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실전에서 조선시대 수군 함재 화포의 사거리 규정
게시물ID : history_27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츠카
추천 : 10
조회수 : 78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4/06 22:02:20
옵션
  • 펌글
11.png


예전에 warfog.net에서 토론할 때나 XXXX집에 쓴 논문에서 조선시대 수군의 이상적 교전거리는 "50~300m" 혹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400m 이하 수준"일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왜군이 사용하는 표준형 조총의 유효 사거리를 벗어나 조선군 대/중형총통의 사거리상 우위를 누릴수 있으면서도 롤링이나 피칭 등에 따른 오차를 가급적 줄일수 있는 거리가 그 정도라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300m, 400m는 확정적인 의미를 가진 숫자는 아니다. "총통의 성능상 사거리에 관계 없이 해상사격시 선체 동요 현상 때문에 실제 교전시 사거리는 짧아질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추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헌적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였는데 드디어 유사한 수치를 보여주는 자료를 이번에 확인했다.

위 사진은 조선시대 수군 훈련 규정과 관련된 미공개 책자다. 붉은 줄을 표시한 부분을 보면 해상훈련(수조)시 대/중 총통의 최초 사격거리는 200보, 조총은 100보, 활은 90보로 규정되어 있다. 1보를 1.2m로 보는 보편적 이론에 따르자면 실제 조선 수군의 총통 사격 시작 거리는 240m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같은 수치는 조선시대 화약무기 관련 문헌에 나오는 각종 총통류의 사거리 기록에 비해 훨씬 짧은 사거리다. (절반은 커녕 1/5~1/10 수준에 해당한다) 총통류의 성능에 관계없이 해상에서 실제 교전 거리는 상당히 짧게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조선시대 보법에 따른 거리 자체를 어떻게 환산할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조선 수군들이 함상에서) 대중형 총통을 쏠 때  조총 사거리에 비해 대략 2배 정도의 거리에서 사격을 시작했을 거라는 추정은 충분히 할수 있을것 같다. 


이하는 몇년 전에 썼던 논문에서 내용상 관련 있는 부분이다. 왜 해상에서는 사거리를 짧게 잡을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한 대목이다. (원 논문의 각주는 생략)


함상 운용상의 제한점 

함상에서의 화약무기 운용, 특히 대포의 운용에는 많은 제한 사항이 따른다. 적 함선뿐만 아니라 대포가 거치된 아군의 함선도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상에 떠있는 선박은 롤링(rolling), 요잉(yawing), 피칭(Pitching) 등 다양한 흔들림(동요)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흔들림 현상은 지상에서 보다 함상에서의 화약무기 명중률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조선 수군들이 화약무기를 운용할 때 어떻게 롤링이나 요잉 같은 다양한 흔들림 현상에 대처했는지, 혹은 반대로 이런 현상으로 인해 함상에서의 대포 운용에 어떤 제약사항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천자총통에서 대장군전을 발사할 경우 탄도곡선에 대해 이론적으로 분석한 박혜일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천자총통에서 대장군전을 발사할 경우 사각 5도일때 사거리는 152m, 10도 일 때는 289m, 20도일 때는 525m라고 한다. 이러한 사거리 계산이 정확한 것인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사각에 따라 상당한 사거리 차이가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5~10도 수준의 롤링은 황천이 아닌 일반적인 해상 조건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사각 5도를 적용했을 때 5도의 롤링으로 인한 오차가 더해진다면 사각이 10도가 된다. 박교수의 계산결과를 참고할 경우 이때 발생하는 사거리 오차는 137m나 된다.

단거리라면 표적이 되는 선박의 크기가 있으므로 롤링에 따른 오차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사격시 롤링에 따른 오차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각 변화에 따라 발사체의 비행 최고 고도 문제이다. 천자총통에서 대장군전 사격시 계산결과를 보면 사각 10도시 대장군전 비행중 최고 고도는 13m다. 이 정도 비행 고도라면 어느 정도 사거리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표적 선박의 높이가 13m 이내라면 어떻게든 대장군전이 표적 선박에 명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사각 20도면 대장군전의 비행중 최고 고도가 50m, 사각 30도면 최고 고도 100m, 사각 44도면 최고 고도가 200m에 달해서 이야기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진다. 조선 수군이 10~20도 정도 수준의 사각으로 사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5~10도 수준의 롤링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실제 사각은 15도, 20도, 25도, 30도로 변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사거리 오차는 둘째 치고 대장군전의 비행고도 자체가 50~100m로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이런 높이라면 총통에서 발사된 대장군전이 표적 선박의 돛보다 더 높은 고도로 선박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롤링에 따른 사각 변화와 이에 따르는 사거리 오차보다는 사각 변화에 따른 발사체의 최고 비행 고도의 변화가 명중률 향상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오차 부담 때문에 20도 이상의 사각으로 사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요잉 등에 따르는 좌우 오차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체 길이가 30m 정도인 일본의 대형 아다케 정도라면 배의 중심부를 겨냥했을 때 배의 선수와 선미 사이의 각도차이는 사거리 50m 일 때는 33도, 사거리 100m 일 때는 그 절반정도인 17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거리 100m 일 때는 17도, 사거리 50m 일 때는 33도 이상의 요잉의 발생하지 않는 한 오차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나마 요잉은 롤링보다는 부담이 적다는 의미이다.

박혜일 교수는 천자총통에서 대장군전을 발사할 때의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계산했지만 롤링과 요잉, 피칭 등에 따른 오차 문제는 천자총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총통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오차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방법은 가급적 근거리에 접근한후 사격을 하거나 사각 자체를 가급적 작게 잡는 길 뿐이다.

만약 사각 5도로 사격할 때 발사체인 대장군전의 최고 비행 고도는 3.2m에 불과하므로 이 경우에는 사거리 오차가 발생해도 좌우 조준만 정확하다면 어떻게든 표적이 되는 선박을 맞출 수 있다. 10도의 경우에도 최고 고도는 13m이므로 어느 정도 오차 극복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흔들림 현상이 있는 함선에서 화약무기를 사격할 때 높은 명중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거리에 접근해서 사격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사각을 선택, 수평에 가깝게 사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더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세기 이전 조선의 포가는 사각 조절이 매우 어렵거나 불편한 방식으로 되어 있다. 또한 조선군이 간접사격에 참조할 수 있는 사각별 사거리 제원이나 화약량별 사거리 제원이 존재했다는 증거도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체계적인 사거리 수정은 불가능하고 경험에 기초한 임의적인 조절만 가능할 뿐이다.

다시 말해 수평사격에 가까운 낮은 사각이 아닐 경우 화약무기 운용요원의 숙련도가 이례적으로 높지않는한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명중률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유럽 전근대 해군들이 상대적으로 수평에 가까운 사각으로 사격하는 것을 선호했던 것도 이 같은 롤링에 따르는 사거리 오차나 비행고도 오차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까지 조선 수군은 막연하게 총통의 긴 사거리로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조총을 압도했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오차 문제를 고려한다면 조선 수군은 상대적으로 낮은 사각의 수평에 가까운 사격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때 함포의 유효사거리는 함포 자체의 성능상 최대사거리보다는 훨씬 짧았을 가능성이 높다.

박혜일 교수는 롤링에 따른 사각의 불확실성, 화약량과 발사체의 무게 차이를 고려할 경우 사거리 약 70m 정도까지는 높은 명중률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100m가 넘어갈 경우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선 수군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전거리는 표준형 조총 유효사거리인 50m를 벗어나면서도 롤링에 따른 오차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거리라고 할 수 있다. 천자총통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아무리 크게 잡아도 이상적 사각은 20도 미만, 유효 사거리는 400m 이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피차 이동하는 선박 간에 벌어지는 해전에서 과연 아군이 원하는 교전거리를 계속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실제로는 이 보다 더 근접한 상태에서의 교전도 빈번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군에서 유효사거리가 50m가 넘는 9몬메 이상의 대형 조총을 사용하기도 했으므로 실제 교전상황은 훨씬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수군 함선이 조선 수군 함선에 과도하게 접근했을 경우에도 화약무기 운용상의 제약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가 완전히 붙는 접현전의 경우에도 火砲의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일본의 대형 아다케 등 적의 함선 높이가 판옥선과 동일하거다 더 높다면 접현전 상태에서도 화포 운용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세키부네나 고바야처럼 일본 함선의 높이가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라면 접현시에 하향사각을 해야만 사각이 나올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하향사격시 대포 운용에 어떤 제한사항이 발생하는지 여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포에 장전한 발사체가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유럽에서는 하향사격(Depressed Fire) 할 때 이중 격목을 사용해서 포탄 등 발사체를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조선시대 화약무기 관련 문헌에서 이중 격목을 사용한 직접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더구나 만약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사용한 포가의 형태가 동거라고 간주한다면 초단거리 하향사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포가의 앞부분이 높고, 뒷부분이 낮아 17도 이하의 사각을 선택하는 것이 구조상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일정 거리 이상 접근했을 때, 특히 완전히 배가 붙는 접현 상태에서는 총통의 사각 제한 때문에 사격 불능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때는 질려포통 등 손으로 투척할 수 있는 화약무기나 활 등 일반적인 투사무기를 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화약무기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화약무기의 우수성 덕택으로 아주 쉽게 일본 수군에 승리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검토한 화약무기 운용상의 여러 제한점을 고려한다면, 조선 수군이 약점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나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 http://lyuen.egloos.com/4480376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