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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위험은 걸려본 사람만이 "조금" 이해할 수 있지요.
게시물ID : gomin_6086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족전쟁
추천 : 2
조회수 : 52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2/26 04:01:43

역시나 사람은 각양각색이라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니까요.


제 얘기를 먼저 풀어볼까 해요.

아까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한동안 우울증이 심했어요.

종교 생활을 하는터라 주변 사람들에게 티도 못내고 다녔죠.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우울 증세는 나는 외롭다, 나는 혼자다라는 것이죠.

이를 다른 말로 바꿔보자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아무도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공격적으로 말하면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게 제가 우울증(병원에서 이러한 진단은 받지 않았습니다)에 시달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에요.

저는 아주 공격적인 우울증 상태까지 갔었죠.

중이병이라고 말하자면 그런 것일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누군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이런 심정이에요.

다른 사람이 보면 매우 이기적이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저는 이러한 감정의 '해우소'로 SNS를 이용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절대로 택해서는 안될 방법이었지만요.

SNS 중에서도 실제 '인맥'과 연결되는 페이스북을 택했었죠.


'내가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태니까 좀 관심 좀 가져줘'라는 마음과

'근데 너희들은 날 이해 못할꺼야...'라는 마음이 공존한 상태에서

제가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유식한 척을 하며 저를 어필했죠.


하지만 공격적인 자세 때문이었을까요, 친했던 친구들도 저를 멀리하는 것 같았고,

실제로 사이가 어색해진 사람들도 있었고,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도 제 이름을 알 정도로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울증은 더 심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곳에 가면 괜히 저를 쳐다보며 험담을 일삼는 것 같고

그들의 삶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며, 그들끼리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한마디로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많이 들었던 노래가 양동근의 어깨에요.


그게 점점 더 심해지자 자신감도 없어지고

건강했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쪽에 통증도 심해지고, 숨도 크게 들이쉬어야 겨우 숨쉬는 것 같았구요.

평소대로 숨쉬면 숨을 안 쉬고 있는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지요.


심장이 계속 따끔거리고 쿡쿡 찌르는 것 같이 아파서 근처 심장 전문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아봤지만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그 당시에 돈도 얼마 없어서 비싼 병원비만 날렸죠..


그렇게 스스로를 타인와 고립시키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꾸 살아가니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가족과의 관계도 거의 틀어지기 일보직전이었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위험한게 이렇게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쌓이다가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급속하게 우울해져서 자살을 선택할 수가 있어요.

제가 그런 경우여서 잘 압니다.


진짜 별거 아닌 일인데, 순간 그냥 이렇게 살기 싫다, 죽음 이후의 삶이 있든 없든 그냥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갖고 있는 도구로 어떻게든 죽으려고 했죠.

하지만 실패했어요.

아니, 무서워서 못했다고 밝히는게 진실된 표현이겠네요.


우울하기 시작하고 그게 심해질 때부터 개그 프로그램을 꼭 챙겨봤어요.

그렇지 않으면 웃을일이 없거든요.

이것 때문이라도 웃어야 제가 그나마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었죠.

결국 제 자신을 속인거죠. 나는 우울하지 않다고..


근데 그것 또한 저를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했죠.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역시 '넌 나를 이해 못해'라는 생각...


결국 제가 찾은 방법은 저 스스로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이었죠.

나의 장점, 단점, 내가 하고 싶은 것, 욕망, 욕구, 싫어하는 것 등등


그리고 제가 힘을 얻은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좋은 말이에요.

'나는 얼마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사는가?' 생각해보면 별로 많이 생각하지 않거든요.

진짜 친한 친구도 하루에 10분, 아니 5분도 걔가 뭘하며 살까,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궁금해 하지 않죠.


1) 나에 대해서 치열하고 철저하고 냉철하게 알아가는 것

2) 남은 나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을 통해서 저는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두가지는 저에게 크게 도움을 준 요소구요,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이 있었지만 여기서 다 밝힐 수는 없을거 같구요...


암튼 우울하고 힘이 없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나는 소중합니다. 소중한 만큼 왜 소중한지, 어떻게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야 하겠죠.

내가 소중한 것은 나만이 잘 알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잘 알아야 합니다.


우울합시다.

그리고 행복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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