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많지 않다는 게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유일한 불만이었는데 요즘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당신을 가만 보고 있으면 내가 잘해야지. 강해져야지. 그 어떤 것도 당신을 고통스럽게 못하게 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 묵직한 마음을 자기에게 표현하지 않게 돼. 행여라도 내 고민을 당신이 눈치채서 걱정할까봐. 마음이 깊어지고 깊어지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
내가 이렇게 변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당신도 참 많이 변했어. 표현을 원하는 나를 위해 많이 표현해 주고, 나를 더 아껴주고, 늘 걱정하고, 세심하게 챙겨주고. 늘 고마워.
남들이 막 찍은 내 사진을 보고도 참 이쁘고 좋더라. 당신이 생얼을 더 좋아하고 이쁘다 하니까, 그냥 내가 좋다 하니까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문득 여기 익명게시판에 그 동안 남겼던 고민과 좌절과 우울과 그런 지옥같은 시간을 버티고 지금 이렇게 황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꿈만 같아서 잠이 오지 않는 밤 이렇게 글을 남겨.
나는 추레하게 늙을 미래가 두렵고 싫어서 일찍 죽고 싶었는데 당신과 함께라면 그 미래가, 그 미래까지의 길고 긴 결혼생활이 기다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