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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로서 참 힘듭니다.
게시물ID : gomin_802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스모스향기
추천 : 3
조회수 : 201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8/12 22:29:49
저는 남자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뭐 요즘은 남자교사들이 많아져서
희소성이 없어지긴 했네요 ㅎㅎ
 
 
전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불리겠지만
어린이집에선 나름 전문가가 된
5년차에 빛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냥 오늘 아침부터 더위를 먹었는지
머리가 띵~ 하고 가슴이 답답하기 시작하면서
무기력증이 동반되더군요.
 
 
별 일 아닌 일에 아이들에게 온갖 짜증을 다 부려놓고
그것도 모자라 자유선택활동 시간까지 줄여가며
아이들 학습 활동에만 시간을 허비했네요.
 
제가 마음이 진정이 안되고 어수선하다보니
결국 아이들 사고(?)와 연결되고 말았네요.
 
요리실습 하고 아이들 매트에 앉혀두고
활동했던 물품들을 조리실에 옮겨놓는다고 잠깐 나간 사이에
남자 아이 두 명이서 장난을 쳤던 모양이에요.
 
덩치가 큰 녀석과 작고 왜소한 녀석..
 
덩치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콕콕 찌르고 주먹으로 치니
작은 녀석이 화가 났는지 울면서 덩치 큰 아이 팔꿈치를
쎄게 꼬집어서 살짝 패였어요.
 
 
올라갔을 때 작은 녀석이 울고 있어 덩치 큰 녀석을 훈육했는데
접히는 팔뚝에서 작은 핏방울이 보여 식겁했어요.
약 발라주고 밴드까지 붙여주고는
한숨만 나오더라구요.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지?
 
 
5년동안 수많은 회의감과 권태기(?)에도
꿋꿋이 참아왔었는데..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어요.
(아;; 그렇다고 아이들을 때렸다는 게 아녜요 ㅎㅎㅎ)
 
상처 난 덩치 큰 녀석 부모님께 연락드려 사정 설명하고 죄송하다 전해드리고
꼬집은 작은 녀석 부모님께 연락드려 상황 설명하고 죄송하다 전해드리고..
 
 
아이들 모두 앉혀놓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나무랐어요..
 
그동안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였었는데
정작 제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나무라기만 했어요.
 
 
퇴근하고 일지 쓰고 오늘 활동 사진 올리면서
활짝 웃음 띈 아이들 얼굴을 보니 화났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드네요.
 
 
어느 곳에 가서도 어떤 사회생활을 해도
다 똑같겠지만 원래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라고 말들 하잖아요 ㅎㅎ
 
그냥저냥 술 한잔 먹고 싶은데
같이 마실 친구 하나 없고, (이사온 지 5년 되서 친구들이 멀리 살아요 ㅜㅜ)
설사 만나더라도 전혀 공감대 형성 안되는 이야기들로만 가득한 만남이 뻔하니..
 
 
 
그냥 하소연이었어요.
아이들에게 화가 났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린이집 교사로서...
 
이런저런 일들 생기면
머리부터 조아려야 하는 교사의 모습이 마음이 아파서요.
 
5년동안 해서 이제 좀 정리됐다 싶었는데
아직 갈길이 멀었나보네요..ㅎ
 
 
오늘따라 유난히..
3년 전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네요 ㅜ
어색한 부자지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아빠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고민거리 이야기하고 풀었으면 좋으련만..
 
 
방금 어머니한테 전화왔어요.
오늘 말복이라고 식당에 단체가 많이 와서
오늘 늦게 오신다네요.
 
 
아빠 없이 혼자 일하시는 엄마...
일 핑계로 가게 일 한번 제대로 못 도와드리고..
이제 나 가장인데... 아직 철없는 아들인 것 같아 힘드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
내일도 우리 아이들과 갯벌체험 가요~ㅋ
놀이하는 건 좋은데 마무리하는 건 진짜 .. 하.. 나...
 
아이들 옷 갈아입힐 때
그 진흙 잔뜩 묻은 옷 처리하고 씻겨줄 때
찝찝하지만 ㅋㅋ
 
 
오늘도 내일도 활짝 웃는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서야겠어요 ^^
 
 
 
얘들아~
오늘 선생님이 화 많이 내서 정말 미안해 ㅜㅜ
내일부턴 활짝 웃는 스마일 꿀꿀이 선생님 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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