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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탈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글 한번 써봐요
게시물ID : gomin_2275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웨돔
추천 : 11
조회수 : 78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10/31 13:12:36
요즘 지하철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얼마전에도 시비끝에 결국 한 할아버지분께서 사망하신일까지 있었죠...

항상 제가 이런 일을 볼때마다 생각나는게 있는데 그날은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가는날이었답니다.

사는곳은 일산이지만 영등포에 일산 직행버스가 있고,

데이트 동선상 그냥 영등포로 가는게 더 빠를거 같아서 5호선을 탔답니다.

그런데 5호선이 원래 많이 붐비는건지 아니면 그날따라 이상하게 사람이 많았던건지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다행히 남자친구와 저는 먼거리에서 타고 가던중이라 운좋게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있었지요

한칸 떨어진 자리였는데 다행히 여자분께서 옆으로 옮겨주셔서 둘이 붙어 앉았답니다.

그리고 다음정거장쯤? 어떤 아줌마가 타더니 다짜고짜 옆에 자리 옮겨주신 여자분한태 

"아이고 다리아파 죽겠네!"

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뺏었습니다.
(사실 한칸 떨어져서 뭐라고 더 이야기는 했는데 뭐라고 한지는 잘 못들었어요) 



좀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저아줌마의 타겟이 우리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철을 타고 목적지로 가다 서로 기댄상태로 깜빡 잠들어 버렸어요.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피곤했거든요.




몇정거장쯤 갔을까... 남자친구가 갑자기 깜짝 놀라는거에요

기대서 자던 저도 덩달아서 깜짝 놀라 일어났고요

무슨일인지 보니까 어떤 아줌마가 남자친구 팔을 팔꿈치로 세게 때려서? 밀어서? 깨운거였어요

그리고 하는말이

"지금 앞에 노인분께서 서서 가시는데 젊은놈이 자는척하지 말고 자리 양보해야지 않겠냐?"

라고 말하는데 말하는 투가 뭐라고 해야하나... 정말 기분 나쁜 말투였어요.

꼭 '니같은 놈이 지하철에서 자는척 하니까 젊은애들이 욕먹는다' 라는 말투로요

아니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서 계신다면 양보해 드리지요

하지만 그것도 몸 상태가 쌩쌩하게 피곤하지 않은 아침이라면 모를까    

저희 둘다 하루 종일 걸어다녔거든요...







아무튼 그랬는데 그래도 남자친구는 그 아줌마를 한번 흘긋 보더니 

"아, 예 제가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정말 피곤해서 좀 졸았습니다, 그래서 미처 못봤네요"

하면서 일어나서 앞에 있던 노인분께 자리를 양보하는거에요

사실 이때 짜증을 느꼇어요.

우리는 피곤하고 먼저 앉아있었는데 바보같이 말한다고 비켜주는게 당연한건가 싶어서요

게다가 흘긋 노약자석을 보니까 앞뒤 양쪽으로 6자리중에 5자리가 비어있었는데

텅텅빈 노약자석 냅두고 서 계시던분을 이 아줌마가 오지랖 넓게 우리한태 양보시킨것도 그렇고

아니, 애초에 양보하려면 아줌마가 하면 되지 왜 자던 학생들을 깨워서 양보시키는지 부터가 이해가 안됬지만, 어쨋든 이녀석이 이미 일어서서 할머니께서는 괜찮다 괜찮다 하시다가 결국 다른분께 양보하시고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셨어요

남자친구는 자존심도 없는지 짜증난 제 심정도 모르는지 자꾸 갠찮다고 갠찮다고 웃는 얼굴로 말은 하는데

역시나 피곤해보이는 기색이 보이지요.. 어쩔수 없는게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니까요...

그래도 애가 이미 결정한걸 붙잡고 늘어지는건 서로 짜증나는일이란걸 알기때문에 더이상 말은 안했고,

아무래도 따땃한 지하철인데다 피곤했기에 다시 졸기 시작했지요...




 
또 몇정거장 갔을까... 이 아줌마가 이번엔 저를 깨운거에요

예의 그 기분나쁜 팔꿈치때리기로요

그리고서 하는말이

"이래서 가정교육 못받은 요즘 년놈들은 안되먹었어 쯧쯧.. 아까 노인분들 계실때 자는척 하지 말랬는데 또 이러네?"

라고 말하는거에요(토씨하나 틀림없이 저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잠 덜깬 상태에서 비몽사몽에 어버버버...하고있는데 남자친구가 이 아줌마랑 싸우기 시작한거에요

싸운내용은 대화체로 써볼게요






남친 : 아줌마 지금 뭐합니까?

아줌 : 지금 이 앞에 할아버지 서계신거 보여 안보여? 아까 늬들한태 말했지 어른계시는데 자는척 하지 말라고

남친 : 아까 말했죠 정말 피곤해서 진짜로 자고 있던거라고

아줌 : 이놈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거야? 너희 어머니 얼굴이나 한번 보고싶다

남친 : 아줌마보다 훨씬 가정교육 잘하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지 마시죠

아줌 : 이게 어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말꼬리 붙잡고 늘어져? 어?

남친 : 어른이 어른다워야 어른대접을 해드리지요, 애초에 노약자석도 비어있고, 그렇게 자리를 드려야겠다 싶으면 아줌마가 일어나면 되는거 아니에요?

아줌 : 나는 지금 자리양보보다 너희 같은 새끼들 교육시킨다는 생각으로 말하는거야 어른이 말하면 예, 하고 들으면 되지 어디서 말대꾸야?

남친 : 나이만 쳐먹었다고 어른이 아니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꼭 앉으셔야 되면 저기 비어있는 노약자석에 앉으실꺼고 궂이 서있는 분들을 피곤해서 자고 있는 사람 깨워서 앉혀야 됬냐?

아줌 : 이새끼 말싸가지보게? 어휴, 역시 못배운것들은 이래서 안되 

남친 : 제가 못배웠지만 나이쳐먹고 그거밖에 못배운 당신보다는 더 현명할꺼다.

아줌 : 그래, 백보 양보해서 니들이 정말 피곤하다고 해도 어른께서 서서 가시는데 궂이 그걸 앉아서 가야겠냐 라는걸 말하는거다 나는 말이야. 너희 새끼들 교육 시키려고 이러는거야 알아?

남친 : 하...참내





여기까지 하고서 남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한번 쯧, 차고 제 손을 잡아 일으켰어요

"말해도 못알아듣는 저런인간하고 말해봐야 우리만 손해야"

이렇게 말하고 옆칸으로 가려고 가는데...



아줌마가 우리를 따라와서 핸드백으로 남친 머리를 퍽! 하고 내리친거에요!!!

그리고선 하는말이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 건방지게 멋대로 말을 끊고 가려고해!"

라고 소리를 빽 지르는거에요

남친이 어이없다는듯이 쳐다보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아줌마 어른대접 받고싶으면 어른답게 행동하세요."

"어디서 어른타령이야! 나이도 어린새끼들이!"

"저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아줌마에 비하면 어른이시네요, 그럼 당신이 양보하면 됬던거 아닌가요?"





여기까지 말했을때 아줌마가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뭔가 꺼냈어요

장애인증을 들이대더라고요

"나는 6급 장애인이야 그래 니 말마따나 나이드신 어르신께서 보기에는 나도 젊겠지 그래서 나는 노약자석에 안 앉고 너희같은 버릇없는놈들 자리에 앉는거다"

"...."

남친의 입이 콱 막혔어요.

왜냐면....






안녕하세요. 소개가 조금 늦었네요

일산에 사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특이하냐면 몸이 조금 불편해요.

뇌병변 지체장애3급으로 반신마비의 장애인이랍니다.

어렸을적 기억도 안날정도로 어렸을때 소아마비가 온것이 원인이지요.

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하던 이야기로 돌아갈께요






남친이 할말이 콱 막혀서 말을 못하고 있었어요

만약 남친이 보통사람이랑 사귀고 있었다면 한두마디 꺼리낌없이 내뱉었을수 있지만

저를위해서인지 어떤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말 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 장애인증을 꺼냈습니다.

"아주머니 저도 장애인이에요 그러면 자리 양보받을 자격이 되나요?"

이렇게 한마디 하고 이어서 말했어요

"아주머니, 저도 장애인이지만 정말 힘들어도 노약자석에는 안 앉아요. 그렇다고 아주머니처럼 일반석 자리를 억지로 양보를 받는것도 아니구요."

여기까지 말하니까 노약자석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고요

"거 아줌마 우리가 늙었다고 무시하지 마쇼, 우리도 서서가고 싶은때가 있는데 왜 억지로 양보시켜서 앉혀? 우리는 그러면 무시받은거 같아서 더 기분나쁘다고!"

이 말을 시작으로 다른분들도 아줌마한태 한마디씩 해줬어요

소란속에 조용히 있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들 해주시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간신히 눈물 숨기고 남자친구랑 옆칸 갈때까지 그 아줌마가 계속 노려보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분들께 모든 사람이 항상 자발적으로 여기 앉으세요! 하고 양보한다면 좋겠지만,

피곤한경우도 있고, 싫은경우도 있기에 당연히 이렇게 되는건 힘들지요

그렇다고 저렇게 남한태 양보시키는것도 아니라고 봐요. 스스로 자리에 앉으세요 하고 양보하면

대견해서라도 고마워 하면서 앉으시겠지만, 노약자석 자리에 안앉으시고 서서 가시겠다는 정정한 분들을

억지로 남들을 양보시켜가면서 까지 해야 하는건 아니다 싶어서요.

저는 몸이 불편한탓에 이런 과도한 친절에 조금 민감해서 더더욱 알것 같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안갖고 있다가 이럴때만 과도한 친절.

예를들어 음식점에 갔는데. 저도 비빔밥 혼자서 비벼먹을수 있습니다.

근데 그걸 궂이 가져가서

"비비기 힘들지? 내가 비벼줄게"

라고 말하는 그런것..

물론 고맙습니다. 하지만 조금 힘들게나마 혼자서도 할수 있는데 궂이 그렇게 해주는건 싫습니다.

그러면 제가 할수 있는 일중 하나인 비빔밥비비기 라는 일조차도 못하는일이 되버리고 마니까요. 

말하다가 조금 다른길로 나아간것 같지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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