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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 대한 배려
게시물ID : gomin_747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hpilia
추천 : 2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3 10:34:10
 
 
안녕하십니까. 오유 여러분.
 
지난 목요일 고객에게 멱살이 잡힌 후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과연 내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직업때문인가에 대한 회의감으로 멘붕을 겪었지만 조금씩 회복해서 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위로 받고 싶어서요. 아무리 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공감을 받아도 문득 문득 드는 좌절감은 어쩔 수가 없네요.
 
보건전문대 임상병리과를 졸업하고 내년이면 10년차가 되는 병원근무자입니다. 흔히들 임상병리사라고 하지요. 진단검사 의학과로 이름을 바꾼 대학 병원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저의 직업명은 임상병리사입니다.
 
임상병리사가 뭐에요? 간호사인가요? 아니요. 간호사는 인젝션(혈관을 확보하고 혈관안으로 약을 집어넣는 것)을 일의 기본으로 하고 임상병리사는 콜렉션(혈관이나 몸의 기관에서 나온 것들  ex)혈액, 소변, 대변, 체액등 을 검사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피뽑는 사람< 전 이렇게 설명해드립니다.
 
전 척추관절 수술 전문 병원에서 일합니다. 수술을 하려면 당연히 수술 전 검사를 합니다. 대부분 피 뽑는 걸 싫어하시다 보니 왜 간단한 수술이라는데 피도 뽑고 소변도 받아 오고 심전도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사람 하나 하나가 똑같은 성질을 가지진 않습니다. 혹여나 모를 리스크를 위해 검사합니다. 실제로 건강해 보여도 막상 검사 해보면 간기능이나 신장기능 안좋으신 분들 꽤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수술 당시에는 문제가 안될지 몰라도 수술후 약제를 쓰면서 문제가 됩니다. 약을 분해하는 건 간과 신장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수술후 증가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수술전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던 사람도 말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수술전 검사엔 성병 검사가 포함됩니다. 혈액으로 옮길 수 있는 성병이 존재하기 때문이죠.(대표적으로 에이즈) 그런데 얘가 문젭니다.
 
성병은 말입니다, 걸린 사람도 그 상대방도 같이 옭아 매는 그런 질환이란말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아 나 성병 걸렸으니 나만 치료하면 되지 뭐, 그리고 걸렸다간 배우자에게 사망이다. 뭐 이런 마인드.
 
그런데요.. 그러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검사 결과는 의사가 고지함이 원칙입니다. 전 검사만 하구요. 성병같은 경우 많이 민감한 시안입니다. 배우자, 혹은 남친/여친에 대한 신뢰의 문제니까요. 그래서 제가 1차로 검사해서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다고 한들 바로 결과를 입력하진 않습니다. 제 선에서 세번의 재검, 그리고 계속 양성일 경우 보고서엔 보류로 보고 외부 수탁업체로 확진 검사가 나갑니다. 수탁업체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결과 입력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반나절은 그 검체를 가지고 재검합니다. 그래서 나온 검사 결과과 통보됩니다. 거기서도 양성이면 그 사람은 성병인 거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거고, 판단 기준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는 정성법(있다/없다의 문제)을 사용할 경우는 특히 정량법(고치이냐/저치이냐)으로 재검을 합니다.
 
오프닝이 길었네요.
 
관절 수술을 하기 위해 온 50대의 어머님께서 성병의 한 종류인 매독에서 양성(reactive/non-reactive라고 표현합니다만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 나왔습니다. 앞에 설명 다 드린데로 모든 절차상의 검사가 다 나온 후 확정 보고 했습니다. 성병은 민감하잖아요? 정말 더러운 곳에서 걸릴법하게 놀아본 사람 아니고서야(물론 그런 사람들이 얼굴에 나 그렇소 라고 써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님은 매독입니다 라고 돌직구 날리지 못합니다. 고객에게 멘붕을 줌은 물론 그 가정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은 매우 아픈 주사 맞아 보신 적 있나요? 라고 묻습니다.
 
성병치료 주사는 말입니다. 상상 초월하게 아픕니다. 주사 나부랭이라고 생각했다간 지옥을 봅니다. 그만큼 맞는 당시에도 아프고, 맞고 나서도 아픕니다. 한번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 어머님께서는 그런 적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성매독(현재 감염중)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지를 하고 주사를 처방해야 하는데 성병은 보통 상대방과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 결국 오랜 숙고 끝에 50대 어머님께 고지를 했고 어머님과 그 보호자였던 자녀들은 멘붕 크리티컬 그리고 전 그 어머님의 배우자(남편이죠)에게 멱살 크리티컬을 맞았습니다.
 
대충 들었던 말이, 야 이 XX같은 X년아 계집년들이 뭐 병원일을 한다고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사람을 이런식으로 모함해? 너 잘못 검사했지? 잘못검사했지? 제대로 말해 이 XX같은 년아. 뭐 이런것들.
 
그럴수록 남편의 탓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뿐인데 말입니다.
 
남자 주먹에 잡혀 사정없이 앞뒤로 흔들거리면서, 다른 고객들 앞에서 그런 모멸을 느끼면서 나는 왜 여기 이러고 있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과연 내가 내 검사에 대한 확신은 있었나 라는 의심까지... 사람이 참 어두워 지는 거지요.
 
제목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적었는데 사실 전 상대방에 대한 성생활 배려라고 적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성적 얘기란 미묘하고 사실 19세 이상이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 그 미만의 학생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병은요, 예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남/녀 생식기의 차이상 남자분들은 보편적으로 성병을 쉽게 찾아 낼 수 있는 반면 여자분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 한순간의 실수든, 쾌락이든 못된 진 하신 분들은 검사 꼭 받아 보시고 만약 성병에 감염 됐다면 치료 받으셔야 해요. 관계 했던 분과 함께요.
 
예방? 별거 아닙니다. CD 껴주시면 되요. 1mm도 안되는 그 얇은 고무막이 상대방과 본인의 건강을 지켜준단 말입니다.
 
제 멱살을 잡았던 남편분 역시 양성 상태였어요. 더 충격적인게 뭔지 아세요? 이미 치료가 완료된 매독이었다는 것.
 
다 알고 계셨다는 말이죠. 그런데 배우자에게 숨긴거에요. 정말 비겁한 처사입니다. 본인만 치료하면 모를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매독은 균에 노출된다고 해서 바로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만다 순차적으로 병이 진행이 되요. 남편분은 아내랑 관계 한지 오래됐다고 하셨지만 그 전에 노출되고 점차 병을 키워 오신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비단 남자 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겁니다. 가정의 파괴가 두려웠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말았어야죠. 실컷 배신해 놓고 본인은 치료 다 받아놓고 상대방은 방치한다?
 
저에겐 새로운 학대방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
 
저는 구성애 아주머니의 아름다운 성을 교육받았던 세대입니다. 제가 고교시절 한창 구성애 아주머니의 붐이 불었죠. 그 분의 개인적인 성향이야 어떻든 전 그 분의 성교육은 올바르게 진행됐다고 봅니다.
 
감추는게 아니에요, '성교육'은 오픈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알아요.
 
왜 생리를 하는지, 왜 몽정을 하는지 왜 피임을 하는지 이런 것들. 피임법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입니다.
 
단순히 피임을 '자손번식'에 대해 국한 하지 마세요.(번식이라고 하니까 참 어감이 이상하네요. 적당한 말이 생각이 안납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상대방도 배려해주세요, 존중해주세요.
 
성생활에 쾌락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생활에 쾌락만 쫓는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그냥 이런 말들이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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