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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휴학이 너무 하고 싶어요
게시물ID : gomin_17696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oY
추천 : 4
조회수 : 84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5/17 23:56:10
서론이 길 거 같은데요
사실 중도휴학에 대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본질적으로는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해요

나이는 스물셋이에요
그런데 인생을 돌아보면 진짜로 행복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아주 어릴때를 제외하면 길어야 2년?

초등학교 땐 대놓고 왕따였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사실 그때 상처가 지금의 저한테 얼마나 영향을 줬는진 모르겠기는 해요.
그치만 어쨋든 왕따였으니깐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중학교에선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땐 제대로 무시당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지금까지도 보고싶다고 밥 먹자고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왕따는 아니었고 딴에는 재밌자고 한 것 같지만
제 자존감은 그 때 완전히 박살이 났어요
애들이 이것저것 온갖 것들을 갖고 놀렸거든요... 자세히 여기다 쓰기도 싫을 만큼
내가 나인게 너무 싫었어요. 하필이면 이런 사람으로 태어났다는게 너무 싫었고 엄마아빠가 원망스러웠어요.
제발 특별할 필요도 없고 개성있을 필요도 없고 멋진 사람일 필요도 없으니깐
그냥 평범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는 장점이 없다는 소리 하는거볼때마다 속으로 욕하면서도 한편으로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너무너무 부러웠으니 욕한거겠죠.
어디다가 티도 안내고 학교에서도 최대한 웃어넘기고 집에서도 혼자 삭이고 그랬는데,
졸업만 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누군가 나를 모르는 사람한테 '나'를 드러내는게 너무너무 무서워졌어요
목소리가 찐따같다는걸 너무너무 스스로도 잘 알게 돼서
새로운 사람앞에서 막 내 목소리로 말을 하자니 찐따라 생각할텐데 괜히 무서워지고
이거는 그냥 하나의 사례에요 온갖 것들이 다 트라우마가 됐어요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도 자연히 사람을 피하게 됐구
그래도 삭히면서 삭히면서 잘 살아서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 모든 것들 애써 무시하던 그 모든것들이 확하고 터져만 버렸어요 이번학기에
과거의 순간순간들이 끊임없이 제 발목을 잡고 저를 죽도록 힘들게 해요
이러면 안되지만 극단적인 생각도 들고 유서도 쓰고 그럴만큼요

그러다보니 이번 학기는 중간고사도 싸그리 다 망했어요
기말을 아무리 잘 봐도 만회도 안 될 만큼 망해서 어차피 성적은 작살이 났구요
그것보다 더 심한 거는 그냥 더 이상 한 달 더 학교를 꾸역꾸역 다닐 자신이 없어요
지금 그냥 너무너무 힘들어서요
그래서 잠시라도 한 두 달 만이라도 좀 쉬고 스스로를 추스리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과연 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나서는 용기르 ㄹ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잘 추스를 자신은 없어요 아마 실패하겠죠 늘 그랬듯이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만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좀 맘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리고 어차피 성적도 망해서 이거는 학기 끝내봣자 학점만 떨어지는데요

문제는 중도휴학 기간이 5월달까지라서 빨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중도휴학을 하면 학비를 반만 환불해주거든요
부모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지만 저희집이 그렇게 아주 넉넉하지도 않거든요
게다가 아빠는 너무 엄격한 편이라서 아무 이유 없이 학교를 쉬겠다하면 틀림없이 화를 내실거에요
학점 얘기를 하면서 휴학을 하겠다하면 진짜 그냥 솔직히 말해서 두 달 간 있는잔소리 없는 잔소리 다 들으면서 엄청 피곤해질 거 같아요

결국 휴학을 하고 싶으면 엄마나 아빠한테
제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너무 힘들어요
사실 이거 휴학에 대한 글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23년간 엄마 아빠한테 한번도 내가 우울증있다는거 티낸적이 없어요
저는 그냥 혼자서 삭이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삭이다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남모르게 쌓여서 결국 훅 발목을 잡더라구요

우울증걸렸다하면 엄마아빠가 이상하게 한심하게 볼 거 같아요 심하면 벌레보듯 볼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왜 하필이면 내 자식한테 우울증이 왓지 나도 재수 옴붙었네 이렇게 생각할 거 같기도 해요 그렇게 생각할까봐 무서워요
그래서 최대한 이런 사정사유를 설명을 안하고 휴학을 하고 싶거든요 근데 그러면 허락을 안해주실거같고
한 한 달 좀 마음추스르는 시간 안가지면 이대로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데 정말로 너무 괴롭네요

글을 다 쓰고 보니깐 해결책은 뻔하네요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거나 아니면 그냥 제가 알아서 휴학한다음에 눈칫밥을 오지게 먹거나 
사실 답을 몰라서 쓴 글은 아닌가봐요 그러고보면
그냥 어디다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어요
아까 산책나가서 어디 건물 라운지에 놓인 2인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속상해하는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맞은 편에 모르는 사람 한 명이 앉아서 그냥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저 맞은 편에 누구 하나 앉아서 내가 그 사람 상대로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바보같지만 너무 속상해서 글 써봤어요 
오유 들어온게 몇 년만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고게가 아니고는 딱히 이런 글 쓸 곳이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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