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랑 13분거리고 되게 가깝고 분위기도 비슷한 연령대(다들 20대 초중반)에 최신차트 노래 틀고 일하고 일하다가도 맛있는 거 먹고 웃으며 일하는 그런 쇼핑몰 회사였는데요
제가 낯가림도 심하고 회사 최연소 (한명 더 최연소가 있지만 사장님 친척동생)이고 일을 너무 못해서 회사 워크샵까지 다녀와놓고 짤렸어요
적어도 한달은 버틸 줄 알았는데...
당장에 알바 구하다가 알바 사이트에서 돈이 너무 급해 우연히 본 공고 에 일단 급한맘에 넣어본건데 붙어서 일하게 됐을 땐 정말 기뻤거든요
한참 취준생인데 알바조차 잘 안 구해져서 답답한 와중에 붙은건데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사람들도 다 좋아서 적응만 잘하길 오매불망 기다리며 열심히 일했어요
팀장님이 적응 한달만에 하셨다 했을 때
나도 한달 후면 실수 없을거야 했는데
아침 출근은 항상 30분전에 도착해서 책상 달력에 다닌 날짜 표시하는 게 하루 시작이였어요 오늘로 18일째였네요 18일만에 잘렸어요
실수가 너무 많아서 크게 혼난 날엔
점심 거르고 작업하고 쉬는시간에도 작업하고
이번주는 이제 실수가 너무 잦으니까 한번 확인 한 것도 두번 세번 확인 했는데 여전히 정신이 없었나봐요 대답 안해야될 때 네하고
파일 보내져있어서 안 보낸건데 한번 더 보내라 해서 또 한번 주의 듣고 마지막까지 실수투성이였네요
팀장님, 열심히 했다고 고생 많이했고 노력해준 거 고맙다고 갠톡 보내주신 거 보니 진짜 끝이구나 아쉽다 잘했으면 더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에 왈칵 눈물 나고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해야하지 일 너무 못해서 2주만에 잘려버렸다고 얘기해야하는데 용기가 안나요
팀장님들, 얘기 꺼내실 때 절대 제 잘못 아니라고 그러더라구요 저가 아니더라도 이 상황이 된 누구에게라도 똑같은 말 했을테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울컥했어요 열심히 해도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라고 계속 되뇌었던 거 같아요 저는 계속 너무 일을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정말 죄송했다, 짐만 된 거 같다, 민폐끼쳐서 미안했다고 그러고 절대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말라고...저보다 일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잘 따라와주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계속 지켜봤다고... 계속 가르쳐줘야하고 이제 막 적응하는 게 보이는데 자신들이 계속 옆에서 가르쳐줄 수 없어 1년차 사원이 퇴사하는 바람에
회사 사정이 조급해서 미안하다고...
그냥 그렇게 듣고 마지막으로 저 대신 온 신입사원 분 퇴근하실 때 인사하고 같이 일하던 분들 퇴근하실 때 평소처럼 인사하니까 다들 인사 잘 받아주시고 가더라구요 처음보단 말 하기 편해져서 이제 막 점심시간때 같이 웃기도 했는데..
신입사원분이 "다음주에 봬요"하는데 아, 난 다음주에 못 오는데. 그 생각 들면서 복잡하고...
네하고 나왔어요
이런 날인데 하필 또 회사 입사하고 처음으로 비가 거세게 추적추적 내려서 웃기는 날이네하고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왔어요
그분들은 이제 저 대신 회사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잘 웃으실 거예요 부족했기 때문에 더 미련남고, 내가 왜 그것 밖에 못했을까 내 자신이 얼마나 모자른가 깨달았던 경험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