶이 좀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을만하고 힘들 때는 의지도 됐었습니다
 
다만 이성으로서의 매력은 없는 정도가 아니고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이 사람이 여자 만나고 싶어하는게 너무 빤히 보여서
저를 비롯한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이 이 친구가 상처 받을까봐
돌려서 좋게, 꾸준히 이런저런 조언을 해줘도
희안하게 그런 쪽에 자기 고집이 있어서 절대로 바꾸질 않더군요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것 부터 달래가면서(?) 얘기해도
살면서 불편한 게 아니면 거기에 절대 돈과 시간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랄까요
 
솔직히 제가 아는 사람중에서 진짜 제일 못생겼습니다
옷도 너무 후줄근하고 신발도 무슨 나이많은 아저씨들이 신는 편한 신발만 찾고요
같이 다니기 창피해서 적어도 옷이라도 멀쩡한 거 입으라고
SPA샵에 같이 돌아다니면서 옷도 골라줬는데 평소 입던 스타일이 아니면 손도 대지 않으려 해서
가는 곳마다 한번만 입어보라고 설득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치 다섯살짜리 입 꼭 다물고 밥 안 먹는 아들한테 '한입만' 하면서 숟가락 들이미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여직원들이 칭찬해 줄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내 남친도 아닌데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열 받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가게 같은 데서 직원이 둘이 커플인 것 처럼 대하면 저도 모르게 정색할까봐 들키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성과 사귀어 본 경험이 없으니 알고 있는 거라고는
집안에서 본 부모의 관계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게 전부입니다
본인은 다른 사람한테 항상 양보한다고 자기는 손해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제나 자기 것을 뺏길까봐 무서워서 못 만나는 게 큽니다
본인이 자신감이 없으니까 상대방한테 돈을 써도 상대방은 돈만 빼먹고 사실은 바람을 피우고
결혼을 한다 해도 배우자 집안에 자기 돈을 갈취(?) 당하는 식으로 뺏기고 자신은 외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사랑과 전쟁, 다음 아고라에서 주워 들은 것들을 자기 일이 될 것처럼 얘기합니다
뭘 사겨야 배신도 당할텐데, 아무것도 당해본 것도 없으면서 뭐 하나 손해보지 않고 안전한 것만 찾으니
소개도 받기 싫다고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거냐고 물으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네요
부모도 자기 자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드문데 (누구나 자식한테 바라는게 있죠)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냥 우연히 만난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자기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해 줄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제 친구 A는 돌싱에 아이들도 있는데 동성 이성에게 모두 인기가 많습니다
미혼 연하남이 결혼하자고 매달리는데 주변에서 모두 말렸죠. A가 아깝다구요 - 성격, 외모, 앞으로의 가능성 모든 것에서요
근데 그 친구는 미혼 연하남이 여자한테 빠져서 손해보는 짓을 하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하더군요
사람이 이성에게 끌리는 매력은 미혼 기혼 이혼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외모, 말투, 재력, 자신감, 성격 등등 수많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서로 끌리고 밀치고 하는 관계들을 만들죠
때로는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알아도 어떻게든 자기쪽으로 돌려서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죠
다른 데 가도 이만한 대상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것은 자기 만족이라는 얘기입니다
 
여자 만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도 예를 들어가면서 백날 말해봤자
(솔직히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진짜 연애한번 찐하게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경험을 그 친구도 해보기를 진지하게 바랬고, 그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아예 사람 만날 노력도 하지 않고 저와의 관계에만 매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난 니가 하라는 대로 할테니까 나 좀 어떻게 해 줘 - 이런 느낌
사귀는 것도 아닌데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이 친구가 싫은 것도 아니고 해서 같이 밥 먹고 영화 보니
몇 십번을 돌려서 말해도 알아듣질 못하고 혼자서 썸탄다고 확신하는 것 같더군요
그냥 속시원히 '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친구한테 누군가의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아서 몇년을 되새김질 하더군요
저도 딱히 몇년동안 누군가한테 나쁜 기억으로 되새김질 당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이러다가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혼자 어장관리 당했다, 이용당했다 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뭐 하나 얻어 먹은 적 없고 만나도 돈이 많이 나오면 꼭 반으로 나눠서 현금으로 주고 했더니
오히려 '개념있는 여자' 같은 게 되었는지 만날 때마다
눈빛이 사랑에 빠진 듯 그렁그렁해서 막 엄청나게 부담스럽더군요
지구가 멸망해서 둘만 남게 되어도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없을거야
사람대 사람으로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는데
사람은 아깝지만 연락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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