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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거부하는 29살 백수
게시물ID : gomin_17911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lZ
추천 : 13
조회수 : 331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1/09/22 00:01:50
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세월이 좀 지난 영상이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다.

보다보니 내가 겪은 일에 비해 사실 좀 하품이 나올 일이었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방송에 나오고 솔루션이 필요하
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려나?

죽어야할 이유, 잘 살지 못할 이유는 충분하였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삶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친엄마는 어릴적 백혈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린 자녀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던 아버지는 인터넷 쇼핑에서 만 원짜리
물건을 고르는 것 마냥 급하게 선을 보시고 재혼 하셨다.

나와 형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계모는 마치 군사독재 정권 같은 가정에서 부모 없이 자랐다.
자연히 본인이 배운 폭력을 휘둘렀다.
엉덩이와 허벅지 앞뒤로 시퍼런 멍이 빠질 날이 없었다.

그런 일이 한 번만 있어도 이슈가 되는 세상인 지금 우리집 
사정이 알려졌더라면 9시 뉴스에 충분히 나올 일이었다.

회초리, 빗자루, 나무 막대기 등등 내구성이 약한 물건들은
모두 부러져서 나중엔 참나무 빨래 방망이로 맞았다.

맞는 건 대중 없었다.
한 번 때리면 2-3시간 정도? 나체가 된 채 방 한 구석에 몰려 
구타당했고 그저 잘못했다고 빌었다.
잘못의 정도가 심하면 샤워기를 얼굴에 대고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하는 물고문도 당했다.
뺨을 맞는 건 기본이고 숟가락의 날로 머리를 때리면 피가
터져 나왔다.

한 번은 식칼로 손가락을 자르려 하였다.
정말 다행히도(?) 원래는 손가락 하나만 자르려 했는데
반항이 거세지자 손가락 절반, 마디끝에서 심한 구타로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살면서 자연스럽게 노예처럼 변해갔다.

그냥 안 맞을수 있으면 어떤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견딜 만 하였다.

후에 학교에서 왕따 당해서 애들에게 맞을 때도 교도소에 
갇혀 지내면서도 느낀 건 그래도 집보단 낫다였다.

집을 탈출하고 외부에 사정이 알려지고 나서야 구타는 
잦아들었지만 언어 폭력은 거세져 갔다.

여드름이 많이 나서 피부가 안 좋아지자 그 여자는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인간 쓰레기 취급하였다.

형을 내쫓은 것처럼 나 역시 집에서 쫓아내었다.
외부 취업을 핑계삼아 말이다.

열아홉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해서 자살을 선택하고 아스피린 수십알을 한꺼번에 
복용했으나 방식이 어설펐던지라 응급실에 실려간 후 살아남았다.

그 후로 그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마음속에 
드리우진 짙은 그늘과 PTSD는 우울증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스무살에 복용한 약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복용중이다.

오랜 기간 노예로 살면서 교육의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했기에 사회에서도 할 줄 아는 일도 없었고 사회성도 
제로여서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일을 해도 한 3개월 하면 진짜 오래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셨다.
하지만 그 여자가 나와 형과 아버지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는 거짓말로 가정 법원에서 받아낸 이혼 판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시고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전에 그 여자도 암으로 사망하였다.

항상 불안과 우울감, 좌절감에 시달려야 하였다.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한 당위성도 없었고 그냥 인간 
쓰레기인데 죽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어서 그 이후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시도에 대한 생각이 마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죽고 살아온 것이 맞는 일이었다.
내가 죽어서 나만 편하고자 한다면 남겨진 가족들과 친척들
에게는 큰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죽게 된다면 나는 결국 그 여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인간 쓰레기이고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살면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지만 하나하나 자격증을 
따고 공부하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자기소개서를 고쳐쓰면서 
여러번의 이직 끝에 내 할 일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여자가 했던 말은 틀렸다.
난 쓸모없거나 쓰레기 같은 인간이 아니었고 사회에서 
나름대로 내 몫의 일을 해내고 있었고 그걸 살아서 
증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주입하려 했던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생각과 행동을 끝내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마치 유혹과도 같다.
모든 것을 끝낼 수 있고 해방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유혹일 뿐이다.
그런식으로 생명을 버려서 얻어지는 것은 없고 모두에게 
비탄만 남길 뿐더러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특히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일을 구하기
힘들어서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은 살아보라는 것이다.
물에 빠졌을 때 발버둥이라도 치면 필연적으로 그만큼 살 
확률도 올라가지만 아무것도 안 하길 선택한다면 우연하게
살 수 있을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어하고 삶의 기로에 산 모든 사람들..
일단은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 견디고 또 하루 견디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견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살아가다보면 어느덧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경이적인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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