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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역사소설] 쾌남 봉창! #1
게시물ID : history_288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4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3 22: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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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이름은 대역죄.

 

. 다들 잘 지내지?

원래 이런 얘기가 다 그렇듯 태어난 건 어디라고 소개하는 게 맞겠지?

, 서울 용산사람 이봉창이야.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부자였는데 꽤 방탕했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우리 형제가 있는데, 아버지는 따로 첩을 둘이나 뒀고 그밖에도 배다른 형제가 여럿 있었거든.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당연한 시대였어. 여성인권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던 시대였지.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걍 그 때는 다 그랬다고.

 

그래도 모던걸이 있지 않았냐고? 확실히 그 때도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들이 있기는 했지.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0.01%도 되지 않던 시절이야.

우리집 하고는 별로 관계도 없는 얘기니까 생략할까 해.

 

여하간 우리집은 꽤 부유해서 동네에서도 한 몫 한다는 어른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어. 심지어는 누구네 집 봉창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아주 귀여워했지.

아버지가 돈이 많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랬어.

하여간 나한테는 참 좋은 시절이었어.

 

근데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아버지가 덜컥 병이 드신 거야. 뭐 요새말로 하면 성병이지.

매독이란 건데 그게 뭔지 난 잘 몰랐지만 어쨌든 엄청 고통스러워하시더라고.

 

그러다보니 아버지 사업은 자연스레 망조가 들었지.

그런데도 아버지는 본처인 우리 어머니에게 돌아가지 않고 첩네집에서 줄 곳 지내셨어.

어머니의 눈물? 그야 굳이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이런 구차한 가족 이야기는 그만 접어 두자고.

내가 서른 하고 조금 더 살아보니까 말인데 세상에는 별별 가족들이 다 있더라고.

딱히 나만 유별난 것도 아니야. 예나 지금이나 가족만 생각하면 안타깝기는 한데 말야. 난 가급적 앞만 보고 가려고. 징징 짜봐야 나만 손해지 뭐.

 

나처럼 배 다른 형제자매에,

계속되는 아버지의 방탕과 어머니의 눈물.

그리고 집안의 몰락.

 

이런 거 너무 진부하잖아?

그런 사골이야기는 그만 우리고 싶어.

내가 앞으로 다루고 싶은 건 여지껏 내가 살아왔던 길에 관한 얘기야 .

 

그런데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내가 왜 당신의 인생을 알아야 하나?

그렇지! 내가 기다렸던 게 바로 그런 질문이라고!

 

뭐랄까, 쑥스럽긴 하지만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인생은 맞아.

그런 건 주욱 읽어가면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근데 조만간 죽을 날짜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짠해.

뭔가 남겨놓고 싶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회고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안 쓰려니 여하튼...마음이 좀... 그래.

 

. 쓰다보니까 말이 길어졌는데 오늘은 좀 큰일을 하고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큰일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일은 아니야. 오늘 일본 천황한테 폭탄을 던지고 왔거든. 뭐 폭탄 좀 던진 거 가지고 사람들이 난리를 치고 그러데.

 

잡혀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만 보면 사람들이 대역죄라고 하더라고.

얼ᄄᅠᆯ결에 나 이봉창이가 대역죄인이 됐어. 아직 재판도 안 받았는데 죄명이 벌써 나오다니! 이거 뭐 완전히 재판신기록을 세울 것 같아.

굳이 노린 거는 아니였는데, 사람 부끄럽게시리.

 

하여튼 뭐가 그렇게 대역죄인지 별 관심도 없고, 걍 죽일 놈 하나 죽이려고 한 것 뿐인데 난리도 아냐.

 

사방에서 후레쉬는 펑펑 터지지 아주 눈이 부셔서 못 살겠어.

이래서는 제대로 취조도 못 받겠다고.

 

당장에 나를 찢어 죽여 버리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살살 달래면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하여튼 여기 분위기 참, 골 때린다고.

경찰서라는 데가 원래부터 이렇게 활기찬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지낼 것 같아.

 

이래저래 잡혀있다 보니까 말인데 술 한 잔이 땡겨.

근데 앞으로는 술 같은 건 입에도 못 댈 것 같아.

딴건 모르겠는데 이건 참 아쉬워.

내가 가만히 생각을 해봐도 좀 기분이 묘해.

다른 나라의 임금한테 폭탄을 날렸으니 조만간 죽을게 뻔한데... 갑자기 술이 땡긴다니.

요새는 사람의 마음을 살펴본다는 심리분석이니 하는 학문도 있다던데

나중에 시간 좀 날 때 내 마음도 연구를 좀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어ᄄᅠᇂ게 소개를 한답시고 했는데 잡설이 너무 길어졌지?

 

혹시 그 사이에 잊었을까봐 다시 말 하는데 나, 서울 용산사람 이봉창이야.

살면서 이런저런 일본이름도 썼는데 그런 건 나중에 천천히 설명하기로 하고.

 

간단히 말해서 이 나라 역사상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일본 천황한테 폭탄을 던진 30대 아저씨라고 생각하면 돼.

여하튼 왜놈들이 나를 잡아다가 고문을 하건 살살 달래건 간에 이게 다야.

 

하지만 난 말야.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면서 잰 채 하기도 싫어.

난 남들이 나를 영웅이라고 부르는 게 참 불편하거든.

 

뭐 독자여러분들도 읽다보면 조금씩 나를 알아가겠지만, 난 솔직히 무슨 독립의사니 투사니 이런 것도 잘 모르겠고. 원래 복잡한 말도 아주 싫어해.

 

아참. 잊은 말이 하나 있어.

내가 원래도 두서가 없기로 유명하니까 걍 그런가보다 해.

이왕하는거 좀 재미있게 얘기 해 보려는데, 이거 내가 쓰는 게 아니거든? 작가가 나 대신 쓰는 거야. 그러니까 얘기가 재미없어도 내 탓은 아니라고.

그런 건 좀 감안해 줬으면 좋겠어.

 

그럼 다음 얘기까지 잘 들 지내시고 시간 날 때 또 책에서 만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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