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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주에 사는 히키코모리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777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주히키코모리
추천 : 2/10
조회수 : 1496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20/01/25 10:33:44
안녕하세요.
두번째로 글을 올리네요.
'나는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늘 하다보니,
첫번째 글을 너무 성의없게 썼나 봅니다.
관심은 받고 싶고, 글은 쓰기 싫고 ㅋㅋ
 
오유분들은 착하셔서 악플을 많이 달지는 않으셨지만 '결유홍'이라고 쓰였더라구요.
결론은 유튜브 홍보 라는 말인듯 합니다.
 
댓글을 보면서,
저의 고민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저런 댓에 상처받는 것 또한 제가 외톨이라 그런가봐요.
다 제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앞만보고 달렸었네요. 남들하듯이.
초중고시절엔 공부도 중상위 권으로 나름 열심히 했었고,
대학교, 군대에서도 문제없이 착실히 생활하여,
남들처럼 직장생활도 적응하고 9년정도 했어요.
 
근데 대학 졸업 직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것이 제 인생의 최대 실수였을까요?
10개월 남짓의 호주 생활 이후로,
호주이민이 저의 인생 목표처럼 되어있었어요. 도대체 왜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무엇이 그렇게 좋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음에도.
막연히 '나는 호주로 이민을 갈거야. 호주로 이민갈 돈을 모을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던것 같아요.
한 친구가 "왜 그렇게 거길 가고싶어 하냐?" 라고 물었을때도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가야할 것 같애" 라고 대답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부모님과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주의 한 마을에서 이렇게 월세만 2000불씩 내며 살고 있는데.
저는 방구석에 고립된지 벌써 1년이 되어가려 하네요.
초반에는 학교도 다니고 실습도 나가고 그랬었는데 모든게 제맘대로 잘 안풀리다보니,
어느 순간 부터는 방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는 신세라니.
유튜브랑 넷플릭스를 거의 10~15시간씩 보는데 하루가 너무 금방가서 저도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매일 아침이 되면 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미칠지경이예요.
밤에는 어둠에 숨어있어 그런지 괜찮은데 아침에는 정말 못견디겠더라구요.
 
영어를 쓰는것도 싫고, 바깥에 나가는 것도 싫고, 사람만나는 것도 싫고,
어쩔땐, 숨쉬는 것도 싫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이러면 안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안하는 생활이 반복.
 
그렇게 반복되던 중, 어느날 저도 어찌된일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유투브 채널을 개설했었더라구요 제가;;
유튜브를 하루종일 봐서 그런가봐요;;;
 
솔직하게 궁상맞은 내 일상을 누구에게라도 보여주면
혹시 나에게 자극이 되는 말을 해줄까, 위로를 해줄까, 조언을 해줄까, 대화라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과정속에 나도 유튜브 영상을 핑계로 산책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호주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유튜버들 처럼?
이런 기대감.ㅎㅎㅎㅎ
그때는 그렇게 아름답게 잘 되겠지했었는데.ㅋㅋㅋ
아마 제가 조울증 증세 비슷한게 있나봐요.
미친듯 우울하다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래 해보자!' 뭐 이런거?
어쨌든 그냥 막연히 유투브를 시작했는데..
 
역시는 역시였는지.
채널 오픈때 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이 궁상맞은 히키코모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가혹한 사람들.ㅋㅋ
영상의 구린 퀄리티도 한몫을 했겠지만.
어차피 저같은 히키코모리는 남탓을 많이 하니까요.
그리고 인내심도 약하고. 끈기도 없고.
 
지금 이 유투브 시작한지 2주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슬슬 접고 싶은 단계가 온것 같아요.
어차피 저란놈은 원래 그런놈이었던 것인지.
 
한국에서는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그냥 남이 시키는 그 루틴대로만 살아가면 되는 거였지만,
이곳은 누구도 남일에는 관심이 없고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용기로 이곳에 왔는지.
스스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왜 그랬을까?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생각만, 자괴감만 하루종일 드네요.
 
이미 너무 늦어버린게 아닐까요....저는? 제인생은? ㅠ
눈물도 나지 않네요.
 
  
긴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결유홍이라는 댓글을 보고도 다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저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했었답니다. ^^
 
제 글의 결론이 뭘까요.
제 인생이 그렇듯 제 글도 답없네요.. ㅋㅋ
 
호주는 지금 한국과는 반대로 여름이랍니다.
제 마음과는 정반대인 화사한 집근처 공원 사진 하나 올리고 저는 물러갈게요.
고국에 있는 제 가족친지분들은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것인데
저는 여기 방구석에 홀로 앉아 외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보고싶어 엄마. ㅋㅋㅋ ㅠ
저는 우울하지만 여러분들은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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