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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렇게 살고싶다.
게시물ID : gomin_8513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동해바다
추천 : 1
조회수 : 1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29 23:56:04
반말체 쓸게요. 죄송합니다. 거북하실거 같은분들은 미리 뒤로가기나 더블클릭으로 다른 글을 읽어주세요.
 
내겐 진짜 친한 형이 몇 있다. 이글의 주인공은 내가 대학가서 알게된 선배이고 가족같은 형이다.
20살 뭣도 모르고 대학에 들어가 어리버리 타며 난 누구?여긴 어디? 난 뭘 해야하지? 하는 나에게 다가와서
"야, 축구 잘하냐?" 라고 대뜸 물어봤던 형이다.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놈이라 잘 못하지만, 같이 하자고 하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이 형이란 사람이 (첨보는 사람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며
"얌마! 살면서 하고싶은걸 하고 살아야지! 술은 잘 먹냐?"
아버지를 닮아 말술인 나는 잘 먹는다고 말하자 그럼 넌 좀따 술먹을때 내 옆에 앉아! 하고 어디론가 휭 가버렸다.
이게 형의 강렬한 첫 이미지이다. 따끔따끔 뒤통수
 
이형은 마른몸인데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잔근육들이 붙어 몸매가 남자가 봐도 정말.. 와..
근데 이사실을 그형을 알고 3개월즈음 후에 알게 되었다. 이유는 옷을 드..럽게 못입는다. 정말.
그래서 처음에 찐따 형이라고 무시하던 애들도 몇번 겪어보고 따르게 된다. 성격도 쿨하니까.
목욕탕 가서 옷을 다 벗고 가자! 하고 표효하던 형의 몸은..
목욕탕에서 나와 친구들은 부모님이 주신 내 몸을 더럽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참회를 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머리 스타일이.. 동네 이발소에서 자른듯한 반듯한 스포츠형 머리였다.
당시 이준기의 영향으로 긴머리, 이쁜남자가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유머실력은.. 구제불능이다.
"야, 형이 재밌는 이야기 해줄게. 붉은땅에 100원이 떨어져있는게 뭐게?"
이런 개그나 하는 형이다.
 
술먹고 형네 자취방에서 잔뒤 일어나 씻고 나와 우린 한번 더 경악을 했다.
"형 스킨로션 어딨어요?"
"어, 여기" 하고 건넨 하나의 우유병 같은 것에는 이상한 액체가 진득진득 하게 묻어나왔다.
"형, 이거 스킨 로션 같이 되는 그건가보네요?"
"아니, 내가 두번 바르기 귀찮아서 스킨로션 섞었어."
..그땐 이새낀 미친놈이다 라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자기 꾸밀지 모르는 형에겐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키가 작고 얼굴 하얗고 눈도 크고 이쁜데 성격있는 여자였다.
뭐랄까.. 자그마한 소녀에 장군이 빙의된 느낌이다.
이 여자와 처음 소개팅을 하고 2년을 사겼다가 헤어졌단다.
이새끼가 뭔 깡으로 날 만나면서 청청 패션을 하고 나왔을까.. 이게 첫만남의 이미지란다.
형은 소개팅이니 나름 신경써서 입고 온거라고 했다.
-2년동안 왜 만났어요?
=이새끼가 날 만나면서 바뀔 놈인지 보고 싶었지.
-그럼 왜 헤어졌는데요?
=안바뀌더라고..
 
여튼 그렇게 헤어지고 자그마치 4년을 쫓아다녔다.
도데체 뭐땜에 헤어진지 모를(남들은 다 알만한) 이유를 찾기 위해 죽어라 공부해서
좋은 직장도 잡고 돈도 많이 모으고 차도 사고..집도 사고..
그렇게 4년을 쫓아 다닌 결과 이 둘은 결혼을 했다. 사회도 내가 봤다.
아주 좋아서 입이 헤벌레 해서 장모님 되시는 분을 등에 업고 잘살겠습니다!를 외치며 결혼식장을 한바퀴 돌았더랜다.
참고로.. 난 안시켰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한 형.. 신혼 여행도 잘 다녀 오고 딸도 낳아 아주 잘 기르고 살고있다.
내가 부러워 하는건 이게 아니다.
얼마전 놀러 오라고 해서 선물 사들고 형집에 가서 술먹으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막 떠들며 놀때 갑자기 스킨 로션 에센스..등등 많은 크림들이 눈에 보였다.
"형, 옛날에 형 스킨로션 바르기 귀찮다고 섞어 쓰고 그랬잖아"
"어, 그거때문에 엄청 혼났어"
"그럼 저거 다 형수님이 사준거야?"
"어.. 근데 정작 자기 화장품은 안사더라.."
"왜?"
이때부터 내가 부러워 할 만한 이야기가 형 입에서 나온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이리저리 정리 하고 하는데 형수님이 요즘은 맞벌이 아니면 어려운데다가
주변에서도 좋게 보질 않으니 하던 공부를 계속 해서 돈을 벌겠다 라고 말했단다.
그때 형이 인터넷에서 본 드립+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했단다.
"닥쳐! 돈은 내가 번다. 니가 할일은 쓰는거야"
이말이 적잖은 감동이었나보더라. 물론 '닥쳐'란 말에는 등짝스매싱을 맞았다고 한다.
그말 한마디에 취업 생각은 접고 집에서 내조를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자기 필요한건 사질 않고
형에게 필요한것만 사다논다는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사준 옷은 아직 단 한번도 입지 않고
옷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고.. 자기의 예쁜 천사(..)가 아줌마가 되어간다고 슬퍼하는 형이었다.
한번은 생일날 깜짝 이벤트 해주려고 휴가 내고 출근 하는척 하고 준비한걸 갖고 들어오는데
형수님이 밥에 김치 하나 달랑 놓고 밥을 먹고 있더란다. 자기 아침 밥상엔 항상 국과 여러 반찬들과 맛있는것들이 올라오는데
이렇게 밥먹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형이 냅다 숟가락 뺏어들고 소릴지르며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보자
형수님은 말없이 고개만 푹 숙이더랜다. 선물이고 뭐고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고..
형은 자기가 잘못했다, 내가 돈을 많이 못벌어와서 니가 이렇게 고생한다고 서럽게 울었다고 하고
형수님은 그게 왜 니잘못이냐고, 니잘못 아니라고 하며 서로 그냥 울었단다.
밖에 나가 일하며 고생하는 형 남에게 흠잡히지 않게 꾸미면서 자기는 정작 꾸미지도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형수님에게 너무 고마우면서 미안했더란다.
그리고 형수님은 자길 이렇게 사랑해 주는 남자가 힘들어 하는 모습보기 싫다며 웃으며 이야기 했다.
(그말 하며 서로 쳐다보며 눈빛으로 하트를 막 뿅뿅 보내는게 솔로인 난 감동과 짜증이 같이 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그 형은 형수 고생 안시키겠다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준비하고 있다.
 
형네 집에서 술먹고 이야기를 듣고 오고 난 후부터는 나도 저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사랑을 나도 하고싶다.....
 
혼자 알고있기엔 제가 너무 감동을 먹어버린터라..
오유에 이렇게 글 썼습니다. 안생겨요 안생겨요 하지 마시고 다들 이쁜 사랑, 이쁜 결혼, 아름다운 백년해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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