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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인생 조언 구해봅니다.
게시물ID : gomin_1777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Fkb
추천 : 0
조회수 : 75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20/02/15 00:31:25
글 쓰기 전에 게시판 쭉 살펴봤는데 제가 감히 여기다 글을 올릴 자격이 되는 지 모르겠지만...그래도 써 봅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갓 21살 된 재수생입니다. 가입하자마자 여기다가 글을 쓰게 되네요.
재수하기 전에는 나름대로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재수를 맘먹었던 제가 미치도록 후회스럽지만,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재작년 처음 수능을 봤을 때는 잘 봤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만족할 만큼 점수를 받았고, 19년 동안 살았던 고향을 떠나 타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거점국립대(지거국)이라 이름 들으면 알만한 대학교지만, 어느 대학인지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원했던 과이기도 해서 대학 생활 잘 하기로 마음먹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학과가 저와 너무 맞지 않았고, 꾸역꾸역 수업을 듣다가 중간고사를 망쳐서 홧김에 고향으로 돌아와 재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처음에 재수를 강하게 반대하셨지만 협의 끝에 동네 독서실에 등록해서 독학재수를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재종반을 권유하셨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재종반 비용이 부모님 월급의 반이기에 저는 학원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대충 둘러대서 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1달간은 잠도 안잘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지만, 6월 모의고사를 망친 뒤로 그게 오히려 독이 됐던지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더군요. 번아웃 증후군이라는걸 알았다면 정신과라도 가서 해결할 걸 그랬습니다만, 당시엔 그걸 몰랐기에 아침에 독서실 가면 잠만 자고 집에 오는 패턴을 10월까지 반복해서 의미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11월이 되서야 위기를 인지했긴 했었는데, 너무 늦었다 생각한 탓인지 '근처 국립대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이나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를 아주 조금 하다가 수능을 봤습니다. 당연히 결과는 망했지만 입시 결과를 보니 적어도 근처 국립대는 갈 성적이 되겠다 판단이 섰습니다. 지금 보면 명백한 오판이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생각에 원서를 딱 한 군데만 넣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합격은 커녕 예비번호 뒷자리를 받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추가합격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당장 다음주 월요일이 마지막 발표고, 예비번호가 줄지를 않으니 제가 합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네요..

이렇게 생각하니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 정말 답답합니다.
다시 다니던 대학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과가 싫어서, 안 맞아서 재수하게 된 건데 돌아가는 것도 아이러니합니다. 지금 물 불 가리면 안 된다는건 알지만 입학 후 첫 학기에 휴학이 불가능해서 무단휴햑을 했고, 따라서 학점이 0점(올F)으로 학사경고를 받았는데 이러니까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이 아예 안된다네요. 등록금 납부는 2월 말 까지고, 통학이 불가능해서 원룸도 계약해야 하는데 부모님은 합격하신줄 알고 안그래도 없는 돈 저축도 안 해서 당장 돈이 없다고 하시네요. 친척분이나 지인분께 돈을 빌리자니 이미 빌린 돈도 못갚은 상태고, 은행 대출도 안 되는데 다니고 싶어도 당장 돈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시 추가모집을 기다려도 되지만 입시 결과를 보니 추가모집 자리도 얼마 안 날 것 같고, 추가모집 특성상 제 성적으론 어림도 없더군요... 그렇다고 재수를 한번 더 하자니 부모님께서 절대 허락 안 해 주실 것 같고, 설령 허락한다고 해도 독학 재수 실패로 학원을 다녀야 할 텐데 이러면 대학 등록금이 더 싸게 먹힙니다(게다가 한 학기만 버티면 국가장학금 받을 수 있는데 학원은 1년...).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고, 솔직히 한번 더 할 자신도 없고 시도하기가 너무 두렵네요.
아니면 대학 등록도 안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는데, 합격만 한다면야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문제는 그 합격률이라는게 너무 낮다는 게 문제입니다. 게다가 실패하면 대학을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과 달리 다른 플랜B가 없어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것도 있고,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미필이라 군대를 가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결국은 돈이라서...

쓰고 보니 뭔가 돈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 같습니다만, 돈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성공만 한다면야 그깟 돈이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어떤 선택이든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큰지라... 저 스스로 선택을 내리기가 너무 어렵네요. 

두서없이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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