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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좌석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gomin_1797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psZ
추천 : 9
조회수 : 1560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22/12/02 15:58:34
우선 저는 임산부이긴 하나, 

아주 운이 좋게도 출퇴근 시간에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교통비로 택시를 탈수있는 여유와
남편이 안 쓸때는 차를 운전해서 다닐 수 있는 선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임산부가 운전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다른 임산부들을 위해 써봅니다. 



출퇴근시간이 아님에도 임산부 좌석이 비어있을 때는 많지 않습니다. 
15번을 탔다면 양보를 받은 적은 두번 정도 있는 것 같네요. 

좌석에 앉아계시는 분들은 여자분이 많고 남자분도 많습니다.
어느 한 쪽을 특히 원망하진 않겠습니다만, 
하나같이 눈앞에 뱃지가 달랑거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오면 비켜주려고 했다 는 생각도 없으셨던 분들인 것 같습니다. 



임산부가 되고 나서야 보고 느껴지는 신체의 변화가 있습니다. 

1. 우선 어지러움증과 멀미가 잘 나고, 입덧이 심할 땜 지하철이 차나 택시보다 낫다고 느낄 지경입니다. 
그러니 몸이 힘들면 임산부가 전철을 타지 말아야지, 돈이 없어서 지하철을 탄다.. 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있으면 어지러움증이 심해집니다. 흔들리기도 더 하구요. 
임산부 좌석에 앉아계시던 분 기다리다가 결국 못참고 중간에 내려서 겨우 가라앉히고 다시 탄 적도 있습니다. 약속은 당연히 늦었구요.  
앉아계시던 그 분은 나쁜 의도는 없으셨겠지만.. 이때만큼은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2. 또, 생각보다 눈에 띄게 배가 부르는 시기는 늦는다는 겁니다. 
저는 5달 쯤에 겨우 배가 조금 나왔으나, 이마저도 두꺼운 겨울옷을 입으니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부른 배를 티내고 다니고 싶은 임산부들도 별로 없습니다. 
입덧은 2개월 초반때부터 제일 심했고요. 
중후기 쯤 되어도 여전히 멀미나 어지러움증이 있지만 덜해지는 편입니다. 

문제는 가장 힘든 초기때 양보받기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뱃지를 들고 좌석에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이 나서서 옆에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에게 양보하라며 큰소리를 내시더군요. 뱃지를 보시더니 급 조용해지며 사라지셨지만, 그 정의와 용기를 초기때는 참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걸 지켜보던 일반 좌석에 앉아계시던 승객들... 건너편 임산부 좌석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어느 칸이나 좌석은 많지만 임산부좌석 하나를 놓고 임산부 둘이 눈치보게 만드는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번은 남편과 타서 임산부 좌석 앞에서 뱃지달고 기다리다가, 보다못한 남편이 임산부 좌석에 앉아계시던 중년 여성분께 뱃지를 들이밀었습니다. 
옆에 (모르던 사이같던) 비슷한 나이의 남성과 수다를 떠시다 약간은 강제로 일어나 비켜주셨는데, 그 두 분의 표정이 뭔가 잊혀지지 않네요. 미안한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임산부들은 대개 9개월이면 임신이 끝나니 그때까지만 참고 말자 하지, 굳이 몸도 힘든데 잠깐의 자리를 위해 쟁취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에 섭섭함이 참 많이 남고, 그래서 또 임신이 끝난 후에도 임산부 좌석에 앉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도 같습니다. 

결국은 본인이든, 본인의 가족이든 일생의 한번 이상은 겪을 일인데... 

노약자 좌석에는 이제 젊은 사람들은 거의 앉지 않죠.. 
비어있는데 왜 못 앉냐고 하지 않잖아요.  

임산부 좌석도 그렇게 변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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