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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내 마음을 전할 곳이 없어 남김
게시물ID : gomin_17973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저니이름
추천 : 5
조회수 : 169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2/11/28 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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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처음 가입하고 두 번 남긴 글이 베오베도 갔었는데...
수년간 오유를 보며 웃고 울고 하다 오늘은 마음이 답답해 아이디 생각안나서 새로 가입하고 글을 남긴다...

어디에도 내 마음을 터놓을 데가 없다....

 

거짓말 많이하고, 술 여자 좋아하는 남편...

결혼하고 남편은 화가 많아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해 꾸준히 맞벌이를 했다. 

집에 들어오면 화만 내는 남편... 

제일 잊지 못하는 순간 중 하나는 남편이 소파에 앉아 있을 때 내가 옆에 앉으니 '아이씨'하며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갔던 거..

나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했었는데, 두 아이를 낳고 도움 받을 곳이 없어 맞벌이하며 아이들을 키우니 살만찌고 외모는 엉망이 되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남편은 변했다.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왔다. 관계도 두 달에 한번쯤.. 

그것도 어떤 애무도 없이 남편 욕구해결을 위해 하는 아주 순간의 행위일뿐.. 

그래도 그렇게라도 남편의 손길이 그리웠다. 모욕적이었고 서러웠지만 당시 난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

이혼까지 생각하다 두 아이를 보며 내가 먼저 좋은 아내가 되어야겠다 싶었다.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아이들 생일 조차 잘 모르는 남편..

내 생일.. 때론 기억해도 선물도 없고 축하도 없다. 

결혼 초에는 장미 꽃 한 송이만 사달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주말이었던 내 생일, 뭐라도 받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요구를 하지 않으니 안주는 게 아닌가 싶어 말했는데

저녁까지 티비만 보고 있던 남편, 내가 장미 꽃 한 송이 좀 사주면 안되냐며 볼멘소리를 했더니

어찌나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가버리던지... 그 뒤로 선물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생각나는데로 내가 남편을 위해 노력한 것을 적어 본다.

 

1. 생일상

서로 안주기 안받기 생일이 제일 좋다는 남편,

내가 아이들 생일상을 차리면 남편이 그래도 함께 해준다.

매년 남편 생일에는 시댁식구 초대해서 생일상을 차렸다. 아이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안주고 안받기가 제일 좋다는 남편은 시댁식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댁식구들에게 노력했다. 잘 지내려고 했다. 우리 애들을 어찌나 잘 챙겨주는지.. 남편 보다 시댁식구들이 더 위로가 됐다.

남편이 워낙 화가 많은 성격인걸 아니 나에게 더 잘해주던 시댁식구들.. 

결국엔 남편편을 드는 시댁식구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라도 남들처럼 생일파티도 하고 정상적인 이야기 나누니 좋았다.

 

2. 남편을 위한 도시락 & 요리...

남편이 수술을 했었다.

몸이 아프니 어찌나 예민하게 굴고 성질을 많이 내는지.. 시부모님이 수술한 남편 보러 오셨다가 큰소리 한 판나고 내려 가셨다.

남편 기분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퇴원 후 회사를 다시 가야하는데 움직이기가 힘드니 매일 아침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해서 줬다.

나도 출근을 해야하고 두 아이의 등교도 챙겨야 하지만 일찍 일어나 샐러드, 고구마, 감자, 야채보쌈 등 몸에 좋은 걸로 정성껏 준비했다.

같은 메뉴 질릴까봐 고심하며 준비했던 도시락...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매일 생각하며 준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남편이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매일 생각하며 조리했다.

 

3. 낭비 줄이기

남편은 낭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옷, 신발은 아주 좋은 것을 산다. 그래도 꼭 필요한 것만 산다. 술 마시는 것은 아까워 하지 않지만

나를 위해 뭔가를 사는 걸 싫어한다. 최대한 옷을 사지 않았다. 한번 사면 해질때까지 입었다. 지금도 6년 넘는 블라우스를 출근할 때 입는다.

생활비 대부분은 식료품, 학원비, 주택대출이자 등이다. 화장품도 스킨, 크림, 선크림, 팩트만 사용했다. 가끔 그래도 옷을 사야했다. 그럴 때마다 '너 요즘 옷 좀 사더라' 하며 핀잔을 줬다.

 

4. 남편 회식, 데리러 오라고 하면 데리러 가기

남편은 돈 쓰기를 아까워 한다. 회식이 있으면 회식이 있다고 통보한다.

밤 10시나 11시쯤 가끔은 새벽에도 데리러 오라고 부른다. 택시비, 대리비가 아깝다고 한다.

회사 부하직원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5. 집에서 술마실 때 남편 하는 이야기 잘 듣고 상황에 따라 웃거나 맞장구 치기(오유에서 배운 거.. )

 

6. 집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 되도록, 집에 오고 싶도록 하기..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주고,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두고, 요청하면 요청한 것을 해주기...

 

7. 예뻐지기.. 살을 뺐다. 지금 좀 다시 쪘지만 그래도 전보다 좋아졌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손이 덜가니 날 챙길 수 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남편이 점점 달라졌다. 때때로 출장간다고 외박도 하지만..

나랑 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집에서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주말에 어디 안 나가고 집에 있거나 여행을 갔다.

업무상 출장을 자주 가지만 그래도 덜 짜증내고 나랑 어디 가는 것도 좋아한다. 

 

남편이 이제는 집안 일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챙기고 나를 챙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예전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가끔은 남편이 나를 다시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늘은 왜...??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가 학교도 못갈 정도로 열이 나고 아팠다. 

급하게 오전 반차를 내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전 급하게 반차를 내느라 야근을 해야했다. 남편에게 오늘 저녁을 먹고 들어간다고 카톡이 왔다. 

남편에게 오늘 야근인데 아이가 아프니 나 대신 일찍 가주면 안되냐며 카톡을 보냈다. 남편에게 답이 없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 하고 일거리를 챙겨 집에 오는 길, 남편에게 내가 일찍 집에 가겠다고 연락했다. 

남편은 다 끝났으니 데리러 오라고 했다.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남편 회사로 오라고 해서 남편 회사 주차장에서 연락하니 남편이 아직도 식당에 있다고 한다.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식당으로 가서 연락하니 전화를 안받았다. 카톡을 보냈다. 

 

아이가 아파서 빨리 가야한다고, 얼른 나오라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5분이 지나도 안나왔다. 아이가 열이 나니 마음이 급했다. 저녁도 챙겨줘야 하는데, 5분을 더 기다렸다가 전화를 했다.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하니 짜증내며 '그럴거면 너 그냥 가라'고 했다. 그동안 이렇게 데리러 갔다가 기본 30분,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이 많았다. 그치만 오늘은 화가났다. 아이가 아팠으니까..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내가 너 하인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지금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급하게 차를 돌려 집으로 왔다. 아이에게 급하게 약을 챙겨주고, 늦은 저녁을 차려 주었다. 답답하다... 집에 들어 온 남편 언짢은 표정으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와서 하는 말, 

'너는 너 상황상 너가 맞다고 하겠지, 난 내 상황이 있어. 내 상황에서는 내가 맞아!'

뭔 소리일까. 요즘 정치 상황인 것 같기도 하면서... 성인군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내가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출처 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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