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봄이라 느끼지 못했던 시간을 보냈는데
문득 오늘 저녁 동성로의 한 공원에 들어가니
봄내음이 느껴진다
바람의 온도, 세기, 습도, 아스팔트 냄새, 바람 냄새 등
겨울엔 느끼지 못했던 그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봄내음을 느끼며 너를 만났던 기억이 난다
또 이런 냄새를 느끼며 너에게 차였던 기억이 난다
인생에 있어서 극악의 온도 차이를 느낀 계절이었지만
그래도 헤어지고 첫 봄을 제외하고
이렇게 봄내음에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다
벌써 5번째 봄을 맞이하고
그 시절 느꼈던 봄에 나는 전혀 3자로 느껴질 정도로
멀리 아주 멀리 느껴지는데 지금 느껴지는 이 봄내음은
그 때 너를 만났던 풍경, 냄새, 분위기 등의 육감들까지
갑잨 전혀 낯설지 않고 마치 어제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 시절 내가 그리고 우리가 느꼈던 그 봄이 너무 아프고 그립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