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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엄마 보고 싶어서 쓰는 글
게시물ID : gomin_1795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엄마보고싶어
추천 : 5
조회수 : 11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2/05/20 00: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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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독 모 연예인의 딸에 관한 방송 캡쳐가 이곳저곳에 많이 올라와서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저 나이 때 어떤 아이였을까?
예전에 엄마가 그랬었다. 너는 어릴 때 떼도 안 쓰고 착한 아이여서 좋았다고. 너는 걷기도 빨리 걷고, 말도 빨리 배우고, 너무 똑부러지게 말을 잘하고 영특해서 주변에서 영재학원에 보내라고 난리였다고.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 눈에는 내가 주변의 여느 아이들보다 뛰어난 아이로 보였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엄마말처럼 얌전하고 키우기 좋은 아이였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다시 내 어린 시절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면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부재에 대해.
내 어린 시절이 아무리 궁금해도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없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주는 이가 없다는 상실감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차분한 성격에 사근사근한 사람이었다. 나는 평생토록 엄마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을 목격한 바가 없다. 엄마는 대체로 상냥한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요즘 엄마들처럼 아이들에게 사랑 넘치는 애정공세를 퍼붓는 타입도 아니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리고 나 또한 없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명을 해주는 사람이었기에 나 또한 항상 엄마를 사랑했다. 엄마가 병을 얻어 누워서만 사는 사람이 되었어도 우리의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반찬을 조금 짜게 만들면 엄마는 그랬다. "반찬이 짜면 밥을 많이 먹으면 되지!"
내가 반찬을 조금 싱겁게 만들면 엄마는 그랬다. "싱거우면 반찬을 많이 먹으면 되지!"
어린 시절, 말랐지만 유난히 잘 먹던 나를 보며 엄마는 그랬다. "어쩜 그렇게 작은 입 안에 그렇게 음식이 많이 들어가? 우리 애기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엄마는 배가 불러. 먹는 모습만 봐도 너무 예뻐."
엄마는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듯 얘기하곤 했다. "엄마는 우리 애기, 눈에 넣어도 안 아파.", "엄마 눈에는 우리 애기는 항상 애기야. 애기가 할머니가 돼도 엄마 눈에는 항상 애기로 보일 거야."
안타깝게도 엄마가 나의 노년 시절을 보게 되는 일은 없었다. 훗날 할머니가 된 내가 진짜 엄마 눈에는 아직도 애기로 보이냐고 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내 삶에게 가장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엄마를 잃었을 때, 세상 전부를 잃은 기분이었다.
세상의 많은 가치들이 사라지고, 내 가치 조차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이 과연 나에게 살아갈 가치가 있는 세상인가?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나약하고 무기력한 사람이었고, 세월의 흐름에 아픔은 무뎌져 의외로 평범하게 살아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엄마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어서 종종 이렇게 엄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또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마는 것이었다.

매일 그리운 엄마지만 그냥 오늘은 문득 엄마를 추억하고 싶어, 어디에든 엄마와 나의 사랑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싶어 남편이 잠든 시간 옆으로 돌아누워 핸드폰을 들었다.
나의 엄마, 그리운 엄마,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나의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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