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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지기 친구 손절했어요(장문글)
게시물ID : gomin_18008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RjZ
추천 : 1
조회수 : 256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24/01/06 12: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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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손절했어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철은 없지만 착한 친구유형이였어요

기억나는 일화가 같이 시내 버스 타고 가는데

버스에 사람이 만석이였어요

그런데 친구는 학교 등하교를 할 때도 어머니가 항상
차로 데려다주고 바래다주시던..공주같은 친구였어서

버스벨 조차 누를 타이밍을 모르겠다고 언제 나가면 되냐 물을 정도였고

함께 고기를 구워먹는 집에 가서도 구울 줄을 몰라서
한참을 태워버리던 그런 친구였어요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저는 그래도 그 친구가 당돌하게 할 말은 하는 성격이 있어서 반친구들이 저를 은근하게 까내릴 때면
그 친구가 “ㅇㅇ이는 그래도 착하고 우리끼리 있을 땐 잘 놀고 말도 잘해”라며 감싸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런 착한 친구인데 힘들었던 점들도 있었어요

메이플스토리를 좋아하는 친구라 매번 게임에 돈 쓴다고
주말에 약속 잡으면 반년에 한번 나올까말까고
자기 기분대로 하는 성향이 있어서 2학년 진학 했을 때는
다른 단짝친구 두명 중에 한명이랑 친해져서 저랑은 얘기도 안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때 단짝친구한테 버려진 다른 한 아이가 저한테
“쟤는 왜 내 단짝친구랑 놀아? 너도 있잖아. 짜증나”
그런 말도 들었었네요

대학교도 같은 지역으로 갔지만 대학이 서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나기는 힘들고 게임만 연락으로 종종 같이 했었어요
제가 워낙 못 보고 사니까 몇번 그 먼 대학까지
버스에 지하철에.. 환승해가며 왕복 4시간거리를 가서 만나러 몇번 갔었어요
친구도 딱 두번 저희 대학에 와준 적 있어요
대학 축제때 한번, 졸업식 때 한번.

그렇게 졸업하고 어느 날은 전혀 안 그럴 것 같던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겼대서 그렇구나 알고 지냈는데
틈만 나면 남친 뒷담화였어요

그 당시 남친이 거짓말 하는 걸로 저한테 자주 하소연 했었는데
거짓말을 치고 남친이 피시방을 몰래 갔던 날
결국 터져서 저한테 미친듯이 얘기를 했고
저도 듣다보니 영 아닌 거 같아 헤어지라고 충고를 줬고..

그때 후회가 돼요 아무리 갈갈이 기고 날 뛰어도
남 연애에 참견하면 안된다는 걸 어려서 그땐 몰랐어요
헤어졌다던 다음날 전남친이 된 남자애가 다시 재결합하자고
술 약속을 잡았나봐요

그때 술에 취한 친구는 저랑 남친 뒷담화를 한 카톡내역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줘서 남친이 저를 욕하기 시작하고
저한테 따로 전화해서 사과하라고까지 얘기가 나올 정도였어요..

그때는 정말.. 저도 그렇게 심하게 욕할 생각은 없었는데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라 정도로 시작한 이야기가
나중에는 점점 격해지는 친구의 이야기에 
계속 친구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주려고
제가 더 욕을 심하게 하고 남친을 쓰레기처럼 매도해놨더라구요

처음에는 저도 이런 잘못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 고 남자친구분에게 따졌더니 친구가 옆에서 자꾸 아니라는 거에요
제가 들은 이야기랑 남자친구가 하는 얘기랑 상황이 조금씩 달랐어요 내가 잘못 들었던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바보 된 기분이고


그때 정말 현타 많이 오고.. 남친한테 사과까지 해야했고…
기분이 좋지 않은데 내 잘못도 맞으니까 화낼 수도 없고
그 후에 연락을 몇달 간 안하다가 그 친구가 먼저 연락해줘서
다시 자연스럽게 연락하고 지내다가

그 남자친구랑 다시 사귄다.. 동거한다…
알고 보니 친구가 대학 졸업하고 돈이 없어서
남자쪽에서 같이 동거하자 제안했고
돈이 없지만 독립은 하고 싶었던 친구는
그냥 그렇게 다시 사귀기로 한 거였어요

저는 내심 저랑 그렇게 안 좋게 끝난 남자친구랑 다시 동거를 한다니 서운했지만 제가 서운한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둘이 좋다고 다시 재결합하는데 친구가 인생 책임져주는 거 아니니까 

착하지만 철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자꾸 합리화하게 되고
철 들면 나아지겠지.. 그 생각으로 그 친구랑 연락을 이어갔어요
그리고 작년 가을에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돌릴 때
신부측 친구들이 너무 없어서 제 친구들 몇명한테까지
청첩장 돌려보는 건 어때? 라고 제가 제안했고
친구들은 결혼하는 애가 
저의 친한 친구인 거 알고 있고 대학때도 딱 두번 놀러왔을 때 다들 만나고 알고 있어서 다행히 축하도 해주고

결혼식 때문보다는 오랜만에 저랑 얼굴 보고 싶다고
흔쾌히들 와주더라구요.
남의 경조사나 다름없는데.. 저를 봐서 와준다고 하길래
너무 고마워서 그날 저녁 밥도 따로 사주고
제 친구 결혼식이지만 저도 신경 많이 써서 친구가 일일이 다 물어보길래 가르쳐줬어요 가방순이, 결혼식 피로연, 하객들 대할 때 예절 같은 것들요..

사실 저도 잘 몰라서 검색해가면서 열심히 알려줬어요
그렇게 며칠을 결혼식 얘기로 다 카톡으로 도와주고..
잘 얘기하다가 어느날 제가 터진 거에요
별 것도 아닌 사소한 건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답장이 없더라구요

이때 사실 많이 참아왔던 게 다 쌓이고 쌓여서
그랬나봐요
자기 결혼식 얘기할 때는 칼답해주고 신경 많이 써줬는데
나는 이런 사소한 이야기 하나도 답장을 하루종일 안하니까

나중에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야 답장이 왔어요
자기 대학축제 구경가느랴 못 봤다하더니
나중에는 말이 또 바뀌더라구요 은근슬쩍

“사실 봤는데 나 요즘 그거 관심 없어서 별로 답장하기 좀 그래가지고 나중에 하려했어”

못 본게 아니라 봤는데 일부러 늦게 답한거
제가 따지니까 본인도 따지더라고요


“그러면 일이 바쁠 수도 있을 때 어떻게 해?”
“아무리 내가 너랑 하루종일 연락한다 해도 못할 때도 있는거지”

그건 언제나 자기 관심사, 자기 이야기할 때만 연락이 잘 되는거고
제가 사소하게 물을 때는 관심도 없는 거였어요..
심지어 저도 바쁠까봐 점심시간에 딱 한번 톡 보내고
새벽까지 아무 말 없길래 딱 한번 더 보낸건데
왜 너는 답장 나중에 하면 되는 걸 이렇게 예민해? 라는 반응이였고 친구는
너무 섭섭하고 기가 차고 화가 나서 그때 홧김에 내심 서운했던 거 토로하고 

“아 ㅇㅇ 미안해 우리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서로 사과하고 잘 풀어보자 진심임”

이런 답을 받고 알겠다고 한 뒤 친구 결혼식은 갔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축의금도 섭하지 않게 줬구요 다녀온 뒤
두달 연락 안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스러웠어서 친구한테 연락할 기분이 들지 않았고 예전에 남친문제 생겨서 연락 잠시 끊겼을 때도 그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그 친구 생일이에요
어제 12시 되자마자 생일 축하해라고 한 마디 보냈고
그 친구는 여전히 제 톡을 읽지 않았어요
본인이 이젠 삐진건지.
결혼식 끝나고도 연락을 한참 안해서 화가 난건지 모르겠어요
진짜 폭발한 건 게임에 접속해봤더니
멀쩡히 게임하고 있는 거였어요..
제가 보낸 톡은 무시하고 게임하는 거
40분정도 기다려봤어요 게임 끝나면 연락할 수도 있지
게임하느랴 못 봤을 수도 있지
게임 끝낸 거 다 뜨는데도 연락이 없었어요
읽음표시가 언제뜨나 자꾸 초조해지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 되는 기분에 미칠 거 같아서
그냥 저도 놓았어요

“아니다.. 답장 안해도 돼 잘 지내”

sns언팔하고 그렇게 잠들었는데

낮에 보니 저 카톡차단 다 해놓고 본인도 언팔했더라구요
그냥 물어나 보고 싶었어요

넌 나한테 뭐가 그렇게 화나? 뭐가 억울해? 하고요
본인은 본인대로 저한테 서운한 거 있다고 하던데
제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거든요
저 정말 소심해서 그 친구 맞춰주려고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어요
소심해서 불편했나? 그런 생각 밖에 안들고요
제가 글 올리면서도 계속 생각 중이에요
대체 내가 뭘 널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니?

저는 아직 어리고 사회생활도 미숙하고 인간관계도 서툴 수 밖에 없는 거 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 생각회로가 이해가 안 가요
저는 바보같이 축의금만 내고 심지어 제 친구들 돈까지 끌어서
준 멍청한 년이 된 기분이에요…
저런 애를 친구라고 여태 그래도 착하니까라며 계속 합리화한 거 아닐까 생각만 들구요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잘한 게 맞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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