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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전문 한의원......
게시물ID : gomin_7899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dlY
추천 : 1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3 01:33:04
며칠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 올려보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의료인' 이라고 하는 직업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실력도 좋고 인품도 좋은 한의사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던 경험이 있어서
요즘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남들에 비해서 한의학 혹은 한의사 선생님들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실은 많이 실망하게 된 일화가 있어서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얼마전 저희 이모가 대장외과쪽 수술을 해서 이틀정도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인 사촌동생이 갑자기 급체를 했습니다
속이 안좋다고 해서 약국에서 이미 소화제를 사서 먹었는데도 결국 심각하게 급체를 하더군요..
생사가 달린등의 심각한 것은 아닌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아직 어린나이에 처음으로 엄마가 수술하는 자리와 좁은병실에 와서 지키고 있는것이 스트레스 였었나 봅니다
 
그래서 현재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손을 따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입원실에는 손을 딸만한 바늘도, 손을 따본 사람들도 없어서 위층에 상주하고 있는 병원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저녁 7시를 넘겨서 입원실 외의 진료실은 문을 닫은 상태고
대장외과 병원이 있는 4층 외에 5층부터 9층까지 상주하고 있는 또다른 병원들이 있었는데 이미 다들 퇴근하고 병원문을 닫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9층에 아직도 문을 연 한의원을 발견했습니다
 
한의원이라면 적어도 손이라도 따줄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손에서 식은땀이 나는 동생이랑 뛰어들어갔습니다
소파에는 세명 정도의 손님( 환자가 아닌 손님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 앉아있고 카운터에 간호사 한분이 있더군요
동생은 병원 현관에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이미 배를 부여잡고 거의 쓰러져 있다시피 하고
저는 카운터에 사촌이 급체를 해서 급히 찾아왔는데 혹시 선생님께 손가락 따는 것이라도 여쭤볼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쭤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간호사의 말
 
 
 
" 저희는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 입니다."
 
 
 
순간 제가 알고있던 한의원 이라는 곳에 대한 개념과 인지가 제대로 안되더군요..
 
그래서 그럼 선생님께서는 침을 못놓으시는 분이시냐고 조금 공격적을 물어보니
잠시 여쭈어 보겠다고 원장실로 들어가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더니
 
" 현재 상담중이시라 지금은 뵙지 못하시구요, 
만일 진료를 받기 원하신다면 적어도 20분에서 30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 상담을 받으시는 손님(분명 환자분이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손님 이라고 했는지 고객 이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분을
진료실에서 나오시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
 
라고 말하더군요..
 
 
동생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배를 부여잡고 현관에 거의 쓰러지듯 주저앉아 있고
급체 라는것이 어떠한 상황인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 이라는 것을 보니 상담중인 고객은 아마도 말그대로 ' 의사 ' 의 손길이 신속히 필요한 ' 환자 ' 는 아니었을것 같구요..
( 물론 병적인 비만의 환자를 모르는 것이냐고 말할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식의 해석은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
 
 
그 곳에서 거의 삼십분을 기다리고 있을수 없었던 저희는 다시 일층으로 내려가서 약국에 가서 수지침 기구를 사서 저희가 직접 손을 땄습니다.
동생은 손을따고 검은피가 나오자, 속이 내려가며 급한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집에 돌아와서 시리얼을 조금 먹었다가 다시 심하게 얹혀서
결국 새벽 한시에 응급실에 가서 링겔을 맞고나서야 완전히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응급실도 아닌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에서 급체를 했다고 갑자기 뛰어들어와서 진료를 부탁하는 경우
그 사람을 즉시 진료해줄 의무는 없을겁니다
자기의 차례를 기다려서 충분한 진료비를 내고 상담을 받고있는 환자 혹은 고객을 먼저 봐주는 것이 결코 틀린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뭔가 씁쓸한 기분은 가시지가 않네요..
 
그리고 그 병원의 데스크 아래의 유리판에 새겨져 있던 '환자의 권리'라는 제목이 붙은 글을 스쳐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급한 상황에 그 밑에 열거되어 있던 글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곳에서 말하는 ' 환자의 권리 ' 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었을지 왠지 혼자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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