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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역사소설] 쾌남 봉창! #3
게시물ID : history_288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4 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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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철도원 

 

-! 그만 좀 때려. 할 말 다 해 주잖아? 캐봐야 더 나올 것도 없다고!

 

일본형사가 이놈시키, 저놈시키 하면서 마구 때리는데 나중에 사진 찍어야 해서 그런지 티나게는 안 때려. 치사한 새끼들. 하는 꼬락서니하고는.

꼴에 일본이 얼마나 대인배적으로 취조를 하는지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고 싶은가봐.

 

아예 안 때리는 건 아니고 몸뚱이나 팔 다리만 때리더라고.

옷 입으면 티 안 나는 데만 골라 때리는 거지.

근데 이거 아무래도 말야. 나중에 악질 조선인들도 이 수법을 배워서 같은 조선인 상대로 신나게 써 먹을 거 같아. 개시키들. 이러다가는 사형도 당하기전에 골로 갈거야.

 

좀 너무 했다 싶은지 옆에 같이 있던 검사가 그만하래.

하여간 밥도 제 때 못 얻어먹고 있으니까 당장 맞아 죽는 것 보다 배고파서 더 빨리 죽을 것 같기는 하더라고.

 

-아이씨, 때려죽이건 니들 맘대로 해!

밥 안주면 더 이상 진술도 없어!

뭔가 거꾸로 된 장면 같지?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

검사나으리건 형사나으리건 목적은 다 똑같아.

일단 재판에 걸려면 피의자 진술을 받아야 하는데 나처럼 끝까지 버티면 답이 없어. 그러니 내가 지들 맘에는 안 들어도 일단 뭐든 먹일 수밖에.

 

-미안했다. 일단 먹고 다시하자.

내가 좀 더 신경 쓸게. ?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하여간 다급한 건 놈들이지 내가 아니라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가 앞으로 한마디도 진술 안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 곤란해지는 건 내가 아니라 저 놈들이거든.

 

게다가 놈들이 정식재판도 하기 전에 뒤집어씌운 대역죄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게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어차피 난 사형밖에는 길이 없으니까.

 

그런데 말야. 재미있는 게 하나 있어.

검사나 형사가 나랑 관련된 무슨 진실이라도 밝혀서 말야. 만에 하나라도 내가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라도 돼 봐. 아마 일본에서 그 검사나 형사는 멀쩡히 일본에서 살아갈 수도 없을 거야.

다들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거든.

 

요약하면 간단해.

, 이봉창 취조는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바로 모가지 날라가는 거지.

 

. 밥도 먹었겠다. 입가심으로 차도 한잔 달라고 하니 득달같이 가져다주더라고.

원래 죄수대접이 이런가? 싶기도 하고.

좀 웃기기는 해.

기분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원한다면 진술도 좀 해주지 뭐.

 

직장 잘 갈아타는 데는 재능이 좀 있다고 이미 말했고...

약국에서 일할 때야.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단골손님이 있었어.

내가 약국일이 좀 안 맞는다고 했더니, 마침 철도국에 자리가 있다고 면접 한번 보라는 거야. 급여도 이쪽이 훨씬 좋더라고.

 

그 길로 철도국에 갔더니 요새 말로 알바라고 하던가?

별로 확인하는 것도 없고 덜컥 내일부터 일하러 나오라는 거야.

겸사겸사 해서 약국도 그만뒀어.

그 때 내가 처음 철도국에서 배운 일이 말야. 조차계라고 해서 기차 배치나 철도연결을 주로 하는 전문직이거든.

알바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한 일년 반 정도 열심히 하니까, 정식직원으로 올려주더라고. 이 정도면 엄청 운이 좋은 편이지. 뭐 동료들도 괜찮고 그런 대로 할 만 하겠다 싶었어. 나름 급여도 괜찮았고 꽤 안정된 직장이었거든.

 

하여간 내가 여기저기 좀 자주 옮기기는 했지만, 뭐든 한번 배우기 시작하면 적응은 엄청나게 빠른 편이거든.

 

솔직히 운도 좋았지 뭐.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덜컥 취직이 됐으니 말야. 나 같은 보통학교 출신을 써 줄 번듯한 직장이 어디 있겠어.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그렇게 철도국에서 일한지 한 3년쯤 됐을까?

이 정도면 나름 묵었다 싶었는데도 정직원이상은 도무지 승진이 안 되는 거야.

그때가 마침 내가 승진대상에 올라있을 무렵이었어.

나 같은 말단 정직원 바로 위에 하급 관리직이 하나 있었거든. 승진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은 걸리고 평균 5년은 족히 걸리는 관리직이지.

 

웃기는 건 내가 1년 반 남짓 동안 알바에서 정직원으로 승진한 것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런 나보다도 일본인 알바나 평직원들의 승진이 정말 빨랐어. 조선 사람은 뭘 해도 제자린데 일본 애들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승진시켜주더라고.

그때 진짜... 내가 얼마나 열 받았는지...

 

그렇다고 일본인 직원들의 능력이나 자질이 대단히 뛰어난 것도 아니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냥 생트집 잡는 거 아니냐고?

뭔 개소리! 걔네들 죄다 내가 밑바닥부터 가르친 애들이거든?

 

여하튼 나도 2,3년 지나면서 나름 고참대접을 받기는 했어.

일본인이건 조선인이건 현장일 배우려면 일단 나부터 찾아와야 했거든.

 

근데 내가 열여덟, 아홉 되는 일본인 신입들한테 일 가르친지 1년 반쯤 됐을까?

갑자기 하급관리직 승진자 명단에 그 일본 애들 이름이 주르륵 올라있는거야.

그것도 알바에서 평직원을 거쳐서 하급관리자가 되는 데까지 고작 1년 반만에!

거꾸로 조선인은 몇 년을 일해도 하급관리자가 아예 없다시피 한데, 새파란 20대 초반의 일본애들이 하급관리자 자리를 모조리 꿰찬 거지. 승진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거참... 뭐랄까, 말 할수록 기분 참 더럽네.

 

하여간 승진하고 나서도 얼마동안은 내 앞에서 쭈뼛쭈뼛하면서 이 선배...어쩌고 하던 일본 애들이 말야. 어느 순간부터는 모가지에 무슨 철봉이라도 집어넣었는지 뻣뻣하게 굴기 시작하는 거야.

 

-어이. 이씨! 일루 좀 와봐!

-뭐야? 이 새끼야! 형님한테 말하는 버릇장머리 봐...

-, 아뇨... 위에서 그렇게 부르래요.

-위에서 누가? 어떤 새끼가 그런 말을 해!

-고등관(일본인 중급관리인) XX가요.

-...알았다. 가서... 일 봐라...

 

난생 처음 받는 정신적 쇼크였어.

 

사실 철도원 시절만 해도 난 조선인입네, 일본인입네 따지는 게 우습다고 여겼거든. 오히려 개뿔도 없으면서 서로 양반입네 상놈입네 따지는 조선인들이 더 웃긴다 싶었어. 오히려 한창 인정받고 일 할 때는 일본사람 편도 꽤 들었지.

 

-. 일본사람들은 양반, 상놈 안 따지고 확실히 능력위주로 일을 시키는구나.

 

근데 이거, 막상 승진시기가 오니까 왜놈들이 조선인들을 대놓고 차별하네?

그런 생각을 평소에 별로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더 당혹하더라고.

왜냐고? 내가 그때까지는 이렇다 할 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막상 차별이란 걸 내가 직접 당해보니까 얘기가 180도 달라지더라고.

 

그때부터라고 하는 것도 좀 쑥스럽기는 한데, 친한 일본 애들한테 불만이 있기보다는 걔네들 나라인 일본 자체에 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어.

-뭐지? 조선인은 일본인과 같다며! 근데 이게 뭐야, 사람 열 받게!

 

근데 딱 거기까지였어.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사회구조가 어떠니 차별이 어떠니 하는 건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걍 직장에서 처음 당하는 차별이라서 화가 좀 많이 났을 뿐이었어.

 

. 근데 더 이상은 짜증나서 취조 못 받겠네. 좀 쉬자니까 그러자고 하더라고. . 검사나 형사도 사람이니까 쉬고 싶겠지. 하루 종일 나를 쥐어 짜 대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 작가도 참 좋아하겠어. 오늘은 여기까지 써놓고 좀 쉬면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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